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사랑인 줄 알았는데”…돈·마음 모두 잃었다 ② 사기는 가상화폐를 타고…타깃된 2030세대 ③ “썸 기간 길수록 피해 눈덩이” ④ ‘온라인 연애 사기’ 피하는 법…이것만 명심하자 |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유동성이 증가하면서 가상화폐(코인) 시장이 다시 한 번 뜨겁게 달아올랐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4대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의 가상화폐 거래대금은 3584조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코스피 거래금액(3125조원)보다도 많다.
가상화폐 시장 성장은 MZ세대로 불리는 2030대가 이끌었다. 올해 상반기 코인 투자를 위해 은행계좌를 개설한 사람 중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60%가 넘는다. 수치로는 약 340만명이다. 또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내 MZ세대 700명을 대상으로 한 재테크 인식 조사에서도 응답자 중 ‘실제로 가상화폐에 투자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이들은 40.5%였다. MZ세대 5명 중 2명이 가상화페 투자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MZ세대가 가상화폐 시장에 열광하자 이들의 지갑을 노린 사기꾼들도 들끓고 있다. 특히 SNS(사회관계망서비스)로 이성에게 호감을 산 후 금품을 갈취하는 로맨스스캠(연애빙자사기)은 피해자들의 몸과 마음을 나락으로 빠뜨리고 있다.
그녀와 영상통화까지 했는데…알고보니 사기꾼은 ‘남자’
A씨는 가상화폐 투자에 관심이 많은 20대 사회초년생인 남성이다. 주로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해 코인투자를 했다. 하지만 최근 우연히 메신저를 통해 만난 여성 B씨와 대화를 이어가면서 모든게 변했다.
“처음에는 인스타그램에서 대화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네이버 라인을 이용했다. 중국에서 거주한다는 말에 혹시 사기인가 싶었지만, ‘내가 설마 당하겠어’라는 생각으로 투자 권유가 이어지면 칼같이 끊어버리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B씨는 A씨와 약 1개월 넘게 메신저와 영상통화로 연락하면서 환심을 샀다. 자연스럽게 A씨가 관심있어 하는 가상화폐 투자를 제안했다. 다만 A씨가 이용하던 국내 거래소가 아닌 해외 FX마진거래소를 통해서다.
그나마 다행히 A씨는 소액만 투자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 그는 “당시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부분의 투자자금이 들어있어 500만원 가량만 투자했는데, 나중에 인출하려고 하니 투자금을 빼낼 수 없었다”며 “이를 B씨에게 따져 묻자 돌아온 건 욕설과 조롱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A씨에게 더 큰 충격적인 일이 발생했다. 여성인 줄 알았던 B씨가 남성으로 확인됐다. 사기꾼은 녹화된 영상으로 통화해 A씨를 속였던 것. 중국어를 잘 몰랐던 A씨는 영상 속 여성을 보고 B씨라고 믿었던 셈이다.
“사람을 정말 믿고 싶었습니다”…거짓된 사랑의 끝은 ‘파산’
30대인 C씨도 비슷한 수법으로 로맨스스캠에 당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C씨의 경우 피해금액이 2억원이 넘는다.
C씨는 피해 당시 스트레스로 인해 알콜중독,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사기꾼은 이를 집요하게 공략했다. 그는 “한국에 거주한다는 한 홍콩여성을 채팅 앱을 통해 만났다. 자신을 ‘머니마켓(단기금융투자시장) 트레이더’라고 소개했다. 이후 연락처를 주고 받고 두 달 넘게 연인처럼 지냈다”면서 “지난해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 좀 많다 보니 누구라도 나를 사랑해 줬으면 했다. 대화를 하다가 제가 이런 상황인걸 알고 사기꾼이 이용한 것”이라고 떠올렸다.
약 2개월이 지나고 어느 정도 친밀감이 생겼다고 C씨가 생각할 시점, 사기꾼은 가상화폐투자를 권유했다. 거래소는 이전 사례처럼 해외거래소를 통해서다. 사기라고 알게 된 것은 약 한 달 반 넘게 투자를 하고 난 뒤다.
C씨는 “그녀에게 카톡 선물하기를 해도 대포폰 번호라고 뜨고, 국내 가상화폐거래소에서도 그녀의 전자지갑(월렛)이 사기에 이용됐다고 전화가 왔다. 그럼에도 계속 입금을 했다. 사람을 한 번 좀 믿어보고 싶었다. 사기를 당한 이후 그녀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나는 정말 당신을 믿었다. 사람 괴롭히지 말라’며 쏘아붙였지만 아무런 사죄 없이 계정을 삭제하고 잠적했다”고 괴로워했다.
C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수사당국은 ‘중국이 본토라 공조 수사가 힘들어 되돌려받기 힘들다’는 답변만 내놓았다. 그는 지불 능력 없이 대출을 받았다며 금융사로부터 사기죄로 고소당하기까지 이르렀다. 현재 파산 신청을 준비하고 기초수급비를 받아가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2030 피해자 구제 쉽지 않아...금전 문제 무조건 거절해야
안타깝지만 로맨스스캠으로 피해를 입더라도 구제가 쉽지 않다. 범죄자들은 대부분 국내가 아닌 해외에 본거지를 두고 있다. 추적이 쉽지 않은 구조다. 설령 있는 곳을 알아낸다고 해도 국제 공조 수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검거가 불가능하다.
태연볍률사무소 김태연 대표변호사는 “로맨스스캠은 대체로 SNS를 통해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내가 접수한 피해자들 다수가 SNS를 자주 이용하는 20~30대들이 많다. 피해액은 적게는 30만원, 최대 1억원이 웃도는 경우도 있다. 알고지낸 기간이 길수록 피해 액수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금전적 손실은 회수하기 매우 어렵다. 또 로맨스스캠 범죄자들은 신원을 숨길 수 있는 통신망을 이용하기에 잡기도 쉽지 않다”며 “금전 문제나 투자 등의 권유가 올 경우 무조건 거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