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우크라이나행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이 당 내에서 분출됐다.
5선 중진인 정진석 국회부의장은 6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행에 대한 주변인들의 의문을 전했다. 그는 “주변인들이 내게 조심스럽게 묻는다. ‘이 대표가 우크라이나에는 왜간 것인가’, ‘좀 뜬금없지 않는가’”라며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이 자기정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와 정동만·김형동·허은아·박성민·태영호 의원 등으로 이뤄진 대표단은 지난 3일 저녁 우크라이나로 출국했다. 이 대표는 우크라이나 방문 기간동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여당 지도부를 접견할 계획이다. 오는 9일 귀국 예정으로 10일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 오찬에서 우크라이나 측의 요청사항 등을 전달할 전망이다.
정 부의장은 이같은 출국이 정부 측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의 고집’ 때문에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와 청와대 외교안보 핵심관계자들은 대부분 난색이었다고 한다. 보름 전쯤 이 대표가 우크라이나행을 고집해서 하는 수 없이 외교부가 우크라이나 여당 대표이 초청장을 받아준 모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만리 이역 땅에서 벌어진 전쟁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두 나라 사이에 얽히고 설킨 애증, 우리로서는 이해조차 어려운 일”이라며 “전쟁으로 빚어진 인도적 참상을 외면해선 안된다. 그렇더라도 어느 일방의 편을 들기는 곤란하다”고 날을 세웠다.
당 대표로서 적절한 처신이 아니었다고도 지적했다. 정 부의장은 “굳이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윤석열 정부에 보탬이 되는 여당의 역할을 먼저 고민해야하지 않겠는가”라며 “차분하게 우리 당의 현재와 미래를 토론하는 연찬회부터 개최하는 게 순서”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에 큰 빚을 졌다. 윤석열이라는 ‘독보적 수단’을 활용해 정권교체의 숙원을 이뤘다”며 “좀 더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소수 여당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방안부터 차분히 모색하는 국민의힘이 됐으면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 대표는 정 부의장의 공개비판에 “어차피 기차는 간다”라는 한줄 문장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정 부의장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그의 공개 비판에 대한 반박 차원으로 풀이된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