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예슬 기자 = 축구의 꽃은 조직력이다. 팀원들의 단합력이야말로 경기의 모든 걸 결정짓는다. 그런 점에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의 FC 개벤져스(이하 개벤져스)는 상당히 ‘가능성 있는’ 팀이다. 본선 토너먼트 탈락의 고배를 마셨어도 괜찮다. 원래 승부는 원점에서부터 시작해야 제맛이니까. 꼴찌들의 반란이 더욱 짜릿한 법이다.
개벤져스는 코미디언들이 뭉친 팀이다. 주장 신봉선을 필두로 이성미, 조혜련, 이경실, 안영미, 오나미, 김민경 등이 속했다. 베테랑 희극인들이 모였지만 웃음 욕심은 없다. ‘골때녀’에 출연하는 모든 이들이 마찬가지겠지만, 이들은 축구에 매우 진심이다.
개벤져스를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주저 없이 투혼을 고르겠다. 주장 신봉선은 축구에 열과 성을 다한다. 발등에 물집이 잡히고 발톱이 빠져도 신난단다. 군기가 엄하기로 소문난 코미디계임에도, 대선배 이경실에게 “예능 마인드로 하시면 안 된다”고 으름장을 놓을 정도다. 오나미는 발목 인대가 늘어났음에도 이경실이 부상을 입자 “내가 대신 뛰겠다”며 눈물로 호소했다. 안영미는 눈가를 다치고도 응급 처치만 마친 채 그라운드를 누볐다. 열정만큼은, 국가대표도 부럽지 않다. 몸을 사리지 않고 승리를 위해 돌진하는 개벤져스. 멈추는 건 끝이 아니다. 다시 달리기 위한 담금질의 시간이다. 악과 깡으로 일어설 개벤져스를 고대하며, 오늘도 벅차오르는 마음을 안고 이들의 화려한 부활을 꿈꾼다.
‘입덕’을 부르는 순간
FC 불나방과의 승부차기는 개벤져스 최고의 명장면이다. 9회차까지 이어진 각축전이었다. ‘포기는 배추를 셀 때나 쓴다’는 청춘 만화의 대사처럼 개벤져스는 포기를 몰랐다. 골키퍼를 맡은 조혜련의 투혼에 오나미, 김민경, 신봉선의 시원한 골이 이어지며 끝내 승리를 거머쥐었다. 특히 신봉선은 눈물의 실축 후 골든골로 승리를 결정지어 감동을 더했다.
개벤져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장면들
눈물과 웃음을 동시에 불러오는 ‘웃픈’ 순간이 개벤져스엔 유독 많다. 이들이 잠시 봉인한 희극인 본능은 힘든 상황마다 불쑥 솟아오른다. 안영미가 오른쪽에 이어 왼쪽 눈가마저 다쳤을 때, 심각한 분위기에서도 “왜 하필 또…”라며 웃음이 스멀스멀 터져나왔다. 눈물과 웃음이 함께하는 모습들은 개벤져스만이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주목할 선수
‘탱크’ 김민경. 자타공인 에이스다.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의 세계관이 담긴 디지털 콘텐츠 ‘오늘부터 운동뚱’을 통해 발군의 운동실력을 보여줬던 김민경. 그 재능은 ‘골때녀’에서도 어김없이 빛났다. 골킥만으로도 골인시키는 파워와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든든한 수비력은 개벤져스의 가장 큰 전력이다. 김민경의 공이 다시 골망을 흔드는 그 날, 생각보다 빨리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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