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들을 입양해 잔혹하게 학대한 후 살해한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입양한 19마리의 푸들을 잃어버렸다고 주장했으나 이 중 8마리는 학대를 당한 뒤 유기된 채 발견됐으며 나머지 11마리는 흔적을 찾지 못하고 있다.
7일 군산길고양이돌보미 차은영 대표는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동물을 잔혹하게 학대하고 죽인 A씨를 향한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차 대표는 "지금까지 동물 학대 사건을 많이 맡아오면서 어느 정도 멘탈(정신력)이 강하다고 생각했다"며 "아이들(강아지) 사체를 보고 (충격은) 말로 형용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단체에 따르면 A씨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돼 조사 중이다. 공기업 직원인 A씨는 지난해부터 지난 10월까지 1년간 푸들 등 강아지 19마리를 입양해 물고문, 불고문 등 온갖 학대를 다행하고 아파트 화단 등에 사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의 범행은 그에게 강아지를 입양보낸 견주 B씨가 SNS에 "입양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글을 올리며 알려졌다. 동일 인물에게 입양을 보낸 피해자들이 커뮤니티를 통해 서로 연락을 취하면서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
A씨는 견주들과 차 대표에게 입양견을 '잃어버렸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9일 A씨 사택을 찾은 차 대표는 "집안 내부는 강아지 케이지와 용품들이 방 한가득이였으나 이상하게 강아지는 단 한마리도 보이지 않았다"며 긴 설득 끝에 그의 자백을 받아낼 수 있었고 전했다.
이 단체는 A씨의 아파트 화단에서 두 마리의 사체를 찾았다. 발견된 사체에서 두개골·하악 골절, 신체 곳곳의 화상 등 여러 학대 흔적이 나타났다.
지난 1일 A씨는 직장에 휴가를 냈고 이를 의심한 차 대표는 그의 거주지 아파트 땅 여러 곳이 파헤져진 것을 확인하고 증거인멸을 우려, 경찰에 신고했다. 차 대표에 따르면 긴급 체포된 A씨는 심신미약과 정신질환을 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후 경찰 현장검증 등을 통해 사체 총 8구가 발견됐으나 경찰조사에서 유씨가 19마리를 입양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번달 4일 구속영장이 신청됐지만 재판부는 '도주우려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음'을 이유로 기각했다.
차 대표에 따르면 A씨에 입양된 강아지 중 가장 오래산 기간은 2주다. 입양된지 2~3일 사이에 고문을 당하다 죽은 경우도 있다고.
차 대표는 "입양된 아이가 2주간 고문을 당하면서 산 것"이라며 "고문시키고 죽기 전에 심폐소생해서 살려놨다가 다시 고문시키는 것을 반복했다"고 분노했다.
그는 "A씨가 입양한 이유에 대해 '외로워서'라고 얘기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차 대표는 '입양'을 통한 학대로 이제까지의 동물학대와는 다르다고 전했다. 그는 길에서 자라 비교적 사나운 성질을 가진 동물들과 비교해 가정에서 자란 동물들은 대체로 교육을 잘 받았다는 점을 들어 A씨의 행위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A씨가 (입양견이) 뛰어 다니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서 수면제를 먹였다더라. 입양되기 전 가정교육을 받았던 아이들인데 이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차 대표는 SNS에도 "A씨는 심신미약과 정신질환을 주장하고 있지만 학대 수법이 이제까지의 동물학대와는 다른 정교함과 치밀함, 대범함 등 복합적인 성향을 엿볼 수 있다"며 강력 처벌을 촉구했다.
이같은 사건에 누리꾼들도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누리꾼들은 "진짜 사람같지도 않다" "너무 끔찍하고 잔혹하다" "얼마나 더 동물들이 잔혹하게 희생돼야 강력처벌이 되나" "자백과 증거가 있는데 구속영장 기각이라니" 등 의견을 냈다.
해당 내용과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A씨에 대한 강력 처벌과 신상공개를 요구하는 청원글도 올라왔다. 이날 오후 4시28분 현재 4만1322명의 동의를 받았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