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취학연령 인하를 하겠다고 밝혀 논란이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7월 29일 대통령 업무보고 하는 자리에서 현재의 취학연령에 대해 만 5세로 낮추는 학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그러자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교원 단체와 학부모들이 반발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공론화를 지시했다.
사실 취학연령 낮추는 문제는 역대 여러 정부에서 나왔다. 하지만 폐기했다. 이 문제에 조언을 듣고자 초등학교 교사인 한희정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과 지난 5일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한 회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취학연령 인하, 교육을 중심에 둔 게 아니야!”
- 지난 7월 29일 교육부가 초등학교 취학 연령 만 5세로 한 살 낮추는 학제 개편안을 발표했지만, 보수·진보 교원 단체와 학부모들이 반대하자 정부는 오락가락하는데 현재 상황 어떻게 보세요?
“일단 여러 가지로 준비가 되지 않고 고민이 되지 않은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어서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 왜 그렇게 할까요?
“윤석열 대통령이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각 분야의 훌륭한 전문가들을 등용해서 좋은 정책을 펴겠다고 대선 전에 말씀하셨던 걸로 기억해요. 그런데 교육부 수장이 교육 관련 전문가가 아닌 상황이죠. 게다가 박순애 장관은 여러 가지 제기된 의혹과 문제들 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관으로 임명장을 주면서 했던 대통령의 말이 이미 국민들로 하여금 현 정부 교육 정책에 신뢰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었죠. 전문가들을 등용해서 올바른 정책들을 집행해 나가겠다고 말씀하셨지만 실제로 교육 관련해 ‘교육부는 산업 인재 양성하기 위한 부처다, 또한 수도권 대학 정원 무관하게 반도체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라는 식으로 말씀하셨어요. 학생 수가 줄어드는데 초중등교육 예산은 오히려 늘고 있으니 이를 고등교육이나 다른 곳에 써야 한다는 흐름도 있었고요. 그런 과정에서 만 5세 취약 연령 하향과 관련된 내용들도 나온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것은 교육을 중심에 둔 게 아니라 산업 인재 양성하기 위해 아이들의 입학 연령 1년 당겨서 몇 년 동안 추가로 공급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한 게 아닌가 싶은 우려가 듭니다.”
- 교육 철학의 부재일까요?
“인간과 사회를 보는 관점에 따라 그 사람의 교육 철학도 나타날 수 있는 거니까 교육 철학의 부재라고 한마디로 표현할 수는 있죠. 하지만 더 근원적으로는 인간과 사회 인간 사이의 관계 이런 부분에 대한 관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어떤 차이인가요?
“신분이나 계급에 따라 다른 교육을 갖고 다른 직업적 경로를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던 사회에서 누구에게나 자기의 능력에 맞게 교육받고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로 이행했었던 과정이 있잖아요. 그래서 ‘누구나 아이들이 자기 선택에 따라서 공부하고 또 그것에 대해서 사회가 지원을 해줘야 된다, 그리고 그것은 국가의 목적에 이바지하기 위해서 혹은 산업을 일으키기 위해서가 아니다. 부차적이지 주목적이 아니다’라는 것은 이미 상식 수준이잖아요. 그런데 지금처럼 산업 인력 양성을 위한 부처가 교육부라고 했을 때는 교육을 도구주의적 관점으로만 보는 것과 연결되기 때문이죠. 교육이 산업 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은 사실 저희 세대까지만 해도 국민 교육 헌장을 달달 외우게 했던 박정희 정부가 생각나게 하거든요. 국가를 위해서 충성을 다하고 그다음에 산업 인력 역군이 되어서 국가 경제를 부흥시켜야 한다는 논리와 문법들이 그 기저에 있기는 하지만 그것을 주된 목적으로 전면화하는 것이 불온시 되는 시대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그런 말을 했다는 것 자체가 정말 굉장히 심각하고 큰 문제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취학연령 인하, 10년 정도의 장기 로드맵 가지지 않으면 안 하느니만 못해”
- 이게 예전에도 나왔던 거로 아는데 그땐 왜 폐지된 거죠?
“우리나라의 학제가 일제시대 때 만들어져서 그동안 변화 없이 계속되고 있다는 문제의식 기반으로 논의되고 연구되었죠. 제가 알고 있기로는 2000년대 중반에 나왔던 연구 보고서 같은 경우 그때만 해도 이제 학령 인구가 상당히 많았고 초등학교 입학하는 학생 수가 60만에서 80만 정도 왔다 갔다 하던 시대였기 때문에 지금처럼 4년으로 분산해서 입학시킨다고 하더라도 과밀 학급을 피할 수 없고 그걸 감수하고 한다고 하더라도 학교의 시설이나 교원 수를 늘리는 데 드는 비용이 많이 들어서 취학연령 낮추고 학제 개편해서 얻는 실익이 높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에 당시 정부가 당장 실행하기 어려웠을 거라는 생각이 들고요
또 이게 엄청나게 크고 복잡한 문제라 10년 정도의 장기 로드맵을 가지고 하지 않으면 하지 않은 것만 못한 문제라는 거죠. 단순히 취학연령만 낮추는 문제가 아니라 유아 교육 시스템이나 초중등교육 시스템 전반을 차근차근 정리해 가야 해서 장기적인 비전과 로드맵 그에 따른 예산과 인력 투입 등을 고려해야 하는 거죠. 그러니 저는 어느 정부에서도 이 안을 받아서 추진하자고 제안하기는 어려웠을 거라고 봅니다.”
