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양행궁의 원형복원과 미래의 성장 동력 [기고]

온양행궁의 원형복원과 미래의 성장 동력 [기고]

유규상 행정학 박사

기사승인 2022-01-18 23:09:24
유규상 행정학 박사
온양행궁의 복원을 놓고 재현이냐, 원형복원이냐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재현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온양행궁의 복원과 관련된 주변 상권의 현실적 이익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원형복원을 해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문화재 보존에 있어 역사성과 현장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두 가지 주장에는 나름의 타당성이 있다. 하지만 아산(온양)의 미래와 정체성을 감안한다면 원형복원이 맞다. 그러나 원형복원이든 재현단지 조성이냐의 정책결정의 방향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한편, 어느 지역에서나 문화재의 보존과 지역개발의 문제는 첨예한 갈등 양상을 보인다. 이것은 지역의 정체성 확보문제와 주민들의 현실적 이익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여와 공주는 백제시대의 수도였던 덕택에 역사고도로서의 문화적 유산을 소재로 현대에도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개발해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있다. 어쩌면 지역적 정체성에 문화유산을 우선순위로 당연시하는 지역정서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아산(온양)은 어떤 곳인가. 온양온천이 문헌적으로 처음 등장하는 것은 백제 온조왕 36년(AD 18)에 탕정성(湯井城)을 쌓았다는 삼국사기 기록에서 확인된다. 그 후 고려시대에는 온수(溫水)로, 조선시대에는 온양(溫陽)으로 명명되고 있듯이 온천지로서 운명적 특성을 타고 났다. 
  
그래서 흔히 온양(아산)하면 인물로는 이순신 장군이 대표되고 자연자원은 온천이라는 물의 문화가 대표적 정체성으로 알려져 왔다. 현재는 전국의 새로운 온천지가 개발되면서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작아졌고 문화자원으로서도 존재감도 감소하였다. 
  
온양이 다른 지역에 비하여 문화적인 자원이 부족한 측면을 고려한다면 온천문화 지역으로의 명성과 전통은 계속 이어 나가야 할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온양행궁의 복원은 21세기 문화의 세기에 아산(온양)이 어떻게 무엇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지와 관련되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단지 온양행궁의 복원이 문화재의 재현에 국한된 문제라기보다는 온양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그런 역사성의 토대 위에서 미래의 먹거리를 창출해야 하는 절박성이 깔려 있다. 
  
물론 수도권에 가까워 많은 기업체들이 이 지역에 둥지를 틀고 있어서 재정적으로 어려운 지역은 아니지만 미래의 먹거리는 그것만으로는 장담할 수 없거니와 새로운 문화적 소재를 자원화 해야만 지속적으로 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21세기 문화의 세기에 부응하기 위하여 없던 문화자원도 새롭게 발굴해가는 현실에서 온양행궁의 복원은 그동안 이어온 온천문화의 전통을 이어간다는 측면에서 아산에게 주어진 일종의 문화적 축복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잘 복원하면 아산의 랜드마크이며 관광자원으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런 중대사안의 결정은 감정을 앞세운 현실적 논리보다는 차분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 문화재의 복원과정에서 이해집단들의 현실적 이익을 고려해야하지만 근시안적으로 접근하면 본연의 문화유산을 영구히 훼손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그동안 온양행궁의 복원에 대하여 몇 번의 학술세미나가 있었고 최근에도 학술 토론회가 있었지만 그 추진방식에 대하여 한 치의 진전도 없이 원점에서만 맴돌고 있다. 
  
복원방식에 대하여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동안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은 당초에 설계했던 비용보다 2배가량은 더 뛰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소요비용은 더 늘어 날 것으로 예견됨에 따라 원형복원에 가장 큰 걸림돌은 복원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의 확보문제로 귀결된다. 
  
이와 함께 온양행궁터는 조선왕조의 흥망성쇠와 더불어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소유권이 일본사람들에게 넘어갔고 현재는 관광호텔이 들어섰으며 주변에는 상권이 형성되었다. 
  
행궁복원을 추진할 경우 도시재생의 요구와 맞물려 호텔 이전과 주변상권의 보상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이에 소요되는 비용과 주변상권과 관련된 주민들을 설득해야 하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행정당국은 그러한 책임과 부담감으로 인하여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러한 문제들에 대한 부담감은 대부분의 시민들로 하여금 원형복원보다는 재현단지를 고려하야 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하기 쉽다. 재현단지는 행궁의 옛 모습을 고증해서 그 모습으로 다른 장소에 그대로 만들어 복원하면 된다. 그런데 이런 방식은 원형복원보다 현장성과 원형성에서 크게 떨어지고 문화유산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 
  
국가가 백제시대 익산의 미륵사지 석탑을 비롯한 문화재에 대하여 원형복원을 위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 공을 들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형복원을 하자면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 험난한 길이지만 아산은 그 길을 가야만 하는 숙명이 놓여 있는지도 모른다.
  
사실 문화유산의 유지와 관리는 지역민들의 수많은 인내와 고통을 먹고 산다. 공주와 부여, 경주 등 문화재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그 불편함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온양(아산)의 정체성을 살리는 문제는 그 불편함 보다 더 중요하다. 온양행궁 복원에 관하여 후손들에게 원망을 듣지 않으려면 지금 현재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올바른 정책결정을 해야 한다. 행궁의 원형복원은 주변상권의 보호와 도시재생에 걸림돌이 아니다. 
  
오히려 단기적으로는 불이익처럼 생각할 수 있어도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면 온양에 큰 이익을 가져다주는 미래의 먹거리 창출의 성장 동력이다. 비용문제 해결과 추진의지를 심어주는 것은 전문가들과 시민 모두의 몫이다. 행정당국이 용기와 의지를 가지고 원형복원에 나설 수 있도록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청된다. 
  
우리 속담에 ‘우는 아이 젖 준다’는 말이 있다.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약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정치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지금은 재현 보다는 온양행궁의 원형복원에 초점을 맞추고 그 안에 담을 콘텐츠 개발과 온양(아산)의 미래발전과 연계한 큰 그림을 그리는데 고민을 할 때이다. 
오명규 기자
mkyu1027@kukinews.com
오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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