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 노래 후 “좋지요?”…후배들이 기억하는 송해

즉흥 노래 후 “좋지요?”…후배들이 기억하는 송해

“영화 촬영장서 즉흥 노래한 송해, 미소가 선연”
“비대면 콘서트 최고령…연륜·열정 존경스러워”

기사승인 2022-06-09 06:00:39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송해의 빈소.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전국~ 노래자랑!” 경쾌한 실로폰 소리와 함께 일요일 낮을 밝히던 이 목소리를 더는 들을 수 없게 됐다. ‘최고령 현역 MC’ ‘일요일의 남자’로 불리던 방송인 송해가 8일 별세했다. 후배 연예인들은 그를 “바다 같은 어른”(코미디언 이용식), “진정한 큰 별이자 스승님”(가수 이현우), “모든 국민과 함께 하신 선배님”(방송인 하리수)으로 기억했다.

영화 촬영 중 노래 한 곡조…“어때요? 좋지요?”

1955년 연예계에 발을 들인 송해는 반세기 넘게 활동한 원로였지만, 후배들과 늘 격의 없이 소통했다. 이날 이종필 감독이 쿠키뉴스에 들려준, 10년 전 영화 ‘전국노래자랑’(감독 이종필) 촬영 때 일이다. 기나긴 대기 시간에 보조출연자 수백 명이 지쳐갈 즈음, 송해는 제작진에게 마이크를 달라고 청하더니 노래를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 일요일의 남자 송해쏭♬” 그가 KBS1 ‘전국노래자랑’에서 자주 부르곤 했던 ‘나팔꽃 인생’이었다. 촬영장에 있던 사람들 모두 박수 치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이 감독은 “‘어때요? 좋지요?’라며 환하게 웃으시던 선생님 얼굴을 잊지 못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송해는 1988년 ‘전국노래자랑’ 마이크를 처음 잡은 뒤 34년 간 무대를 지켰다. 가수 송가인, 임영웅, 그룹 오마이걸 멤버 승희 등이 ‘전국노래자랑’을 거쳐 갔다. 2017년 ‘전국노래자랑’에 처음 출연해 “송해 선생님을 만나 소원을 이뤘다”고 말했던 가수 설하윤은 쿠키뉴스에 “언제나 반갑게 맞아주시고, 두 손 꼭 잡고 응원해주시던 선생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했다. 올해 초 KBS1 ‘여러분 고맙습니다 송해’ 무대에도 올랐던 그는 “아직도 그 무대가 선명히 기억난다”며 “매주 일요일 전 국민과 함께하시던 선생님께서 부디 편안하게 잠드시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송가인은 SNS에서 “제일 먼저 재능을 알아봐 주시고 이끌어주신 선생님, 잘되고 나서도 진심으로 축하해주시던 감사한 마음 잊지 않겠다”고 밝혔다.

송해는 최고령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로 지난달 기네스세계기록에 등재됐다. KBS

“94세에 비대면 콘서트, 열정·연륜 존경”

송해는 생전 애주가로 유명했다. 젊은 사람도 송해의 주량을 따라가지 못해 백기를 들곤 했다. 한 가요 관계자는 “선생님은 약주를 하신 다음날에도 멀쩡하신 모습으로 ‘전국노래자랑’을 촬영하러 오셨다”고 귀띔했다. 지난 몇 년 간 건강 악화로 프로그램에 차질을 주지 않으려 술을 줄였지만 “그것도 안 먹으면 인생이 적막하잖아”(MBC ‘라디오스타)라고 농을 치곤 했다. 그만큼 송해는 컨디션 관리에도 열심이었다. 평소 자가용 없이 ‘BMW’(버스·지하철·걷기)로 일컬어지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체력을 다졌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노래자랑’ 현장 녹화가 어려워졌을 때도 그는 낙심할 줄 몰랐다. 지난해 5월에는 비대면 토크 콘서트 ‘송해의 인생티비’로 시청자를 만났다. 콘서트를 제작한 김영석 예음 C&C 대표는 “선생님은 최고령으로 비대면 콘서트를 여셨는데도, 젊은 친구들만큼 언택트를 잘 이해하셨다. 제작진이 기대한 것 이상으로 현장을 잘 이끌어주셨다”면서 “오랫동안 활동하며 쌓으신 경험과 연륜, 늘 공부하시는 자세, ‘공연 시간이 예정보다 길어져도 상관없다’시던 열정 등 여러 면에서 존경스럽고 귀감이 되는 분이셨다”고 돌아봤다.

지난해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송해 1927’(감독 윤재호)의 이기남 프로듀서는 “송해 선생님은 언제든 만나면 반가운 분이셨다. 영화 ‘송해 1927’을 아껴주시고 기회도 많이 주셨다”고 말했다. 송해는 이 영화에서 무대 아래 일상을 보여주고, 아들과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아버지이자 남편으로서 살아온 인생을 돌아봤다. 이 프로듀서는 “많은 분들이 보낸 사랑을 갖고 좋은 곳으로 가시길 바란다. 사람들이 선생님을 오랫동안 기억해주시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장례는 대한민국방송코미디언협회장으로 치러진다. 엄영수 코미디언협회장이 장례위원장을, 코미디언 석현 김학래 이용식 최양락 유재석 강호동 이수근 김구라 등이 장례위원을 맡는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2·3호실에 차려졌다. 영결식은 10일 오전 4시30분이다. 장지는 2018년 세상을 떠난 부인 석옥이 여사 곁인 대구 달성군 송해공원에 마련된다.

이은호 이준범 김예슬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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