- 나이만 낮추는 거 아니에요
“나이만 낮추는 것으로 발표했기 때문에 더더욱 큰 혼란을 만들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면 다른 나라에도 만 5세에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나라들이 있죠. 그러나 거기는 만 5세의 아이들이 가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긴 역사가 있기도 하고 만 5세지만 초등학교 1학년 학습을 하기 전에 준비 과정으로서의 만 5세 취학이고 강제도 아니고요.
그런데 우리 정부에서 발표한 거는 만 5세로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낮춘다고만 했어요. 그럼 국민들은 ‘지금 만 6세 애들이 초등학교 1학년 들어가도 힘든데 5세 애들한테 1학년 교육과정을 그대로 갖다가 가르치겠다는 거야?’하고 의문을 제기하게 되고 더욱 반발할 수밖에 없었던 거라고 봐요. 즉 학제 개편이라든지 교육과정 개편 등이 그거에 맞게 다 바꿔 갈 것이라는 식의 논의 자체가 전혀 무르익지 않은 상태에서 그냥 ‘입학 연령 낮춰서 만 5세가 1학년 되게 할 거야’라고만 발표했기 때문에 더 경악하게 되는 거죠.
또 지금 만 5세 아이들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다니고 있지만 거기에서 이루어지는 것 그리고 훨씬 더 접근성이 좋다는 점, 집에서 가깝다거나 통학버스를 운영하는 것과 전혀 다른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초등학교 1학년 시스템에 만 5세를 꿰맞추려고 한다는 접근으로 보였기 때문에 더 반발이 컸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나이만 낮추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거기에 작용하는 엄청나게 복잡한 다양한 요인들을 살피고, 그런 부분을 잘 준비해서 추진했어야 는대 그런 로드맵 없이, 15개월 단위로 4년으로 끊어서 하겠다고만 발표했고, 이게 문제가 되니까 그러면 한 달씩 끊어서 12년 동안 하는 식으로 말을 바꾸니 더 공분을 산 거죠.”
- 박순애 장관은 만 5세가 세계 흐름이라고 하던데 아닌가요?
“의무 교육의 시작 연령을 만 5세로 하는 것은 흐름일 수는 있지만 만 5세가 초등학교 1학년 교육과정을 이수한다는 것이 세계적 흐름은 아니죠.”
“현재도 만 5세 입학 가능하지만......”
- 미국은 그렇게 한다던데.
“그렇게 하는데도 만 5세가 그냥 바로 1학년 교육과정을 하는 게 아니라 K 학년이나 0학년 즉 킨더 가르텐이라고 프리스쿨(preschool)처럼 운영하는 거지 정부가 처음에 발표했던 것처럼 1학년 교육과정을 만 5세에 그대로 투입해서 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어요.”
- 현행법으로도 7살 입학이 가능한 거로 알거든요.
“현재 만 5세에서 만 7세까지 입학이 가능하죠. 예전에는 아이가 똑똑하니까 1년 일찍 학교 보낸다는 흐름이 있었던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그런 아이들이 초등학교 들어갔을 때 인지 발달은 빠르지만, 신체 발달이 늦고 사회성 발달 부분에 있어서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힘들어한다는 것이 보편적으로 인식되어 만 6세, 같은 연령에 취학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과거에는 콩나물 교실에 서로 잘 모르고 비슷비슷한 수준에서 공부해 1~2학년 때는 글도 잘 못 읽었지만 5~6학년에 갑자기 공부를 잘하게 되는 일들이 가능했던 시대였다면 지금은 가정별 격차가 천차만별인 사회라 그럴 여지가 거의 없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학부모 연령대에 있는 분들이 만 5세에 조기 취학했던 경우가 많았었던 시기입니다. 스스로 경험했던 것을 돌아봤을 때 긍정적인 경험이 아니었기 때문에 조기 입학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 이런 건 공론화가 먼저 있었어야 했는데, 없어서 문제인 것 같아요
“그렇죠. 이런 부분에 대해서 국민적 의견을 수렴하고 논의해보겠다고 절차적인 정당성을 획득했다면 적어도 최소한의 추진 동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었을 텐데 지금은 그냥 엄청 좋은 방안을 발표하는 듯이 깜짝 발표했지만 국민들의 정서나 심리하고는 전혀 다른 방향의 내용이 나왔기 때문에 불만이 더 커진 것 같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처음엔 신속히 추진하라고 했다가 반대 여론이 높으니 공론화를 지시했잖아요. 이제라도 공론화하라고 하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요?
