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첫 국내기업이 나온 가운데 차기 완주자가 등장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소강상태에 접어든 상황에서 기업들이 연구개발 의지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정부는 백신 국산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국내 기업들이 추가접종에 활용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총 10건의 코로나19 백신 허가가 완료됐다. 지난해 2월10일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스제브리아주’를 시작으로 화이자의 ‘코미나티주’, 얀센의 ‘코비드-19백신얀센주’, 모더나의 ‘모더나스파이크박스주’ 등 글로벌 기업들의 백신이 순차적으로 허가됐다. 해를 넘겨 올해 1월 노바백스의 ‘뉴백소비드프리필드시린지’가 허가됐다. 가장 최근인 이달 29일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코비원멀티주’가 허가되면서 국내 기업의 백신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코로나19가 국내 유입된 이후 지난 2년 동안 적지 않은 기업·기관들이 백신 연구개발에 뛰어들었다. 그 중 SK바이오사이언스를 비롯해 현재까지 △국제백신연구소 △셀리드 △진원생명과학 △유바이오로직스 △큐라티스 △아이진 △에스티팜 등 8개 기업·기관이 10건의 임상시험을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로부터 승인 받았다. 미국 기업인 이노비오의 백신 후보물질을 공동 개발 중인 국제백신연구소를 제외하면, 모두 국내 기업이다.
하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를 제외하면, 임상시험을 승인받은 이후 눈에 띄는 진척이 없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임상 1상, 2상 또는 2a상에 머무르고 있다. 2a상은 약물의 용량을 조절해 효과를 파악하는 전기임상시험을 의미한다. 3상을 허가 받은 기업은 유바이오로직스가 유일하다. 다만 승인 이후 아직까지 국내에서 3상을 개시하지는 않았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급격히 안정화되면서 기업들이 연구개발을 중도 포기하는 사례가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도전했던 제넥신과 HK이노엔은 이미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을 중단했다. 팬데믹 상황이 변화하면서 국내외 백신 수요가 감소하자, 연구개발에 지속적인 비용을 지출할 당위성이 약해진 것이다.
코로나19 치료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수익성에 대한 전망이 악화하거나, 유의미한 임상시험 결과를 얻지 못해 개발을 중단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셀트리온은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를 개발 완료하는 성과를 냈지만, 흡입형 치료제 개발은 중단했다. 국내외에서 잠재적 수요는 줄어드는 반면, 요구되는 임상시험 기준은 높아져 수지가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말에는 종근당이 혈액 항응고제와 급성 췌장염 치료제로 쓰이는 ‘나파벨탄’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다가, 유효성을 확인하지 못해 해외에서 진행한 임상시험을 중단했다. GC녹십자의 경우 국책과제로 적극 추진하던 코로나19 혈장치료제 ‘지코비딕주’ 개발을 포기했다.
가을철 코로나19 재유행이 예상되는 만큼, 백신의 필요성은 여전하다는 것이 정부의 전망이다. 기업들의 연속성 있는 개발이 관건으로 꼽혔다. 식약처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시 고려사항’ 안내서를 개정하고 3차 이상의 추가접종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추가접종 전용 백신’을 개발하도록 지원하고 나섰다. 국내 인구 대부분이 1차·2차 기본접종을 완료했다는 점을 고려한 개정안이다.
코로나19 변이주 감염을 예방하는 다가백신 개발도 목표로 제시했다. 현재까지 허가된 백신들은 모두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인 이른바 ‘우한주’의 감염 예방을 겨냥해 개발됐다. 이후 후속 연구를 통해 델타, 오미크론 등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감염 및 위중증화 예방 효과가 있음을 확인한 상태다.
기존 계획대로 1차·2차 기본접종에 활용하는 백신을 개발한 기업을 위해서는 허가사항 변경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3차 이상의 추가접종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추가 임상시험을 진행해 중화항체가 증가비율, 혈청반응률 등을 평가해야 한다. 스카이코비원멀티주 역시 기본접종 백신으로 허가됐기 때문에 허가변경을 거쳐야 한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