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사는 ‘아미’(그룹 방탄소년단 팬덤) 김정은(43)씨의 자가용은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명물이 됐다. 김씨가 차량을 방탄소년단 응원 물품으로 꾸미면서다. 보닛 위엔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핫100 1위를 알리는 현수막이 놓였고, 창문엔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의 사진과 ‘BTS 포에버 영(FOREVER YOUNG)’이라고 적은 플랜카드가 자리했다. 기자가 김씨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하자, 김씨는 “이미 여러 언론사에서 사진을 찍어 갔다”며 웃었다.
10일 그룹 방탄소년단 콘서트가 열리는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은 온통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2년5개월 만에 방탄소년단을 직접 만나게 된 팬들이 보라색으로 온 몸을 치장한 채 공연장에 모여서다. 보라색 후드 티셔츠, 보라색 현수막, 보라색 버스…. 김씨도 보라색 가발로 멋을 냈다. 멤버 뷔를 가장 좋아한다는 김씨는 “리허설 소리를 들으면서도 공연을 직접 본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는다. 팬들도 멤버들만큼이나 떨리고 설렌다는 걸 멤버들이 알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 니드 유 걸♬” “와아~” 지하철 2호선 종합운동장역 출입구 근처에선 트럭과 버스를 동원한 응원이 한창이었다. 정국의 이름과 얼굴을 내건 버스 앞은 ‘인증샷’을 찍으려는 팬들로 북적였다. 트럭 전광판에선 방탄소년단의 데뷔 초 활동 영상이 끊임없이 흘러나와 공연장으로 향하던 팬들 발걸음을 붙들었다. 인근 편의점과 카페는 입구에 보라색 풍선을 달고 방탄소년단 노래를 트는 등 ‘아미 공략’에 나섰다.
공연장 앞에서 커버 댄스 공연이 펼쳐지고, 팬들이 리허설 소리를 들으며 ‘떼창’하던 지난해 1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공연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빠르게 확산하는 만큼, 팬들끼리 모이거나 응원물품을 나누는 행위 등이 자제됐다. 현장 진행요원들은 “관객 간 거리를 1m로 유지해 달라” “사진 촬영 후 바로 이동해 달라”고 안내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앞서 방탄소년단 공연을 회당 1만5000명 규모로 승인하면서 방역 관리 인원을 입장객의 5%(회당 750명) 수준으로 마련하도록 했다.
팬심은 조용히, 하지만 기쁘게 요동쳤다. 공연장 앞에서 만난 이정은(41)씨는 “2년 반 만에 열리는 대면 공연이고, 팬들과 방탄소년단 모두 기다렸던 날이라 설레고 행복하다”면서 “공연에서 소리를 지를 수 없어 아쉽지만, 멤버들에게도 팬들의 마음이 전해지길 바란다”고 했다. 경기 파주에서 온 김정은(41)씨도 “너무 오랜만에 보는 공연이라 기대가 크다”면서 “모쪼록 안전하게 공연이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해외 팬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6개월 전 한국에 왔다는 인도네시아 아미 니사(31)씨가 그 중 하나다. 니사씨는 “방탄소년단을 실물로 보기는 오늘이 처음”이라고 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하늘길이 막히고, 대면 공연도 무기한 연기되거나 취소되면서 니사씨는 온라인으로만 방탄소년단을 봤었다. 그는 “무척 흥분된다”며 “티켓을 구하기가 무척 어려웠는데 이렇게 공연을 볼 수 있어 행복하다”며 웃었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하니스(33)씨도 “대면 공연은 온라인 공연보다 멤버들과 더 연결된 느낌이 들 것 같아 기대된다”고 했다. 2년 전 영국에서 유학 온 크리스티(27)씨는 “무척 흥분된다. 오랜 시간 오늘을 기다렸다”며 “제일 좋아하는 멤버는 진”이라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은 이날과 12일·13일 세 차례에 걸쳐 공연을 연다. 소속사 빅히트뮤직은 ‘춤추는 데 허락은 필요 없다’는 메시지, 방탄소년단과 팬들의 ‘만남’에 초점을 두고 이번 공연을 기획했다고 한다. 10일·13일 공연은 온라인으로 스트리밍되고, 12일 공연은 전 세계 60여개 지역 영화관에서 생중계된다. 멤버들은 공연을 앞두고 소속사를 통해 “마치 데뷔 초, 처음 팬들 앞에서 공연하는 느낌”이라며 “한 곡, 한 곡 소중하게 생각하며 모든 것을 다 쏟아붓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