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 등 기저질환자, 유산균 함부로 먹다 ‘큰일’

암 환자 등 기저질환자, 유산균 함부로 먹다 ‘큰일’

중앙대병원 최창환 교수, 프로바이오틱스 복용 시 부작용 및 주의사항 소개

기사승인 2021-11-10 09:46:51
픽사베이 제공

# 최근 권 씨는 75세인 아버지가 대장암 수술을 받은 뒤 건강에 도움이 될까 해서 유산균제를 사다 드렸다. 딸이 사다 준 유산균제를 복용한 권 씨의 아버지는 얼마 후 피부 발진과 구토 증상으로 병원에 입원했는데 세균에 감염돼 전신에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패혈증'이라는 진단을 받게 됐다. 

장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건강기능식품 중 유산균제와 같은 프로바이오틱스 관련 제품을 복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암 환자 등 기저질환자에게는 유산균이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복용에 주의가 필요하다.

유산균을 포함해 체내에 들어가서 건강에 좋은 효과를 주는 살아있는 균을 일컫는 ‘프로바이오틱스’는 장에 도달했을 때 장내 환경에 유익한 작용을 하는 유익균을 증식시키고 유해균을 억제해 배변 활동을 원활하게 하는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장에 매우 많은 수로 존재하는 면역세포에 면역 조절 작용을 해 면역증진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비교적 안전하나 살아있는 균을 섭취하는 것이지만, 경우에 따라 드물게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일부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주의가 필요하다.

가장 흔하다고 알려진 부작용 중 소화기 증상으로는 설사, 복통, 복부 팽만감, 구역 및 구토 증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간혹 피부 발진이나 가벼운 여드름이 나타나기도 한다.

중앙대병원 제공

최창환(사진) 중앙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프로바이오틱스를 복용 후 드물기는 하지만 패혈증(균혈증), 장 허혈, 심내막염 등도 보고된 적이 있는데, 프로바이오틱스 복용 후 이전에 없던 증상이 발생하면 먹는 것을 멈추고 병원을 찾아 전문의와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프로바이오틱스의 복용에 따른 부작용은 일반적으로 심각한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에게서 좀 더 흔하게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특히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암 환자같이 면역저하 상태의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최 교수는 “실제로 전립선암과 대장암 환자에서 프로바이오틱스 복용 후 알러지성 질환이 발생한 사례가 있고, 급성췌장염 등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에서 심내막염, 패혈증과 같이 심각한 합병증이 보고된 적도 있다”며 “암으로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이거나 면역억제제를 복용 중인 사람이나 심각한 만성 질환이 있는 환자는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이기 때문에 유산균이 병원성 세균처럼 작용해 느슨해진 점막 장벽을 통해 혈관으로 균이 유입돼 패혈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프로바이오틱스가 인체에 여러 가지 유익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은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며 대부분의 임상 연구는 한계점이 있어 현재로서는 기존에 알려진 질병의 예방 및 치료 방법을 대체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 적극적으로 권장하기는 어렵다”면서 “기존 치료에 보조요법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좋고, 심각한 기저질환이 있거나 복용 후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복용을 중단하거나 주치의와 상담 후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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