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효과일까. 최근 약이 없던 자폐증에 치료 가능성을 비춘 연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자폐증(자폐 스펙트럼 장애)은 사회적인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보이며, 흥미나 활동에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특성이 초기 아동기부터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전반적 발달장애로 볼 수 있다.
자폐증은 근본적 원인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고 명확한 치료제가 없어 평생에 걸쳐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한 사회기술 훈련, 과잉행동 및 자해적 행동 조절 치료와 수면-식이-감각 조절 약물치료가 수반된다.
이러한 자폐증을 주인공으로 다룬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최근 인기를 끌며 덩달아 치료법에도 대중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그에 따른 효과 덕분인지 불치에 가까웠던 자폐증 치료법 연구들이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 개발 행보를 이어가는 추세다.
지난 26일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희정 교수팀은 자폐증을 가진 사람과 가족으로 이루어진 대규모 유전체 연구를 통해 자폐증의 원인과 관련 있는 새로운 유전자 변이를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유전체 데이터의 98%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단백질을 직접적으로 만들어내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간 연구에서 배제됐던 유전체 영역인 비(非)부호화(Non-coding) 영역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그 결과 생애 초기 신경 발달 단계에서 비부호화 영역에 있는 유전변이가 멀리 떨어져 있는 유전자 변이에도 원격으로 영향을 미침으로써 뇌 발달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유희정 교수는 “한국인의 자폐증 당사자와 가족 고유의 데이터를 활용해 자폐증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첫걸음을 내딛었다는 점에서 매우 의의가 있다”고 말하며 이번 결과를 토대로 다양한 자폐증 치료 연구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는 뇌과학과 엄지원·고재원 교수 공동연구팀이 뇌 신경 회로 통합작용을 조율하는 ‘흥분성 시냅스’를 활성화하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 변이를 발견했다고 26일 밝혔다.
신경세포 간 신호를 전달하는 시냅스는 흥분성 시냅스와 억제성 시냅스로 구분된다. 두 시냅스가 서로 협력하며 균형을 유지하는데 균형이 망가지면 뇌 발달 장애, 정신 질환, 퇴행성 뇌 질환 등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두 시냅스에 관여하는 단백질군 ‘슬릿트랙2’에서 유전자 변이가 생기면 조현병이나 자폐증, 지적장애 등이 생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해당 변이는 ‘트랙B’라는 수용체의 발현과 활성을 비정상적으로 변형시켜 뇌 발달 지연 등을 일으킨다는 점도 발견했다.
연구팀은 “슬릿트랙2 유전자에 문제가 생겨서 X염색체 연관 지적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는 핵심적 증거를 제시한 연구”라면서 “슬릿트랙2-트랙B 복합체가 관련 뇌발달질환의 중요한 바이오마커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현재 관련 후속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치료제 연구개발에도 속도가 붙었다.
김붕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팀은 ‘자폐스펙트럼장애 이상행동 및 문제행동 디지털 치료제 개발’ 연구에 본격 착수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으로 약 4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자폐 문제행동 완화를 위한 디지털 치료제 개발을 추진한다.
이번 연구를 통해 △감각이상 및 집착을 완화하는 XR 기반 신체활동 촉진 치료제 △시공간 통합 능력 및 실행 기능 향상하는 스마트토이 활용 치료제 △행동 억제력 결합 및 상동적 행동 집착 완화하는 모바일게임 기반 인지행동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붕년 교수는 “이번 연구로 개발될 자폐스펙트럼장애 디지털 치료제는 장기 치료로 인한 약물치료의 부작용 가능성과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자폐스펙트럼장애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편견이 바로 잡힐 수 있도록 새로운 치료기법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기반 자폐증 신약을 개발하던 지놈앤컴퍼니 자회사 사이오토가 올해 내놓은 임상 1상 결과에서 안전성을 확보, 내년 임상 2상을 진행할 것이라 밝혔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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