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민주당 전당대회는 이른바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란 분위기가 파다하다. 그런데 왜 가능성 낮은데 이 전 최고위원은 당 대표에 출마했을지 궁금해 출마 선언 당일인 15일 전화 연결해 출마 이유와 민주당 비전에 대해 들어보았다. 다음은 이 전 최고위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미래를 준비하는 민주당으로 만들고 싶어”
- 8월 28일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에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셨잖아요. 출마 선언하는 건 거의 처음 같은데 어때요?
“제가 2016년 전당대회에도 청년 최고위원으로 출마했었어요. 근데 지금은 사라졌지만, 당시에는 청년 몫의 최고위원을 따로 뽑았었거든요. 그때 현역 국회의원 상대로 굉장히 선전 했는데 되지는 않았었죠. 그래도 그 결과에 승복하고 열심히 또 활동했습니다.”
- 당 대표에 출마한 이유나 계기는 뭘까요?
“미래를 준비하는 민주당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전당대회가 인물을 중심으로 친명·반명·86·97 이런 식의 구획이 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어떤 복안을 가지고 있는가를 토론해야 합니다. 적대적인 상황에서 상대방 발목만 잡는 지금의 정치는 국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구조에서는 누가 더 잘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가 못하느냐에 따라서 다른 정당을 뽑는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죠.”
- 왜 그럴까요?
“제가 적대적 공생 관계란 단어를 사용하는데 사실 야당은 여당 발목 잡기만 해요. 잘한 건 잘했다고 평가해 주고 어떤 사안 발목 잡는 게 아니라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면서 국민들의 삶 지키기 위한 방향으로 이어져야 되는데 정부 여당 계속 발목 잡으면 비호감이 쌓이게 되고 그 결과 결국 정권을 빼앗기게 되는 거죠. 그러면 우리는 어떠한 개선이나 변화가 없는데도 저쪽이 워낙에 못했기 때문에 우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있는 거죠. 이런 정치 토양에서는 국민들의 삶을 제대로 지킬 수 있는 정치를 하기 어렵다는 생각인 거고요.”
- 근데 당 대표가 안 되면 의미 없지 않나요?
“저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제가 당 대표 될 가능성이 그렇게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나온 이유는 소명이 있기 때문이에요.”
- 왜 이동학을 당 대표로 뽑아야 하는지 묻는다면 뭐라고 답하겠어요?
“민주당 당원들과 민주당 전당대회에 관심 주고 계시는 국민들께서 저를 당 대표로 뽑아주신다면 ‘민주당이 다른 선택을 할 정도로 변화의 몸부림을 치는구나’라는 신호를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적대적 공생관계의 정치가 아니라 문제 가지고 어떻게 해결할지를 두고 밤새 토론하는 정치 만들 수 있습니다. 지금의 한국 정치가 분노로 상대방을 무너뜨리는 데 최선을 다하고 야당 때와 여당 때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서로 논리가 달라져요. 그래서 정치가 국민에게 신뢰를 잃고 있는 이유죠.
국힘의 주축인 산업화 세대 혹은 우리 당 주축인 민주화 세대가 오랜 시간 동안 계속 서로를 적으로 여기고 싸워왔어요. 함께 대화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어쩌면 그다음 세대의 몫이라고 생각하고요, 그것이 이동학을 시작으로 더 많은 목소리가 모이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기득권 정치 해체 소명 있어서 출마해”
- 송영길 대표 체제에서 청년 최고위원을 지냈죠. 대선 패배에 책임이 있잖아요. 다음 당 대표는 대선 평가를 해야는 데 책임 있는 사람이 나오는 건 맞지 않다는 평가도 있는데.
“당원들이 정말 열정을 다해 뛰어주셨고 국민들의 기대도 있었잖아요. 그렇지만 민주당과 우리 정부에 대한 감정을 저희가 풀어드리는 데 실패했고요. 저는 그 책임 의식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기득권 정치 해체 소명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 나오게 됐고요. 지난 일들에 대해서는 지금 당내에서 평가단이 꾸려져 있고 객관적인 평가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저는 기대해요.”
- 이재명 의원의 당 대표에 대해 말이 많은데 이 부분 어떻게 보세요?
