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은 12일 오전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대화 본회의 기조연설에서 미국과 대만을 겨냥해 “대만 독립은 결코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앞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전날 아시아안보회의 연설에서 대만에 대한 중국의 무력시위를 비난했다. 오스틴 장관은 미국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유지하고 있으며,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 현상 유지에 중점을 둔다고 전제했다.
다만 “우리는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현상 변경에 단호히 반대한다. 우리의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 (중국에는)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중국은 인도·태평양의 안보·안정 그리고 번영을 해치는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웨이 부장은 전쟁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어떤 국가는 대만 문제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과 약속을 저버리고, 대만독립 세력의 잘못된 행동을 지지하며 걸핏하면 ‘대만 카드’를 들고나온다”며 “일방적으로 포격을 가하는 국내법을 이용해 남의 나라 일과 내정에 간섭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누군가가 감히 대만을 분열(중국에서 분리)시키려 한다면 중국군은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일전을 불사하며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통일은 민족의 대업이자 역사의 대세이며 누구도, 어떤 세력도 막을 수 없다”고 목소리 높였다.
대만 당국을 향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이른바 92공식(九二共識)을 근거로 내세우면서다. 하나의 중국이라는 인식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다. 이는 중국과 대만의 정부 간 접촉이 아닌 반관영기구 사이의 회담에서 공유된 내용이다.
웨이 부장은 “민진당 당국은 양안이 하나의 중국에 속한다는 현상을 바꾸려 한다”며 “92공식을 인정하지 않고 점진적으로 대만 독립을 추구하며 외국 반중 세력의 앞잡이 역할을 하다가는 결국 장기 말로 희생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이어 “나는 이 자리에서 대만 독립 분자와 그 배후 세력에 엄숙히 경고한다”며 “대만 독립은 죽음의 길이자 망상일 뿐이니 자중하고 단념하라”고 강조했다.
웨이 부장은 “역사의 수레바퀴는 앞으로 굴러갈 것이고, 어떤 사람도 중국 통일의 발걸음을 저지할 수 없다”며 “국가 주권과 영토를 수호하겠다는 중국군의 굳은 결의와 굳은 의지, 강력한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중국을 분열시키려는 시도로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이들은 분명히 좋지 않은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군사 전문가들도 가세했다. 중국 군사전문가 쑹중핑은 글로벌타임스에 “오스틴 장관의 발언은 미국이 중국의 통일에 반대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미 국방부와 백악관은 중국의 국내 문제인 대만 문제를 국제화하고 복잡하게 만들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 중인 허레이 전 인민해방군 군사과학원 부원장도 “오스틴 장관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공동 비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미국이 보여준 것은 명확히 배타적인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