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종사자의 처우와 근무 환경을 안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현장 전문가들의 요청이 나왔다.
16일 쿠키뉴스와 쿠키건강TV가 주최·주관한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듣다’ 조찬 간담회에 참석한 의료계 전문가들은 필수의료 분야로 꼽히는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을 완화하고, 임상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연구간호사의 잦은 이직·퇴사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간담회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강진형 서울성모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김신곤 고려대의료원 내분비내과 교수(대한내분비학회 기획이사) △김대희 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심장초음파학회 총무이사) △이찬녕 고려대안암병원 신경과 교수 △이범희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센터 교수 △장재영 순천향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대한간학회 정책이사) △차재명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대한장연구학회 정책이사) △황태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 △홍승재 경희의료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대한류마티스협회 보험이사) 등이 참석했다.
강진형 서울성모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국내 임상시험 여건이 녹록지 않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연구자주도 임상시험이 발전하기 힘든 상태“라며 “임상시험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 연구간호사들이 정식 직원이 아니고, 처우도 좋지 않아 이직과 퇴사가 잦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진은 임상시험 경쟁력과 직결되는 만큼, 정식 직원으로서 고용 안정성을 확보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임상시험 관련 의료종사자를 대상으로 국가인증제도를 도입하는 방법도 있다”고 부연했다.
전문 인력들이 직능 갈등 없이 적재적소에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대희 한국심초음파학회 총무이사는 “일례로, 심장초음파 학회에서는 충분한 교육을 받고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갖춘 사람이면, 간호사든 임상병리사든 의사의 지도 하에 심장초음파 표준영상을 획득하는 소노그래퍼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전공의가 특정 진료과 선택을 단념하도록 만드는 제도들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제안도 이어졌다. 차재명 대한장연구학회 정책이사는 “필수의료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정책들이 있지만, 현장에서는 체감하기 어렵다”며 “수술실 CCTV설치, 의료진 구속 등 필수의료과를 기피하게 만드는 요소도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이범희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센터 교수는 특히 소아청소년과의 위기를 강조했다. 그는 “전국적으로 적정한 인원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를 확보한 병원은 손에 꼽는다”며 “소아청소년과가 야전병원처럼 열악하게 운영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어 “의료계와 정부의 관심이 절실한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진료보조인력(PA)으로 불리는 간호사들을 비롯해 다양한 의료계 종사자들의 신분과 처우를 개선할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다만, 국가인증제도를 도입한다면 중소병원과 공공병원은 연구간호사로 인증된 인력을 확보하기 더욱 어려울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이어 신 의원은 “필수의료 미달은 단순히 의사 수가 적어서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의료계와 정부의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며 “특히, 소아청소년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현재의 수가 체계를 유지한다면 소아청소년과의 지속가능성은 불투명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의사의 의료행위가 법적으로 보호를 받기 어려워질수록 생명 다루는 진료과에 대한 기피 현상이 심화하는 경향”이라며 “내외산소 국가 책임제 실효성을 위해 의료계가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공론장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