“이 의원님은 우리 당의 가장 강력한 대선 주자시고 소중한 자산이에요. 근데 지난 대선에서 여러 가지 약점과 노선상의 문제점도 노출됐거든요. 개인의 약점은 또 약점대로 보완해야 되겠지만 대선 경선 이후에 통합의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고 기본소득 같은 대표 정책이 당에서 어떻게 처리돼야 할지 이 노선의 재정립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지금의 정치가 적대적 공생관계의 상황에서 더 강화되지는 않을까 우려됩니다. 대선 캠페인에서 정치 교체를 이재명 후보께서 내세웠잖아요. 저는 그 부분에 굉장히 주목하고 있고, 이번에 나오시면서 더 구체적인 계획서를 당원들과 국민들 앞에 보여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97세대의 출마는 어떻게 보세요?
“구분 자체가 인위적이라고 생각해요. 97세대는 시대의 막차를 타고 가시는 분들이라고 생각하고 그 막차에서 내리셨으면 좋겠어요.”
-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자기 목소리를 내온 정치인이 손에 꼽을 정도이고, 당이 잘 못 갈 때나, 혹은 새로운 비전을 들은 기억이 거의 없어서요. 86 선배들의 가방을 너무 오래 든 것은 아니었는지 돌아보실 필요가 있다고 봐요.”
- 86세대 용퇴론은 어떻게 보세요? 맨 처음 주장했잖나요?
“공교롭게도 인터뷰하는 오늘(15일)이 정확히 7년 전 당시 이인영 의원께 공개 편지를 쓴 날이더라고요. 페이스북에 떠서 다시 읽어봤어요. 근데 용퇴 얘기는 없었고요. ‘후배들에게 기회를 더 만들어 주시라. 그리고 그 윗세대의 하청 정치 말고 새로움의 깃발을 드시라. 그리고 험지로 가셔서 당을 살려주시라.’란 내용이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특정 세대로 묶어서 용퇴가 가능하냐. 이런 질문을 하면 저는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86그룹이 적대적 공생의 정치를 지속해 온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이대로 계속 가선 안 된다는 입장이고, 뭘 고치려고 해도 2040세대는 정치적 권한을 갖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선배 세대를 향해 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 86세대가 기득권 아닌가요? 너무 오래 해왔잖아요.
“적대적 공생 관계를 강화해 온 측면들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 굉장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고요. 이걸 깨려면 단순히 선거법도 바꾸고 선출방식도 바꾸라고 요구만 해서는 안 되고, 젊은 사람들의 더 많은 도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도전을 통해 쟁취해내야 된다는 생각에 저도 이번에 도전하게 된 거예요.”
“박지현, 무모한 용기 높게 평가해”
-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이 출마 선언한 거 어떻게 보셨어요?
“저는 일단 저 무모한 용기가 이전에 보지 못했던 기세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합니다. 비대위원장을 하는 과정부터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좌충우돌하는 면은 있지만 저는 민주당이 박지현 위원장 정도의 목소리 혹은 저런 점들을 좀 품을 수 있어야 우리가 더 확장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다만 당 대표 출마하는 과정은 처음부터 잘 조율했더라면 출마도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게 어차피 정치의 문제잖아요. 단서 조항이기 때문에 이렇게 판단해도 되고 저렇게 판단해도 되는 문제였어요. 그가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할 수 있었더라면 당원들로부터 받는 상당한 비판, 안 좋은 시선들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확인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 출마 선언에서 “민주당, 이대로 괜찮습니까! 대화와 토론의 힘을 믿었던 민주주의자들의 정당, 그 민주당은 어디로 사라졌습니까?”라고 했잖아요.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저는 당의 획일화가 지금 가장 문제라고 보는데요. 2002년 노무현 대통령 팬덤의 특징이 노 대통령 감시하고 비판해서 개선하도록 했던 거예요. 노 대통령도 견해가 지지층과 다르면 지지층 설득하는 모습들이 있었거든요. 근데 그 후에 노 대통령께 비극이 발생했고 이후 문재인 대통령에 이르러서는 우리가 사랑하는 정치인에 대한 보호가 최우선이 된 거예요.
저는 메시아처럼 무조건 지지하고 방어하는 문화로는 더 넓게 확장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어요. 아주 일부의 사람들이 극단적 주장이나 혐오 표현, 증오 표현을 민주주의에서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할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저는 이게 우리 민주당이 만들려고 하는 민주주의 정신에 반하는 거로 생각해요. 그런 것까지 포용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저는 노무현 때의 지지층과 지금의 지지층의 사이, 그 사이 어디쯤 우리가 합의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고 보고 내가 사랑하는 정치인이 더 많은 국민들에게 선택받게 하려면 어렵더라도 지지자와 정치인이 서로 감시하고 견제하는 관계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팬덤 정치에 대한 비판은 어떻게 보세요?
