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0일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가운데, 그가 펼칠 청년 정책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6월 29일 시작된 윤 당선인의 대장정 중심엔 늘 ‘청년’이 함께했다. 청년보좌역 임명, 청년 맞춤형 공약 등 ‘청년 밀착’ 행보를 이어왔다.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일정으로 청년층을 만나러 갈 만큼 청년을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윤 당선인의 공약으로 촉발된 이대남·이대녀 갈등, 즉 ‘젠더 갈라치기’ 논란은 차기 정부에서 해결해야할 주요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이에 지난 253일간 윤 당선인이 ‘청년’과 함께한 순간들을 정리해봤다.
“늘 청년 곁에”… ‘보폭’ 맞춰 함께 걸은 尹
윤 당선인의 대선 여정엔 ‘청년’이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국민의힘 경선이 치러졌던 지난해 8월 윤 당선인은 ‘민지(MZ)야 부탁해’ 캠페인을 벌였다. 20·30 청년세대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이들이 제안한 내용을 정책을 개발하겠다는 취지였다. 윤 당선인은 캠페인 영상에서 “민지가 해달라는데 한번 해보자”며 친근한 모습을 어필했다.
가장 주목받았던 청년 행보는 선대본부 내 ‘청년보좌역’ 배치다. ‘청년은 단순한 정책수혜자를 넘어 국정 파트너이자 국정 기획자’라는 기조 하에 35세 미만 청년들을 선대본부 주요 청년보좌역에 임명했다. 윤 당선인은 차기 정부에서도 이같은 기조를 이어가 청와대와 모든 정부부처에 청년보좌역을 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임명된 청년보좌역들은 이번 대선전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거뒀다. 유튜브 숏폼으로 제작된 ‘59초 공약짤’이 그 예다. 공약을 59초 영상에 간결하게 담은 콘텐츠는 영상 말미에 윤 당선인이 외치는 ‘좋아, 빠르게 가’라는 대사가 온라인상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청년과 접촉면을 넓혔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12월 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청년 예술인과 간담회를 가졌다. 다음날인 9일엔 페이스북을 통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답답한 시절을 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지하게 자신만의 길을 탐구하는 청년들이 참 멋졌다”며 “늘 들으려고 노력하겠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곁에 있겠다”고 했다.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8일까지, 총 165명의 청년이 유세의힘과 청년본부 등을 통해 무대 위에 연사로 오르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선거운동 마지막 유세도 ‘청년’과 함께했다. 그는 8일 오후 10시 40분께 강남역을 찾아 “청년이 멋진 꿈을 꿀 수 있는 나라를 꼭 만들겠다. 청년의 희망이 기죽지 않는 나라를 만들 것”이라며 “청년이 꿈과 희망을 포기하지 않도록 윤석열이 책임지겠다. 위축되지 말고 계속 연마해달라”라고 당부했다.
“자산형성·내집마련 지원”… 청년도약계좌·원가주택 약속한 尹
윤 당선인의 ‘청년 바라기’ 행보는 공약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는 청년들의 최대 고민거리인 주택난·자산문제를 해소할 맞춤형 공약에 촉각을 세워왔다. 청년도약계좌·원가주택 등 폭넓은 지원대책을 내놓는 한편, 청년세대의 ‘진짜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모든 정부부서에 청년 보좌역을 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당선인은 청년 재산 형성에 중점을 둔 ‘청년도약계좌’ 공약을 제시했다. 만 19~34세인 청년 금융소비자가 저축하면 정부가 1억원의 목돈을 마련하도록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가입자가 매달 70만원 한도 내에서 저축하고 정부가 가입자 소득에 따라 월 10만~40만원씩 보조하는 방식이다. 가입자 소득이 낮을수록 정부가 더 많은 금액을 보태준다.
