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마트워치, 스마트폰, 스마트링 등 헬스케어 기능을 가진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코로나19로 국민의 건강관리 니즈가 높아지면서,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병원에 가지 않아도 자신의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한고혈압학회, 대한심부전학회 등에서 스마트워치와 같은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해 환자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있다. 의료계 역시 스마트 기기의 '정밀도' 우려를 넘어 대중의 ‘활용도’에 주목하고 있는 추세로 볼 수 있다.
쿠키뉴스는 스마트기기의 헬스케어 기능에 주목해보고, 이들의 실효성에 대한 의료계의 입장을 들어봤다.
‘스마트’한 건강관리에 대중 선호도 증가…“더 많은 기능 원해”
건강은 진료중심에서 예방중심, 질병중심에서 관리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게다가 갑자기 찾아온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병원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방안에 수요가 높아진 것이다. 이에 따라 ‘웨어러블 스마트 기기’ 활용이 하나의 트렌드로 떠올랐다.
대표적으로 스마트워치를 예로 들 수 있다. 2021 국내 스마트워치 사용자 설문조사(출처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스마트워치 구매 시 헬스 기능이 구매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라는 질문에 응답자 67%가 ‘중요하다 혹은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는 ‘앞으로 탑재됐으면 하는 헬스케어 기능’에는 ‘체성분 측정(42%)’, ‘혈당(29%)’, ‘체온(17%)’이라고 대답했다.
실제 2030세대 사례를 살펴보면 스마트워치 사용자끼리 연동해 상대방의 하루 운동량을 확인할 수 있고, 모바일 앱과 연결해 운동량, 식단 등 건강 관련 사항을 기록하기도 한다. 5060세대에서는 고혈압, 고지혈증 등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스마트워치로 혈압, 심박 수를 측정해 병원 진료 시 의사와 데이터를 공유하거나 이상징후를 빠르게 파악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스마트 워치로 목숨을 구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국내 한 커뮤니티 이용자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심장 부위 통증·현기증을 느낀 아내가 증상이 지속되자 스마트워치로 심전도를 재본 결과 ‘신호불량’, ‘이상신호’가 나왔다. 이후 병원을 찾아가자 ‘심낭염’ 진단이 나왔다”고 글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웨어러블 스마트 기기의 활용도는 더욱 다양해지는 추세다. 스마트벨트로 허리둘레를 측정해 식습관, 배변습관을 감지하거나 인바디 측정이 가능한 손목 밴드로 실시간 체중 관리를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에서는 스마트 반지를 활용해 코로나19 환자 활력징후를 측정하기도 했다.
의료계, 측정 값 오류 우려 있지만…건강 ‘소통창구’로서 활용
대중의 웨어러블 스마트 기기 활용이 높아지자 의료계에서도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기기 측정값의 정밀도가 떨어진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했던 기존 의견에서, 우선 기기를 통해 건강관리 관심부터 높여야 한다는 입장으로 변화한 것이다.
