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잘 몰랐던 ‘안나’

당신이 잘 몰랐던 ‘안나’

기사승인 2022-07-14 06:00:32
쿠팡플레이 ‘안나’ 스틸컷

도전보다 모험에 가까웠다. 처음부터 쿠팡플레이 ‘안나’가 이렇게 화제를 모으며 성공할 줄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OTT로 잘 알려지지 않은 쿠팡플레이 단독 공개, 단독 주연이 낯선 아이돌 출신 배우 수지, 신생 드라마 제작사의 첫 작품 등 확신보다 불안한 요소가 많았다. 지난달 24일 공개 직후 상황이 바뀌었다. 호평이 쏟아졌다. 어디서나 ‘안나’ 얘기뿐이었다. ‘안나’가 공개되기 시작한 지난달 쿠팡플레이 이용자수가 60만명(바일인덱스 기준)이 늘었다. 지난 8일 6부작을 모두 공개한 이후에도 쿠팡플레이 1위를 지켰다. ‘안나’를 제작한 이윤걸 콘텐츠맵 대표에게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안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쿠팡플레이 ‘안나’ 스틸컷

‘안나’의 시작은 원작 소설이 아니다?

‘안나’를 연출한 이주영 감독과 이윤걸 대표의 인연은 영화 ‘싱글라이더’(감독 이주영)으로 시작했다. 이 대표는 ‘싱글라이더’ 시나리오를 두고 “수년간 매니지먼트를 해오면서 본 대본 중 손에 꼽힐 정도로 수준 높았다”고 극찬했다. 배우 이병헌의 ‘싱글라이더’ 캐스팅을 도우며 이주영 감독과 처음 만났다. 이후에도 이 대표가 만들고 싶은 작품 얘기를 나눴다. 2018년 가을, 이주영 감독이 보낸 21장의 트리트먼트로 ‘안나’가 시작됐다. 풀리지 않는 숙제들을 정한아 작가의 소설 ‘친밀한 이방인’이 풀어줬다. 이윤걸 대표는 “소설 원작보다는 좋은 재료(트리트먼트)에 좋은 양념(소설)이라는 게 더 정확한 표현 같다”며 “정한아 작가님의 무한한 신뢰와 출판사 문학동네의 지원도 많은 도움이 됐다. 감사의 말씀 전한다”라고 말했다.

쿠팡플레이 ‘안나’ 스틸컷

‘안나’는 원래 영화였다?

‘안나’는 처음엔 영화로 기획됐다. 하지만 영화로 만들기엔 아쉬웠다. 하나의 에피소드로만 보이는 느낌이 있었고, 스토리가 더 확장될 여지도 많았다. 줄거리가 탄탄했고, 작품 콘셉트와 인물의 방향성이 분명해서 드라마로 전환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그 결과 ‘안나’의 유미(수지)는 지훈(김준한), 현주(정은채), 지원(박예영)을 만날 때마다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로 살아났다. 이윤걸 대표는 “영화가 아닌 호흡이 긴 드라마로 확장돼 더 큰 몰입감을 준다”라며 “또 깊이 있는 캐릭터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설명했다.

쿠팡플레이 ‘안나’ 스틸컷

수지가 통과한 두 가지 캐스팅 기준?

처음부터 수지를 유미 역할에 캐스팅한 건 아니었다. 여러 후보가 있었다. 제작진은 캐스팅을 위해 두 가지 기준을 세웠다. 고등학생부터 30대 후반까지 모두 소화할 수 있어야 했다. 나이가 들어가는 과정을 연기해도 얼굴의 변화가 크지 않은 배우를 원했다. 또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유미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길 바랐다. 수지는 제작진과 첫 미팅부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자신감도 있었다. 이윤걸 대표는 “수지는 두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하고도 남는 유일한 배우였다”라며 “다이내믹한 표정과 자유로운 표현 능력에 믿고 신뢰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현장에서 수지는 이미 유미였고, 이미 안나였다”고 전했다.

쿠팡플레이 ‘안나’ 스틸컷

‘안나’는 호불호 갈리는 드라마?

‘안나’에 대해 이렇게 호평이 나올 줄 제작진도 몰랐다. 오히려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에상했다. 기존 드라마들이 보여준 공식과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내용으로 시선을 뺏는 드라마도 아니고, 장르적으로 강한 드라마도 아니었다. 제작진은 그저 웰메이드 드라마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기존 드라마의 틀을 깬 새로운 드라마 형식과 스타일을 보여주려고 했다. 그런 ‘안나’를 가장 잘 이해하고 공감한 OTT가 쿠팡플레이였다. 새로운 드라마를 만들려는 도전과 혁신을 지원하고 투자했다. 이윤걸 대표는 “‘안나’가 노력한 부분들이 조금은 인정받기를 기대했다”라며 “많은 분들이 잘 봐주신 것 같아 더 기쁜 마음”이라고 말했다.

쿠팡플레이 ‘안나’ 스틸컷

시청자들도 유미를 응원하지 않을까?

이윤걸 대표에겐 배우 원빈과 했던 영화 ‘아저씨’, 배우 김민희와 했던 ‘아가씨’가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긴 시간 배우와 함께 일하면서 배우가 욕심내는 작품엔 특별한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특별한 것을 공유하려고 제작사를 세웠다. ‘안나’를 제작하기로 결심한 이유도 그랬다. 유미를 대중들에게 만나게 해주고 싶은 의지가 첫 작품 제작으로 이어졌다. 이윤걸 대표는 “대본을 작업하고, 작품을 만들수록 작품 속 유미와 꼭 만나고 싶었다”라며 “저처럼 시청자들도 유미에 공감하고 응원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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