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연세암병원 대장암센터 대장항문외과 김남규·양승윤·조민수 교수 연구팀은 항문거근을 일부 침범한 직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새롭게 개발한 항문 보존 로봇 수술이 배변 기능 보존과 함께 생존율과 재발률 등에서 좋은 예후를 보였다고 5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로봇 수술 분야 전문 학술지 International Journal of Medical Robotics and Computer Assisted Surgery 최근호에 게재됐다.
항문거근은 직장과 항문을 올리는 근육이다. 항문거근을 침범한 직장암은 전체 직장암 중에서 10%를 차지한다. 지금까지는 항문거근과 항문 괄약근 전체를 제거하는 복회음절제술을 실시했다. 암세포의 완벽한 제거를 위한 근치적 절제를 위해서다. 직장암이 항문 괄약근에 침범했을 때에는 내괄약근만 제거하고 외괄약근을 남기는 항문 괄약근 간 절제술(ISR, intersphincteric resection)을 통해 항문 보존이 가능하다.
인공항문인 장루는 다양한 불편을 야기한다. 대변 주머니가 바깥으로 노출되다 보니 환자의 자신감 하락은 물론 사회생활이 어렵다. 불규칙하고 잦은 배변, 대변 누출, 냄새 조절, 장루 주머니 관리 등 다양한 신체, 생리적 문제를 발생시킨다.
김남규 교수는 2011년 중하부 직장암이 항문거근을 침범한 경우에 항문거근 및 괄약근의 일부 제거하는 로봇 수술(PELM, Partial Excision of Levator ani Muscle)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로봇 수술은 로봇 팔로 좁은 공간에서 사람 손보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고 확대경으로 수술 부위를 확대해서 볼 수 있다.
김남규 교수 연구팀은 2011년부터 2019년까지 PELM 수술을 받은 총 23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44.1개월간 배변 기능과 치료 성적 등을 추적 관찰했다.
수술 환자 평균 연령은 55.3세로 60대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직장암 환자 중에서 젊었다. 수술은 직장암이 항문거근의 측면 등 한 방향으로 침범한 경우, 전이가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수술 전에는 화학 방사선 치료로 종양 크기를 줄였고, 수술 당시의 종양 크기는 1.7~3.3cm에 달했다.
연구팀은 수술 6개월과 1년 경과 후에 배변 기능을 조사했다. MSKCC BFI(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 bowel function instrument)와 웩스너 점수(Wexner score) 검사를 사용했다. MSKCC BFI는 배변 주기와 상태 등을 검사하는 방법으로 점수가 높을수록 양호한 상태를 나타낸다. 6개월 검사, 1년 검사에서 환자 평균은 64.9점에서 68.3점으로 3.4점 높아졌다. 변실금 정도 등을 파악하는 방법인 웩스너 점수 검사는 점수가 낮을수록 정상이다. 6개월 검사, 1년 검사에서 환자 평균은 각각 11점과 10.7점으로 0.3점 낮아져 일정 수준 변실금 조절 능력이 향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두 평가 모두 항문 괄약근간 절제술과 비슷한 수준이었고 환자들은 두 검사 모두에서 6개월 검사보다 1년 검사에서 양호한 성적을 보였다.
치료 성적도 양호했다. 3년 생존율, 3년 무병 생존율 및 국소 재발률은 각각 95%, 72,4%, 14.4%였다. 김남규 교수가 학회에 보고한 항문 괄약근간 절제술의 치료 성적은 3년 무병 생존율의 경우 79%, 국소 재발률은 12.9%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복회음절제술의 국소 재발률은 15~19% 정도다.
김남규 교수는 “직장암 환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이 수술 후 항문 기능을 잃고 영구 장루를 하는 것”이라며 “중하부 직장암이 항문거근에 부분적으로 침범한 직장암에서도 항문을 보존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수술법을 개발했고 장기간 추적 조사를 통해 수술의 안전성을 밝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항문거근을 침범한 직장암에서 과거에 일괄적으로 시행한 복회음절제술을 벗어나 수술 조건을 만족하는 환자에서 새로운 항문 보존 술식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고 이번 학술지 보고에서는 10년간 장기 추적한 임상 결과를 통해 안전성을 뒷받침했다”며 “로봇 수술 도입, MRI 고해상 영상 기법, 수술 전 화학 방사선요법 등 기술적인 발전과 더불어 꾸준한 해부학 연구와 직장암 외과적 치료에 도전을 지속한 것이 이번 성과의 발판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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