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는 법안이 해를 넘기게 됐다.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5인미만 차별폐지 공동행동’은 29일 성명을 통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국회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어려운 시기 가장 먼저 잘려 나가고 가장 먼저 임금이 삭감되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삶을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비판했다.이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취약한 노동자를 위하는 척하면서 약속을 저버리고 기만했다”며 “근로기준법 전면적용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면서 실질적 제정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끝내 무관심으로 일관했다”고 질타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는 지난 28일 근로기준법 전면적용 청원안 등 쟁점 법안의 논의 순서를 뒷부분으로 미뤘다. 이번 달 임시국회에서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는 총 4차례 열렸으나 근로기준법 전면적용 관련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5인 미만 사업장, 주당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 등에게 전면 적용되지 않는다. 5인 미만 사업장 등에서는 연차와 공휴일을 보장받지 못한다. 야간·연장 근로수당 지급 의무도 없다. 부당 전보·해고를 당해도 구제받기 어렵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보호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직장갑질 119에 따르면 사장의 욕설과 협박에 고통받던 노동자가 고용노동청에 신고했으나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취하 통지서를 받았다. 노동자는 “사장이 말끝마다 ‘XX 죽여 버린다’고 욕을 하고 갑자기 다가와 손을 들고 때릴 것처럼 위협했다”며 “용기 내 신고했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취하됐다. 미치겠다”고 토로했다.
정치권에 5인 미만 사업장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수는 적지 않다. 지난해 기준 511만여명이다. 전체 근로자의 13%에 달한다. 더불어민주당뿐만 아니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5인 미만 근로기준법 적용 대원칙에는 찬성한다”고 말했다. 다만 “소상공인에게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는 부분은 속도를 조금 늦춰야 한다”며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대선을 앞두고 경영계와 소상공인 등의 표를 의식, 통과시키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 근로기준법이 확대 적용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단체는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에서 5인 미만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에 반발하는 집회를 열었다.
노동계는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진우 권리찾기유니온 사무총장은 “사회·경제적 합의 등을 이유로 법안 처리를 미루면 취약한 노동자는 이중, 삼중으로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다”며 “취약한 노동자가 방치되면 사회 전반적인 위기가 가속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는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논의 자체를 회피하는 식으로 책임을 방기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