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순방 중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중국의 강력한 반발에도 대만을 찾았다.
펠로시 의장은 2일(현지시각) 밤 대만 타이베이 쑹산공항에 도착한 직후 성명을 통해 “미 의회 대표단의 대만 방문은 대만의 힘찬 민주주의를 지원하려는 미국의 확고한 약속에 따른 것”이라며 “전 세계가 독재와 민주주의 사이에서 선택을 마주한 상황에서 2300만 대만 국민에 대한 미국의 연대는 오늘날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내 권력 3위인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것은 1997년 이후 25년 만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적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중국의 반발을 불렀다. 중국은 대만을 ‘하나의 중국’으로 강조하고 원칙 위반이라며 무력 대응을 시사하는 등 강력 반발했다. 이에 미국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군사 행동의 구실로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해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워싱턴포스트에도 별도의 기고문을 통해 펠로시 의장은 대만 방문이 중국 위협에 따른 대만에 대한 미국의 약속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이후 인권과 법치가 무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외교부는 펠로시 의장의 방문이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면서 “중·미 관계의 정치적 기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며 중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항의했다.
중국은 당장 2일 밤부터 대만 주변에서 일련의 연합 군사행동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대만 북부·서남·동남부 해역과 공역에서 연합 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왕이 외교부장은 이날 “미국이 대만 문제에서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며 “미국은 세계 평화의 파괴자”라고 비난했다.
반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도착 이후 브리핑과 CNN 인터뷰 등을 통해 “하원의원의 방문이 갈등으로 커질 이유가 없다. 우리는 (하나의 중국이라는) 정책에 변경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경고에 대해 “미국은 위협에 겁 먹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펠로시 의장은 예전부터 중국에 강경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1991년 베이징을 찾은 펠로시 의장은 다른 의원들과 함께 기습적으로 천안문 광장을 찾아 중국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 바친 이들에게’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드는 등 중국의 인권·민주주의에 대해 목소리를 내왔다. 2009년에는 후진타오 당시 주석에게 구금된 류샤오보 등 정치범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서신을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