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이적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현재 MLB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선수는 LA 에인절스의 오타니 쇼헤이와 워싱턴 내셔널스의 후안 소토다. 두 선수는 원소속팀 계약 종료까지 아직 몇 년이 남았는데도 트레이드 루머에 이름이 언급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시즌 아메리칸리그 MVP를 수상한 오타니는 올해도 엄청난 활약을 뽐내고 있다. 투타 겸업을 하는 오타니는 올해 타석에서는 89경기 출전 타율 0.258(333타수 86안타) 19홈런 56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34를 기록하고 있다. 마운드에서는 15경기 선발 출전 9승 4패 평균자책점 2.38을 기록하며 MVP 2연패에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개인 성적과 달리 팀 성적은 처참한 수준이다. 에인절스는 5월 중순만 하더라도 지구 선두 경쟁을 펼쳤는데, 14연패와 11연패를 차례로 겪는 등 계속된 패배로 순위가 수직 하강했다. 6월말부터 7월초에는 오타니가 선발 투수로 등판한 경기에서만 이기는 최악의 상황까지 발생했다.
에인절스는 22일 기준 92경기를 치른 가운데 39승 63패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4위를 기록 중이다. 같은 지구 선두인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20.5경기 차며, 와일드카드 진출 가능성도 현저히 낮다.
오타니도 점점 지치는 모양새다. 그는 2018년 빅리그 데뷔 후 단 한 번도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다. 그는 가을야구에 진출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다툴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팀에서 뛰기를 바라는 속내를 몇 차례 밝힌 바 있다.
오타니와 LA 에인절스의 계약은 2023시즌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이제 1년이 조금 남은 상황에서 FA 재계약 체결 가능성이 확실하지 못하면, 에인절스 입장에서는 트레이드를 통해 오타니를 보내고 다수의 유망주를 받아오는 게 이득이다.
더구나 에인절스는 이미 마이크 트라웃과 2030년, 앤서니 랜돈과 2026년까지 대형 계약을 맺은 상황이라 팀 연봉 부담이 적지 않다. 에인절스가 사치세 부담을 이겨내고 오타니를 잡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현재로선 오타니의 몸값이 어디까지 치솟을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LA 타임스는 최근 오타니의 트레이드 가능성에 대해 “오타니는 트레이드 데드라인 전 팀을 옮기기를 원한다고 하지는 않았지만, 남고 싶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라며 “오타니가 2024년 다른 곳에서 뛸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워싱턴의 외야수 소토도 오타니만큼 스포트라이트를 잔뜩 받고 있다.
2018년 빅리그에 데뷔한 소토는 올해 타율 0.250(312타수 78안타) 20홈런 43타점 OPS 0.902로 리그 정상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아직 23세의 젊은 나이임에도 올스타 2회, 실버 슬러거 2회, ALL-MLB 퍼스트팀 2회 등 굵직한 커리어를 써내렸다. 올해 올스타전 홈런 더비까지 우승을 하며 차세대 슈퍼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워싱턴 구단도 팀을 이끌어갈 재목으로 소토를 점찍었다. 최근 소토에게 15년 총액 4억4000만달러(약 5812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연장 계약을 제안했지만, 소토 측은 이를 거절했다. 소토는 2024년까지 워싱턴과 계약이 체결돼있다. 빠르게 계약을 체결할 이유가 없다.
소토는 오타니처럼 팀 성적에 불만족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은 2019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이후 2년 연속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최하위에 머물며 포스트시즌 무대에 초대받지 못했다. 올해도 31승 63패로 지구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워싱턴이 제시한 계약 규모에 만족하지 못한 모양새다. 워싱턴이 제시한 총액 규모는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 규모지만, 평균 연봉은 2930만 달러(384억 5600만원) 수준으로 메이저리그 상위 20위권 수준이다. 또 계약이 진행될수록 많이 받는 구조라 소토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계약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워싱턴은 연장 계약이 좌절되면서 올스타전이 끝난 후 소토에 대한 트레이드 제안을 받기 시작했다. 미국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현재 7팀이 워싱턴에게 문의를 한 상황이다. 워싱턴 역시 다수의 유망주와 빅리그 선수를 댓가로 받아오기를 희망하고 있다.
올 시즌 트레이드 데드라인은 다음달 3일이다. 두 선수의 트레이드는 올해에 성사되지 않더라도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