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이 올 여름은 지난해보다 더 더울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의 도움말을 통해 무더운 여름에 특별히 더 신경써야할 질환에 대해 알아보자.
심혈관질환
무더운 여름철에 유의해야 할 질환 중 하나는 ‘심혈관 질환’이다. 더위로 인해 땀을 흘리면 몸 속 수분이 적어지고 혈액 점도가 높아진다. 그러면 혈관 속에서 혈전을 키워 급성 심근경색 발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열을 발산하기 위해 말초 혈관을 확장시키는 과정에서 심장에 부담이 늘어나 노인이나 심장질환 위험인자(고혈압, 당뇨, 심부전 등)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당뇨병을 앓고 있는 성인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2~4배, 관상동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3~7배 증가한다. 고혈압 환자의 경우 정상인에 비해 5년 더 빨리 심혈관질환을 경험한다. 그렇기 때문에 당뇨병, 고혈압 환자는 여름철에 좀 더 질환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생활 습관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담배 반드시 끊기 △술은 하루에 한두 잔 이하로 줄이기 △음식 싱겁게 먹기 △채소와 생선 충분히 섭취하기 △가능하면 매일 30분 이상 적절한 운동하기 △적정 체중·허리둘레 유지하기 등을 권고한다.
만약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를 갖고 있거나, 이미 병력이 있다면 전문의 상담을 통해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을 고려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이경훈 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할 경우 잊지 않고 매일 한 알씩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만약 복용 중단을 고려해야 한다면 리바운드 효과에 유의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통·설사
습한 장마철과 무더운 여름에는 복통이나 설사를 경험하는 사람이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통계(2019년)를 봐도 위장염 및 결장염 환자는 7월에 대폭 상승해 8월에 정점에 이른다.
복통과 설사의 원인은 다양하다.
위 내벽과 소장, 대장에 발생하는 위장염은 대부분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세균, 기생충, 화학 독소, 약물 등에 의해 나타날 수 있다. 주요 위장염 바이러스에는 노로바이러스, 로타바이러스, 아스트로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등이 있다. 세균성 위장염은 발생 빈도가 바이러스성 위장염보다 낮은 편이다. 비브리오, 콜레라, 살모넬라, 이질균 등 다양한 세균이 원인이 돼 장독소를 생산하거나 세포를 손상시켜 증상을 발생하게 한다. 소화가 잘 안 되는 음식, 차가운 음식을 섭취하거나 과식이 원인일 수도 있다.
대부분의 위장염은 경증에서 중증의 설사, 구토, 복부 불편감, 메스꺼움, 경련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오염된 음식물 섭취 여부, 미생물 감염자 접촉 이력, 여행력, 항생제 사용 유무 등을 통해 진단하고, 필요한 경우 영상검사나 대변 검사 등을 실시하는데, 대부분 휴식과 수분 섭취 등으로 회복된다. 하지만 심할 경우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박인철 대동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 과장은 “고령, 영유아, 면역 저하자 등의 위장염은 심할 경우 탈수 및 전해질 불균형으로 인해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며 “쇼크 상태에 빠지거나 위장관 출혈에 의한 2차 감염이 발생하면 패혈증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증상이 심하거나 멈추지 않는다면 반드시 의료기관에 내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위장염 예방을 위해서는 일상생활에서 손 위생을 철저히 해야 한다. 또한 육류, 생선 등 용도에 맞게 도마와 칼을 분리하는 것이 좋고, 사용 전후 깨끗하게 씻도록 한다. 물은 꼭 끓여 마시며 음식은 완전히 익혀 먹도록 한다. 음식이 남았다면 즉시 냉장 보관하고, 유통기한이 지났다면 아까워 말고 버리도록 한다. 또한 여름철 노점에서 판매하는 음식 등은 되도록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관절 통증
관절염 환자들은 여름 장마 소식이 두렵다. 관절 통증은 기온이 낮을수록, 습도가 높을수록, 기압이 낮을수록 악화된다고 알려져 있다. 습도가 높은 장마철에는 관절염 환자들이 통증 악화를 경험하게 된다.
관절은 뼈와 뼈가 직접 부딪치지 않게 완충 역할을 하는 ‘연골’, 뼈끼리 마찰을 최소화하는 ‘윤활액’ 등으로 구성돼 있다. 비가 오면서 낮아진 기온은 관절을 경직되게 만든다. 이 때문에 뼈 사이의 마찰을 줄여주는 윤활액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장마철같이 궂은 날이 계속되면 관절이 더욱 쑤시고 욱신거리는 이유다. 강수량이 많을수록 대기압은 낮아져 관절 내 압력은 상대적으로 올라간다. 그러면 윤활액을 분비하는 활액막과 주변 근육, 인대를 자극해 염증과 부종을 유발한다. 특히 고온다습한 기온으로 몸속의 수분 배출이 어려워지면서 관절낭이 부어 통증이 심해지기도 한다.
비 오고 흐린 날에는 일조량이 감소하면서 멜라토닌이 분비된다. 이로 인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예민해져 통증에 민감할 수도 있다. 이럴 땐 실내에서 간편하게 할 수 있는 맨손체조를 아침, 저녁으로 약 30분간 해 관절을 부드럽게 해주면 관절통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통증이 심한 경우 오금 밑에 베개를 놓고 허벅지 위쪽 근육에 힘을 주어 베개를 누르며 무릎을 펴는 동작으로 관절의 강직을 예방할 수 있다.
관절염 환자들은 잠자리 들기 전에 에어컨이나 선풍기 등의 찬바람은 되도록 자제하고 평상시에도 얇은 옷 등으로 무릎을 보호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냉방기기로 실내 기온을 크게 낮추면 일반인들도 관절통을 겪을 수 있다. 실내 온도는 섭씨 25°C 정도, 습도는 50%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김유근 부평힘찬병원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관절염은 개인마다 증상과 치료에 대한 반응이 각각 다르지만 대체로 온찜질이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온찜질은 긴장된 근육과 관절에 혈액순환을 촉진시켜주기 때문에 퇴행성 관절염 환자들이 통증 완화를 꾀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다. 38도 정도 따뜻한 물에 관절을 담그는 방법을 추천한다.
신승헌 기자 ss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