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할수록 고통 받는 ‘화상’…“치료 지원책 절실” 

가난할수록 고통 받는 ‘화상’…“치료 지원책 절실” 

24년간 화상 환자 치료한 허준 한강성심병원장 일침
“낮은 수가 개선하고, 화상병원 지원 강구해야”

기사승인 2022-06-21 13:34:10
화상환자를 진료보는 의료진 모습.   쿠키뉴스 자료사진

“경제사정이 안 좋을수록 화상의 빈도, 정도가 심하다. 하지만 이들은 고비용의 중증도 화상치료를 감당할 돈이 없어 매일 고통에 울부짖을 수밖에 없다.”

가난은 화상과 밀접한 부분이 있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불에 타기 쉬운 소재로 지어진 환경 속에서도, 맞벌이 부모나 돌봐줄 사람이 없어 혼자 지내야하는 아이, 독거노인 등 쉽사리 화재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들은 화상이 생겨도 치료 받을 수 있는 지원과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된다. 일례로 화상치료에 주로 사용되는 폼(Form)과 같은 치료재료는 화상범위와 상관없이 주 3회 두 장만 급여가 되고 나머지는 비급여 치료로 이뤄진다.

범위가 넓을수록, 진피층까지 손상돼 화상 정도가 심한 경우 하루에도 몇 장씩 드레싱을 바꿔줘야 하지만 환자도 의료진도 쉽사리 치료에 나설 수 없다. 환자도, 병원도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20일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허준 한강성심병원 원장이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한강성심병원


화상 분야에만 24년 넘게 몸 담았던 허준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병원장은 20일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를 통해 “오랫동안 화상환자들을 치료해오면서 느낀 건 가난한 사람들일수록 화상의 빈도와 정도가 심하다는 것이다. 노인, 아이는 물론이고 성인들도 마찬가지”라며 “문제는 이들이 화재 속에서 살아남더라도 화상을 치료할 돈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증도 화상 치료는 일반인도 부담스러워하는 고비용 치료다. 하지만 치료를 하지 않으면 살이 붙고 오그라들어 나중엔 제대로 움직일 수조차 없다”며 “목숨을 건졌어도 그들은 더 큰 고통 속에서 매일 아침 몸부림칠 수밖에 없다. 사는 것이 더 힘들다는 말을 하는 환자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결과 원인은 이들에 대한 국가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과 비합리적인 수가 체계로 인해 병원 운영이 힘들어지면서 환자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그 중에서도 문케어 당시 갑작스런 급여화가 진행되면서 업체가 치료재료 공급을 포기할 정도로 낮은 수가를 책정하는 바람에 국산 제품들은 발전이 어렵다. 즉 업체 측에서도 돈이 안되니 개발하는 곳도 많지 않다는 것. 결국 남는 것은 비싼 수입재료다.

그는 “화상은 공공성이 강한 분야다. 수가가 정상화되지 않아 몇 없는 화상전문병원 운영이 어려워지면 결국 아래 등급 병원의 부담이 커지고, 화상 치료 가격도 비싸질 수밖에 없다. 결국 환자 부담은 점점 더 늘어나게 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중들의 공감도 필요하다. 화상이란 분야 자체는 작을지 몰라도 사회적으로 보면 크다. 사회적 손실이 큰 부분은 체계가 갖춰 줘야하고 그 부분을 국가가 책임지고 방안을 찾아줘야 한다. 가난한 자들이 지금도 화상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살아도 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사라져가는 화상 전문병원과 전문의도 ‘회생’해야

2014년 이래로 꾸준히 문제가 제기됐던 화상전문병원과 화상 전문의 부족은 여전히 나아진 게 없다.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화상전문병원은 전국에 5곳으로, 중증 화상을 치료하려면 부산이나 서울로 갈 수 밖에 없다.

소방청이 발표한 ‘2021년 119구급서비스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에서 약 130명의 화상 환자가 발생했다. 또 화상 치료 등 전문의 부족 때문에 환자가 재이송된 경우만 지난해 70건 가까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도내에서도 중증 화상 및 전신 화상 환자를 정밀 치료할 수 있는 의료인력 확충이 과제로 부각되기도 했다.

허 병원장은 “대학병원급 화상전문으로 유일한 한강성심병원마저도 실상 정부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비인기 과목에다 대중의 인식도도 많이 떨어져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물며 진주의료원처럼 지역 내 유일했던 종합병원도 사라지는 판에 화상 전문병원이라고 살아남을 수 있나”라며 “하지만 화상은 여전히 국민 삶에 매우 가깝고 필수적인 진료 과목이다. 저수가, 저비용 치료로 병원도 의료진도 일을 지속하기 쉽지 않지만 소신 하나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소신에도 모든 것을 커버할 순 없다. 지역사회 1차 진료 담당 인력이 필요한데 현재 인프라 갖고는 치료 받을 수 있는 곳이 한정적이다. 언제까지고 지방 환자를 서울까지 오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국내 수가체계 상 화상만으로는 지역 병원 운영이 힘들다. 따라서 종합병원 구축을 돕고 그 안에서 화상 진료가 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의료공백 해결 차원에서도 정부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수가나 제도 체계화, 지원이 개선되려면 해당 분야에 대한 공감대와 타당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화상 분야가 여전히 대중의 공감대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럼에도 본원이 짊어진 책임만큼 앞으로도 대중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화상 위험성과 예방, 병원 및 인력 인프라 확대 필요성에 대해 계속 목소리 낼 예정”이라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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