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인격 히어로 ‘문나이트’ 1·2화 미리 보니 [쿡리뷰]

다중인격 히어로 ‘문나이트’ 1·2화 미리 보니 [쿡리뷰]

기사승인 2022-03-29 22:00:02
‘문나이트’에서 1인4역을 소화한 배우 오스카 아이작.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박물관에서 기념품을 판매하는 스티븐 그랜트(오스카 아이작)는 요즘 매일이 괴롭다. 몽유병과 환청 때문이다. 꿈에서 정체 모를 목소리를 듣는 날엔 어김없이 낯선 곳에서 깨어나곤 한다. 침대에 발을 묶고, 잠들지 않으려 애를 써 봐도 소용없다. 유독 긴 꿈을 꾼 다음날 스티븐은 충격적인 존재를 마주한다. 자기 안의 또 다른 인격 마크 스펙터(오스카 아이작)다. 꿈인 줄 알았던 세상은 사실 마크의 세계였다. 해리성 정체감 장애(다중인격)를 가진 슈퍼 히어로 문나이트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디즈니+ 신작 ‘문나이트’는 동명의 마블코믹스 작품을 원작으로 한 6부작 드라마다. 주인공 스티븐은 ‘영국 아싸(아웃사이더)’다. 성격이 소심하고 내성적이라 친구가 거의 없다. 매일 보는 박물관 직원마저 그의 이름을 잘못 알 정도로 존재감이 작다. 또 다른 인격 마크는 미국 시카고에서 온 용병이다. 몸짓은 날래고 주먹은 강력하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인격을 아서 해로우(에단 호크)가 뒤쫓는다. 스티븐·마크가 가진 ‘스카라브’라는 영물을 손에 넣기 위해서다.

두 인격과 한 남자는 어쩌다 목숨 건 추격전을 벌이게 됐을까. 실마리는 고대 이집트 신화에 있다. 아서는 이집트 신 암미트를 추종한다. 그는 암미트가 주장하는 선(善)을 이상으로 여기며 사람들을 심판한다. 마크는 또 다른 이집트 신 콘슈를 위해 일하는 아바타다. 스티븐을 괴롭히던 환청도 실은 콘슈의 목소리다. 마크는 아서와 맞서기 위해선 자신이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콘슈도 마크에게 몸을 넘겨주라고 스티븐을 재촉한다. 스티븐은 통제권을 넘기기 싫다. 마크의 슈트를 입고 아서에게 맞서보지만 역부족이다. 극과 극인 두 인격은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슈트를 입은 문나이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문나이트’는 마블 최초 다중인격 히어로를 내세운다. 문나이트, 미스터 나이트, 스티븐, 마크 등 4개 인격이 공존한다. 그간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서 악당의 것으로 묘사되던 다중인격 속성을 영웅에게 줬다는 점이 신선하다. 혼자서 4개 인격을 연기한 배우 오스카 아이작은 “스티븐은 트라우마로 인한 정신적인 문제를 극복하려 노력하는 인물”이라며 “이 여정이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들의 면면도 흥미롭다. 특히 암미트의 대척점에 선 콘슈는 마냥 정의로운 존재로만 묘사되지 않아 궁금증을 자극한다. 가족 같은 유대감을 나눴던 어벤져스 등 마블의 다른 슈퍼 히어로 무리와 달리, ‘문나이트’에서는 인격들끼리 혹은 인격과 신이 서로 대립각을 세운다.

다른 마블 시리즈와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아 ‘마·알·못’(마블을 알지 못하는 사람)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아이작과 에단 호크, 두 주연 배우는 뛰어난 연기력으로 작품 분위기를 주무른다. 스티븐은 음울하지만 연민을 불러일으키고, 마크는 날렵하며 강인하다. 호크는 차분한 표정 아래 사이비 교주 같은 섬뜩함을 숨겨뒀다. 스티븐을 향해 걸어오는 장면만으로도 신경을 곤두서게 한다. 스티븐을 괴롭히던 몽유병과 환청의 비밀이 드러나는 1화는 심리 스릴러에 견줄만한 긴장감을 자랑한다. 뒤틀린 평온함과 음산한 미스터리로 시청자를 붙든다. 이집트 출신 모하메드 디아브 감독의 솜씨다. 작품은 30일부터 매주 수요일 1편씩 공개된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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