일례로 대한고혈압학회는 4년 전부터 ‘자기혈압 알기’ 캠페인을 시작, 그 일환으로 지난해부터 ‘스마트워치 혈압 측정’ 이벤트를 진행해왔다. 대한부정맥학회도 원격모니터링과 같은 신기술에 주목하고 더 많은 환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 개편, 급여 기준 확대 등에 노력하고 있다. 또 대한비만학회에서는 ‘IT 융합 대사증후군 치료위원회’를 구성, 운영해 새로운 수단을 활용한 효과적인 비만, 대사질환 관리 방법론을 개발하고 홍보해왔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이해영 교수는 ‘혈압측정’과 관련해 “가정에서 정확하게 측정된 혈압은 진료실 혈압보다 예후를 더 잘 예측하고 약물 순응도·조절률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가정 내 혈압, 평상시 혈압 측정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스마트워치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진 만큼 학회는 이를 적극 이용하고자 한다”며 “특히 젊은 세대에서 고혈압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기기를 활용함으로써 이들의 관심과 인식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워치는 측정값에 대한 정밀도 우려가 있는 만큼 주기적인 ‘혈압계 측정’이 필요하다. 실제 학회 가이드라인에서도 스마트워치 혈압 측정 전에 혈압계를 이용한 혈압 측정 값 입력을 기본으로 한다. 이후 매달 한 번 이상은 혈압계를 통한 측정이 권고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안정적인 상태에서 혈압을 측정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혈압계 측정값이 정확해야 이후 스마트워치에서도 올바른 측정값이 나온다”며 “측정 전 30분 이상 커피, 운동, 음주, 흡연을 삼가고, 한번 잴 때 3~5회 측정을 반복해 값을 보정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최기준 교수는 ‘심전도 측정’과 관련 “최근 무선 홀터를 비롯한 스마트 헬스디바이스의 개발이 많이 이뤄져 부정맥 진단치료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스마트워치 등을 통한 웨어러블(착용형) 심전도 검사도 크게 주목받고 있는데, 실상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입증된 의료장비로 인정받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의료진 사이에서도 찬반 논란이 있어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웨어러블 심전도는 심장의 이상징후를 파악하고 대비할 수 있다는 데 유용하다고 인정하고 있다. 다만 스마트워치는 파악에 도움이나 보조 정도는 된다고 생각하고 정부에서도 수가를 적용한 것으로 본다”며 “무엇이든 의료진의 전문적인 판독 전제 하에 정확히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만, 운동’과 관련해 시흥 좋은가정의원 이철진 원장(대한비만연구의사회 총무이사)은 “스마트 기기가 비만 환자 동기 부여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체질량지수나 인바디 수치를 몰라서 살이 찌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두 가지 수치로는 살을 빼거나 비만을 관리하긴 어려울 수 있다”며 “동기부여나 서포트 할 수 있는 전문가 상담이 지원돼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국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황희진 교수도 “스마트 기기가 한 눈에 자신을 관리하기엔 도움이 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비만 관리에 있어서는 자발적 의지가 전제조건이 돼야 한다. 체중 관리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는지, 물리적·시간적·비용적 제한이 없는지 살펴보고 그 사이에 보조도구로서 스마트 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전문가가 함께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덧붙여 “스마트기기는 자신과 자신의 건강관리 사이에 ‘소통창구’ 역할이다. 아직까지 측정값이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진단이나 치료 목적으로서는 사용할 수 없다”면서 “다만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자신의 상태에 대해 모르거나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줄 수 있는 보조 역할로서는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웨어러블 기기 ‘넥스트 레벨(Next level)’, 쏟아지는 새로운 기술들
이러한 흐름은 웨어러블 스마트 기기 시장에도 반영된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세계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 시장은 2019년 약 54억달러 규모에서 연평균 20.6% 성장, 2025년 167억3200만달러 규모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도 헬스케어 기능 확대를 위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우선 스마트워치의 기술 확장은 누구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출시가 머지않은 ‘애플워치8’은 체온 센서, 여성 건강과 수면관리, 약물 관리 기능 등이 대폭 추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갤럭시워치5’도 체온 측정 기능이 추가될 예정이다.
이전에는 없던 기술들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모조비전은 운동기능을 추적할 수 있는 ‘스마트 렌즈’에 대해 올해 1월 FDA 승인을 받았다. 해당 제품은 스마트 렌즈를 낀 채 운동하면 실시간으로 눈앞에 심장박동 수, 운동량 등 각종 데이터가 나타나며, 골프장에선 홀까지 거리, 공략법 등의 정보도 얻을 수 있다.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 신소재공학과 한세광 교수 연구팀이 만든 ‘스마트 렌즈’는 실시간 모니터링이 탑재돼 눈물을 통해 혈당을 지속 측정할 수 있다. 한세광 교수 연구팀은 지더블유바이텍과 업무협약을 하고 해외시장 진출을 추진키로 했다.
이 외에도 영유아의 전해질 칼륨 나트륨 수치를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 젖꼭지’, 욕창을 방지하는 ‘스마트 귀저기 센서’,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전자 코’, 걸음걸이와 걷는 자세를 측정하는 ‘스마트 밴드’ 등이 출시됐거나 개발 중에 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