[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오타니 쇼헤이의 ‘이도류’가 완성형에 가까워진 모양새다.
2018년 메이저리그 무대에 입성한 오타니는 투수와 타자를 겸해 ‘이도류(두 자루의 칼)’로 불렸다. 프로 수준의 무대에서 두 보직을 겸하는 건 상당히 힘들고 흔치 않은 일이라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오타니의 도전은 녹록치 않았다.
오타니는 데뷔년도에 0.285의 타율과 22홈런을 쏘아 올리며 타자로서는 준수한 활약을 펼쳤지만 투수로는 잦은 부상 때문에 10경기 등판에 그쳤다. 결국 팔꿈치 수술로 인해 2019년엔 투수로 아예 뛰질 못했고, 이듬해 역시 투수로는 2경기 출전해 2이닝도 채 소화하지 못하고 7실점했다. 타격에선 그나마 2019년 타율 0.286 홈런 18개를 때려내며 체면치레를 했지만 2020년엔 44경기 출전 타율 0.190 7홈런으로 고개를 숙였다. 투타 겸업이 결과적으론 투타 동반 부진을 이끌면서, 오타니가 욕심을 버리고 한 가지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부상 후유증에서 벗어난 올 시즌은 ‘야구천재’라는 별명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올 시즌 타자로 타율 0.272 23홈런 54타점을 기록 중인 오타니는 투수로는 3승 1패 평균자책점 2.70의 성적을 내고 있다.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WAR)가 MLB를 통틀어 3위에 해당될 정도로 투타에서 모두 정상급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입이 떡 벌어지는 홈런 페이스에 현지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지금의 페이스대로라면 마쓰이 히데키가 보유한 동양인 한 시즌 최다 홈런(31개) 기록을 갈아치울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동양인 최초 40홈런, 50홈런도 점쳐진다.
투타에서의 활약에 이치로 스즈키 이후 첫 동양인 MVP가 탄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지언론은 아메리칸리그 MVP 수상 후보 1순위로 오타니를 꼽고 있다.
현지에서의 인기는 어마어마하다. 홈과 원정팬 가릴 것 없이 오타니의 이름을 연호한다. 올스타전 출전이 유력한 그는 홈런 더비 출전을 공표하며 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다.
빅리그 특급 스타들도 오타니에게 매료됐다.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투수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오타니를 두고 “그야말로 완벽한 선수다. 투수로서 100마일을 던지고 타자로서 400피트(122m) 홈런을 날린다. 헐리우드 무비스타 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감탄했다.
오타니는 1919년 타자로 타율 0.322 29홈런 113타점, 투수로 9승5패 평균자책점 2.97을 기록한 전설적인 야구선수 베이브루스의 뒤를 쫓고 있다. 오타니가 올 시즌을 무사히 완주, 메이저리그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선수로 거듭날 수 있을지 야구계의 시선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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