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 여왕, 록스타…(여자)아이들 [쿡리뷰]

사자, 여왕, 록스타…(여자)아이들 [쿡리뷰]

기사승인 2022-06-20 06:00:05
데뷔 후 처음으로 월드투어에 나서는 그룹 (여자)아이들. 큐브엔터테인먼트

그룹 (여자)아이들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19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본 (여자)아이들 콘서트 ‘저스트 미 ( )아이들’(JUST ME ( )IDLE)은 이런 사실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한국대중음악상 수상작인 ‘라이언’(Lion)을 부를 때 (여자)아이들은 사자 왕이 됐고, 노래 ‘화’에선 날름대는 불길이 됐으며, 불세출의 히트곡 ‘톰보이’(TOMBOY)에서는 록스타가 돼 객석을 뒤집었다.

데뷔 후 처음 갖는 월드투어의 시작을 알리는 공연이었다. 3000여명이 들어설 수 있는 공연장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여자)아이들은 애초 18~19일 2회 공연만 준비했으나, 팬클럽 회원을 대상으로 한 선예매에서 모든 티켓이 팔려나가 17일 공연을 추가했다. (여자)아이들은 이번 공연에서 역대 음반 타이틀곡 등 20여곡 무대를 선보였다.

“이제 그러면 제대로 가볼게요. 에브리데이, 에브리나잇…” 소연이 운을 띄우자 관객들은 한 목소리로 “라타타”라고 외쳤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방역 지침에 그간 ‘떼창’하지 못한 한을 풀려는 걸까. 관객들이 노래 중간 중간 넣는 응원 구호는 공연장을 뚫을 듯 쩌렁쩌렁했다. 소연은 “3일 공연 중 오늘이 가장 반응이 좋다”며 즐거워했다. 라이브 밴드의 연주는 박진감을 더했다. 드럼은 심장을 두드릴 기세였고, 이에 질세라 기타도 맹렬하게 달렸다.

무엇보다 무대마다 채도와 온도를 바꾸는 (여자)아이들의 매너가 일품이었다. 첫 곡 ‘오 마이 갓’(Oh My God)을 관능으로 물들였다가 여름 분위기의 댄스곡 ‘덤디덤디’(DUMDi DUMDi)를 부를 땐 개구쟁이처럼 명랑해졌다. 제목이 같은 두 노래 ‘한’(一)과 ‘한’(寒)은 동양적인 분위기를 각각 애절하게, 스산하게 표현한 점이 돋보였다. 불온한 얼굴로 사랑을 속삭이고, 이별을 노래하며 서늘함을 주는 팀. (여자)아이들은 그렇게 독보적인 색깔로 무대를 물들였다.

(여자)아이들. 큐브엔터테인먼트

공연 후반부에 다다를수록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여자)아이들이 Mnet ‘퀸덤’ 결승전에서 선보여 크게 히트한 ‘라이언’을 부르기 시작하자 공연장은 거대한 초원으로 변하는 듯 했다. 랩과 함께 내뿜은 소연의 정제되지 않은 에너지와 민니의 날카로운 고음에 객석은 금세 달아올랐다. 노래 말미 무대에 펼쳐진 휘장과 전광판에 나타난 왕좌가 (여자)아이들의 기세에 마땅히 어울렸다.

(여자)아이들은 록스타였고 힙합 전사였다. 끓어오르는 자신감은 ‘어-오’(Uh-Oh)와 ‘마이 백’(MY BAG)으로 터져 나왔다. 사납고 강렬하게 돌진하는 (여자)아이들의 에너지는 ‘톰보이’ 무대에서 절정을 찍었다. “이 곡은 응원 구호 없이 전체 떼창으로 가겠습니다!” 소연이 이렇게 외치자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목소리가 물결처럼 퍼졌다. ‘남자도 여자도 아냐. 그냥 나, 아이들일 뿐’이란 이 곡 가사가 공연 제목 ‘저스트 미’(그냥 나)를 완성시켰다.

소연은 공연을 마치며 “네버랜드((여자)아이들 팬덤) 여러분께 사랑받을 수 있어서 우리는 행운이고 행복하다. 우리도 여러분을 열심히 사랑하겠다”고 했다. 민니는 “3일 동안 꿈같은 시간을 보냈다. 여러분 덕분에 우리가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다. 오늘을 절대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서울 공연을 끝낸 (여자)아이들은 다음 달 미국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로스앤젤레스(LA)를 시작으로 샌프란시스코·시애틀·달라스·휴스턴·시카고·뉴욕·애틀랜타를 돈 뒤, 남미와 아시아 주요 도시에서 현지 팬들을 만난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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