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속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 퀴즈’) 출연 회차가 20일 방송됐다. 윤 당선인은 ‘어느 날 갑자기’라는 부제로 시작된 ‘유 퀴즈’ 150회 방송에 첫 게스트로 출연했다. 다소 짧았던 18분의 윤 당선인 출연 분량이 평소 다른 게스트들이 출연하는 ‘유 퀴즈’와 어떻게 달랐는지 정리했다.
웃음이 사라졌다
오프닝부터 촬영장 분위기가 평소와 달랐다. 의자에 앉은 유재석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보시면 아시겠지만, 지금 여기 분위기가 보통이 아니다. 굉장히 삼엄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유 퀴즈’에서 단 한 번도 없었던 분위기”라며 “저희도 갑자기… 당황스럽긴 하다”고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임을 간접적으로 전했다.
윤 당선인의 출연 계기를 묻는 대화를 나누던 중 유재석이 “솔직히 저희 입장에선 부담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에 윤 당선인은 “그럼 제가 안 나올 걸 그랬나요”라고 농담을 했다. 이에 유재석과 조세호는 웃음을 터뜨린 이후 주변을 둘러보며 “왜 우리만 웃었어요. 왜 스태프들 안 웃으시지?”라며 “당선인이 오시다 보니까 촬영장 분위기가 평소와 다른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몇시에 잤는지, 퀴즈를 진행할지 등 추가 질문을 할 때마다 유재석이 관계자에게 동의를 구하는 모습도 보였다.
최근 ‘유 퀴즈’에선 녹화 도중 담당 PD와 작가, 촬영하는 스태프들이 종종 웃음을 터뜨리거나 대화를 나누는 분위기였다. 유재석은 그때마다 촬영장 분위기를 설명하며 대화를 이어가곤 했다.
주제가 사라졌다
이날 회차 주제인 ‘어느 날 갑자기’와 맞는 질문은 ‘대통령 당선되기 이전과 이후가 어떻게 달라졌냐’ 하나였다. 윤 당선인과 하루 일과부터 사법고시 합격 일화, 검사 재직 시절 밥 총무 일화 등에 대부분의 시간을 썼다. ‘당선 이후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을 먹었는지’처럼 가벼운 질문도 있었다. 첫 인사를 나눈 후 유재석은 “저희가 지금 토크를 이렇게 해도 되는 건지 얘기하고 있었다”고 말을 건네자, 윤 당선인은 “영광이죠. 이런(분들과 만나게 돼서)”라고 다소 어색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평소 ‘유 퀴즈’는 MC들이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준비되지 않은 의외의 질문이나 개인적인 친분과 생각들을 자연스럽게 나누는 콘셉트로 기존 토크쇼와 차별화를 둔다. 이날 출연한 다른 게스트들도 인생의 궤도가 갑자기 달라진 계기부터 얼마나 크게 달라졌는지, 어떤 노력을 했는지 등 이전과 이후의 차이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예고편이 사라졌다
이날 방송은 사전 예고편을 찾아볼 수 없었다. ‘유 퀴즈’ 홈페이지 미리보기 게시판에 방송 내용을 미리 알려주는 글도, 예고편 영상도 올라오지 않았다. 유튜브에 올리던 선공개 영상도 찾아볼 수 없었다. 방송 하루 이틀 전에 촬영 현장 스틸 사진과 함께 누가 출연할지 예고하는 인스타그램도 활동을 멈췄다. 포털 사이트에 ‘유 퀴즈’를 검색해도 ‘해당 회차는 방송사에서 정보를 제공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회차 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 자사 OTT인 티빙에서만 방송을 확인할 수 있다.
평소 ‘유 퀴즈’는 각 출연자의 마지막 엔딩 장면을 그날 대화의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이나 각자의 개성을 보여주는 포즈와 함께 일러스트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위에 친필로 각자 하고 싶은 메시지나 사인을 남기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하지만 윤 당선인은 평범한 정면샷으로 일러스트만 등장할 뿐 아무 메시지도 적지 않았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