취업 후 상환 대출 제도 대상을 확대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소득 8분위 이하 20대 취업준비생에게 연 500만원까지 최대 1000만원 한도에서 학자금과 생활비를 대출해주고, 취업 후 장기 분할상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지금까지 대학생만 혜택을 보던 취업 후 상환 학자금·생활비 대출 제도를 취업준비생까지 확대하려는 취지다.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할 방안도 제시했다. ‘청년원가주택’이 대표적이다. 청년원가주택은 건설원가 수준의 분양 주택으로, 분양가의 20%를 선납한 뒤 나머지 80%는 장기간에 걸쳐 상환하도록 하는 청년 맞춤형 주택이다. 5년 이상 거주하고 매매를 할 경우, 매매 차익의 70%를 보장한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 공공분양주택보다 가격을 더 낮춘 셈이다.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와 신혼부부에게 저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제공하겠다고도 공약했다. 생애 최초 구입자의 경우 3억원 한도에서 3년간, 신혼부부의 경우 4억원 한도에서 3년간 저금리 대출을 지원한다. 신혼부부가 아이를 낳으면 대출 기간을 5년까지 연장한다.
신혼부부 전월세 임차보증금 대출 한도는 보증금의 80% 범위 내에서 수도권은 3억원, 그 외 지역은 2억원까지 올린다. 중위소득 120% 이하 청년에게도 임차보증금을 최대 2억원까지 대출해준다. 신혼부부와 청년 대출 모두 연 2% 금리로 2년간 빌려주되 최장 10년까지 4회 연장할 수 있다.
주택 청약제도 개선 방안도 내놨다. 청약제도에 소형주택(60㎡ 이하) 기준 신설 등 개편을 약속하면서다. 1인 가구와 신혼부부 등 적합한 주택 규모에는 추첨제를 부활시킨다. 청약 가점이 상대적으로 낮은 청년세대의 당첨 기회를 보장하기 위함이다. 군 복무를 마친 장병들에게는 청약 가점 5점을 부여한다.
아울러 대통령실을 비롯해 모든 정부부서에 청년 보좌역을 배치한다. 청년들의 실질적인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취지다.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이대남·이대녀부터 1번남·2번남까지… ‘젠더갈등’은 숙제
지난 4·7 재보궐선거부터 이어진 20대 남·여의 갈등은 이번 대선에서 폭발했다. 윤 당선인의 대표공약들의 갈라치기 논란에 휩싸이면서 젠더갈등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지지 남성과 윤 당선인 지지 남성을 가르는 1번남·2번남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선거기간 내내 ‘젠더 갈라치기’ 비판은 윤 당선인을 따라다녔다. 여성가족부 폐지, 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 등 2030세대 등 일부 보수성향 남성을 겨냥한 공약 때문이다. 또 ‘반페미니즘’ 정서로 대선 본투표 전날까지 논란을 빚었다.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러한 차원에서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가 일부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일자 ‘착오’라고 정정했다.
토론회에서 부족한 ‘성인지 감수성’이 여실히 드러나기도 했다. 3차 토론회에서 ‘성인지 예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이재명)’라는 질문에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예산 중 여성에게 도움이 된다는 차원으로 만든 예산”이라고 답했다.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고 줄곧 주장해온데 대해서도 “완전히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양성평등의 개념으로 접근할게 아니다”고 모호한 대답을 내놨다.
경쟁 후보들은 이 점을 파고들었다. 이 후보는 윤 당선인을 겨냥해 “혐오와 차별, 갈등과 증오는 세상을 더 나빠지게 할 뿐”이라고 비난했고,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도 “정치가 잘못해서 청년들 미래를 빼앗아 놓고 그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서 성별로 갈라치기하고 성차별하는 정치 세력에 단호히 맞서 성 평등 국가를 만들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젠더 갈라치기’ 우려로 윤 당선인에게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들도 상당하기 때문에, 차기 정부에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깊은 고민이 필요해보인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막판 발언을 보면, 극심한 음모와 비난, 비토, 혐오 등에 초점이 맞춰져있었다”며 “20대 여성 유권자들이 윤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낮다. 젠더 문제가 더욱 극대화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최은희·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