“저는 다행이라면 다행일 수 있지만 현 정부가 이 정책을 정말 폐기시킬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고요. 공론화가 얼마나 제대로 잘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습니다. 공론화라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려고는 하겠지만 그것 역시도 어떤 숙의단을 만든다거나 토론회를 한다거나 이렇게 했을 때 정치 지형에 따라서 굉장히 편 가르기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공론화를 통해서 정당성을 확보하고 이 정책 추진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 공론화는 명분일까요?
“저는 현재까지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설문조사를 2만 명에 한다고 해서 제가 깜짝 놀랐거든요. 가장 기본적으로 이 정책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2025년에 만 5세가 되는 아이들을 키우고 계시는 학부모님들에 대한 의견 조사가 있어야 되고요. 그다음에 2026년에 만 5세 되는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분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리고 만 5세를 주로 담당하셨던 유치원,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다음에 초등학교 1학년 담임 경력이 많은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런 부분들에서 굉장히 세밀하게 설문을 설계하고 문항을 설계해서 표집 조사를 해야죠. 그런데 누구나 참여가능한 설문하는 식으로 한다든지 하면 명분 쌓기죠.”
“취학연령 인하, 아이들 발달 전반의 균형을 깨뜨릴 가능성이 있어”
- 취학연령을 낮췄을 때 우려되는 건 뭔가요?
“취학 연령 낮춘다는 게 만 5세 어린이가 초등학교 1학년 교육과정을 이수하도록 한다는 거잖아요. 이런 발상은 기본적으로 아이들의 인지 발달이나 신체 발달, 심리 발달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요. 그로 인한 학습에 있어서 저성취라든지 선행학습 과잉화를 우려합니다. 적기에 교육받아야 하는데 초등학교 1학년 교육과정을 이수하게 하려고 오히려 부모님들이 더 부담과 불안감을 가지고 우리 아이가 뒤처지면 어쩌나 하면서 더 이른 연령에 사교육을 시키려고 할 거 같아요. 이런 것들이 아이들 발달 전반의 균형을 깨뜨릴 가능성이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박 장관은 이걸 하는 취지에 대해 격차를 해소하고 모든 국민들, 우리 아이들한테 공정한 기회 보장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하던데,
“정치적인 수사로 그런 말씀은 하실 수 있죠. 그러나 국민들이 그것 때문에 더 화가 나는 거죠. ‘만 5세에 학교 가면 격차가 해소되는 거야?’나 혹은 ‘1학년 교육이 어렵다는 걸 인식시키는 게 공정한 기회 보장이야?’라고 생각을 하게 되는 거잖아요. 미사여구를 가지고 국민들을 오도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어요. ”
- 돌봄 문제가 나오잖아요.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초등학교 1학년, 2학년 같은 경우 밤 8시까지도 학교에서 돌봄을 할 수 있다고 하던데 이건 어떻게 보세요?,
“지금도 저녁 8시까지 초등학교 돌봄을 신청해서 할 수는 있어요. 문제는 학부모님들도 신청하지 않고 아이들도 원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제가 근무하는 학교의 돌봄 교실에서 방과 후를 보내고 가는 아이들이 한 100명 정도 돼요. 그중에 저녁 먹고 저녁 돌봄까지 신청하는 아이들이 5명이 안 돼요. 그리고 그렇게 신청해서 있다가도 몇 명 없으면 한 달 하고 나서 그만하겠다고 해요. 왜 그러겠어요? 아침 8시 반에 학교에 와서 저녁 8시까지 12시간 가까이 같은 공간에 계속 있는 게 이 아이들한테 얼마나 어렵겠어요.
그래서 어머님들이 선택하는 게 돌봄은 1~2학년이 보통 1시 반쯤 끝나거든요. 그러면 돌봄 교실에서 쉬고 책 보거나 방과 후 수업 듣다가 3시쯤에 간식을 먹고 학원으로 가요. 초등 돌봄 교실을 5시까지 운영하지만 5시까지 있는 아이들은 거의 없어요. 왜냐면 한 공간에 계속 있는 게 너무 지루하고 우리 집도 아닌데 내 마음대로 내가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니까 조금 더 다양한 경험을 해 주기 위해서 부모님들이 그런 궁여지책을 쓰시는 거예요.
돌봄이 국가 책임이라고 했을 때 가정이 적어도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는 부모가 여유 있게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게 진짜 돌봄의 국가 책임에 방점 찍어야 된다는 거죠. 그리고 돌봄은 국가의 영역으로 가져오면서 더더욱 아이들의 심리 상태를 잘 챙겨줄 수 있어야 되는데 그냥 25명의 한 명 돌봄 실무사 한 명 두는 게 전부인 거죠. 그렇게 됐을 때 관리만 하라는 거죠. 그런 상황이 되기 때문에 사실은 아이들의 삶은 더 피폐해지고 있어요.”
- 이 문제 앞으로 어떻게 될 거로 전망하세요?
“단순히 만 5세 하향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고 정치권력 전반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예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요. 현 정부는 정말 거센 반대에 부딪히지 않는 한 절차적 정당성을 갖춰서 추진하려고 할 것 같습니다.”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