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죽는다면, 난 뭘 할까. 배우 로몬은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을 촬영하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질문의 답은 늘 같았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했다”고 말하는 것. 좀비로 변한 학교 친구들을 물리치며 전진하는 이 드라마에서 인물들이 보여주는 감정은 그런 종류의 것이었다. 죽음의 위기는 인간의 본능을 자극해 마음을 고백하는 순간을 앞당겼다.
지난 10일 화상 인터뷰로 만난 로몬은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 뜬 ‘지금 우리 학교는’ 광고 이야기를 꺼냈다. 지인들이 신기해하며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는 이야기였다. 로몬에게도 신기한 일이었다. 처음 ‘지금 우리 학교는’ 출연 제안을 받을 땐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원작 웹툰으로 처음 봤어요. ‘지금 우리 학교는’ 웹툰이 잘 됐다는 걸 알았지만, 당시 제 나이가 어려서 보지 못했거든요. 나중에 나이가 돼서 볼 기회가 생겼죠. ‘대박이다’, ‘재밌다’고 생각하며 봤어요. 대본은 어떨까 싶었는데 울고 웃으면서 정말 재밌게 봤어요. 제가 본 대본 중에 가장 재밌더라고요. 이재규 감독님 팬이어서 연출한다고 하셨을 때 영광스럽게 생각했고 감사했어요. 제가 넷플릭스 작품에 출연하는 것도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에요. 꿈같았어요.”
이재규 감독이 원하는 건 분명했다. 배우 로몬으로서 느끼는 감정과 극 중 이수혁이 느끼는 감정의 중간지점을 찾길 바랐다. 로몬은 이수혁이 누구보다 자신의 본능에 따르는 인물이라 생각했다. 불량스러운 친구들과 어울리던 이수혁이 그들과 멀어지고 공부를 시작한 것도 본능 때문이라고 봤다.
“수혁이는 본능에 충실한 친구라고 생각해요. 그런 친구들과 같이 어울려 다니다가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걸 느끼면서 올바른 길로 갔잖아요.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이수혁은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왔다 갔다 하는 고등학생들의 순수한 감정이 굉장히 재밌기도 했어요. 고등학생 때의 순수함을 다시 생각하게 됐죠.”
대부분 시청자들은 ‘지금 우리 학교는’으로 로몬을 처음 만났다. 로몬에겐 첫 작품이 아니다. 1999년생으로 올해 24세가 된 로몬은 12년 전 시작한 연기를 오랜 기간 동안 해왔다. 박솔로몬이란 본명으로 2016년 영화 ‘무서운 이야기 3’(감독 김곡·김선)로 시작해 SBS ‘닥터스’, MBC ‘파수꾼’ 등에 출연했다.
“12~13세 쯤 지금 소속사 대표님과 미팅을 하고 연기를 배워보는 제안을 들었어요. 그때 처음 연기를 접했고, 그때 만난 스승님과 지금까지 연기 훈련을 하고 있어요. 연기의 매력을 알면서 잘하고 싶다는 욕망이 컸어요. 하지만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사람마다 다 때가 있다고 생각해서 주어진 일을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했죠. 언젠가 빛이 발하지 않을까 싶었고, 회사와 잘 맞아서 회사도 저를 믿고 기다리겠다고 했어요. 지금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결과보다 과정을 먼저 생각하는 로몬의 태도는 현재진행형이다. 로몬은 “지금까지 해왔듯이 앞으로도 과정을 중시하는 진정성 있는 배우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연기가 부족하다고 느끼면서도 잘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연기할 때마다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연기가 잘 풀리지 않아도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아쉬움은 있지만 후회는 없어요. 앞으로도 그런 모습으로 찾아뵐게요. 꾸준히 성장하는 배우가 되고 싶거든요. 어떤 역할이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아쉬운 건 있어도 후회는 없는 연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