“저는 팬덤 정치라는 용어는 지지층 전체가 되게 이상하다고 말하는 것으로 들리거든요. 저는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건전하게 비판하는 사람들까지 포괄해서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안 됩니다. 제가 증오 정치 또는 혐오 정치라고 말하거든요. 그 부분들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당연히 선을 그어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증오나 혐오는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표현의 자유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민주당이 품을 수 없는 언행들입니다.”
“숙의가 가능한 공론·합의 테이블 체계화할 것”
- 지금까지 선 긋지 못했잖아요.
“자발적인 당원들이 많이 입당하게 되면서 의견수렴의 체계를 진화시키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주로 국회의원들 중심으로 의사결정의 기득권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기득권을 뚫고 들어오지 못했던 거예요. 그래서 창구를 더 다양한 체계를 만들면 자연스럽게 해결이 모색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어떻게요?
“숙의가 가능한 공론·합의 테이블을 체계화하는 겁니다. 이를 위해 당내에 배심원 참여 공론 소통센터를 설치해서 준비하도록 할거고요. 지역형·광역형·중앙형 이렇게 만들어서 당의 중요한 의사결정이나 어젠다 세팅 등을 할 때 진행되도록 하는 거죠. 이것은 공론장을 통해서 의견이 다른 사람들과의 의견 나누고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모습들을 기대할 수가 있는데, 이 실험은 정치적 민주주의를 달성한 것이 87 체제라면 이후 생활민주주의를 질적으로 도약시키는 도전의 길이 될 거라고 봅니다.”
- 민주당은 젊은 층이 지지를 많이 했죠. 그러나 지금은 아니에요. 그리고 일반 국민에게 민주당은 기득권과 내로남불 정당이고 국민의힘과 차이를 못 느끼는 당으로 인식되는데 여기에 대한 생각은 어떠세요?
“지금 민주당이 사실은 노장의 정당이라고 하는 이미지가 있고 자신들이 고수한 것들을 그대로 가져가려고 하는 이미지가 있죠. 그동안 민심과는 괴리가 있거나 잘못된 판단 안 했어야 되는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했고 팔이 안으로 굽는 일들을 했고 내로남불 했고 그런 모습들을 보며 젊은이들의 지지가 떠나갈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해요. 저도 거기에 책임을 통감하고요. 지금이라도 변화의 모멘텀을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노장만의 정당이 아니라 노·장·청이 함께 해야 된다고 하는 것이고 새로운 생각들이 민주당으로 계속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됩니다. 그래서 개혁의 의제들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이 시대의 방향 같은 걸 민주당이 끊임없이 받아들여야 생명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것들을 거부하거나 기득권을 계속 지키려고 하면 실제로 민주당 살아날 수가 없는 거죠.”
- “민주당의 정치를 복원하자.”라면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민주당, 시대를 반영하고 미래를 예비는 역동적인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하셨던데 어떻게 만들 생각이에요?
“저는 대표에 당선되자마자 공론 소통센터를 만들려고 해요. 그래서 당원 누구나가 배심원이 되어서 토론장에 합석해 나와 견해가 다른 당원들과 숙의 토론을 통해서 합의의 민주주의 모델을 만드는 게 목표예요. 그 의견을 지도부가 중요하게 경청하는 시스템을 만들 거고요. 그리고 우리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이 시스템 제안하고 이것을 존중하는 것으로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면 앞으로 국민들께서 민주당을 향해서 눈살을 찌푸릴 만한 행동들이 우리 안에서는 더는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내년에 전주에서 재·보궐이 있잖아요. 여기는 민주당에서 공천했지만, 문제가 지적되자 탈당한 이상직 의원이 의원직 상실한 지역이에요. 여기 공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 당 국회의원의 귀책 사유이므로 공천하지 않는 게 맞다고 봅니다. 부정부패·비리, 성 비위 등 단호한 입장을 견지해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전당대회에서 목표가 있을까요?
“연금 개혁이나 직무급제, 초고령화 등 다양한 이슈들을 준비하는 정당으로 자리매김 되도록 만들고 싶고요, 당원들과 함께 합의 테이블 체계적으로 만드는데 공감대를 꼭 형성하고 싶습니다.”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