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강제 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민관협의회가 지난 7월 4일 출범했다. 문재인 정부는 피해자 의견을 비공개로 들어왔지만, 윤석열 정부는 공개적으로 의견 청취하겠단 의도다.
민관협의회는 3차까지 회의가 진행되었다. 2차까진 피해자 측 일부가 불참했지만 3차는 피해자 측 전부 불참했다. 왜 불참하게 된 건지 이유가 궁금해 강제 동원 피해자 측을 법률 대리하는 법무법인 해마루의 임재성 변호사와 지난 12일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임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공개적인 회의에서 여러 명이 의견 나누는 게 비효율적이라는 느낌 받아”
- 지난 10일 외교부에서 일제의 강제 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를 논의하는 제3차 민관협의회가 있었어요. 민관협의회는 어떤 건지 설명해 주세요,
“윤석열 정부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절차인데요. 강제 동원 대법원판결이 2018년에 선고된 이후 문재인 정부 때도 피해자 측과 전문가들 의견을 듣는 절차 진행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게 비공개로 개별 의견 듣고 또 상황을 전달했다면 윤석열 정부에는 공개적인 방식으로 민관 협의회 구성해서 회의 진행하는 방식으로 처음 구상이 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피해자 측, 전문가, 외교부 공무원들 그리고 언론인들이 들어왔어요. 그리고 한국과 일본의 기업 간의 연대 기구가 있는데 그 기업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 오셔서 다양한 전문가들과 피해자 측의 목소리를 공개적인 회의를 통해서 듣는다는 컨셉으로 만들어진 것이고요.
사실 저희도 이 제안 받았을 때 이게 혹시 공개적인 방식으로 한다는 게 누구한테 보여주기 위한 건 아닐까 했죠. 왜냐하면 의견을 개별적으로 수렴할 수도 있는데 공개적으로 하는 게 혹시 일본 측에 한국 정부가 노력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구색 갖추기 같은 게 아닐까 하는 걱정도 있어서 피해자 측에서도 민관 협의에 참석하는 것에 대한 의견이 조금 갈렸습니다. 통상 저희가 서울 측이라고 얘기하는데요. 서울 측 대리인단은 어쨌든 정부가 이런 기구를 만들었으면 거기에서 의견도 개진하고 또 정부의 입장도 설득도 하고 전문가들과 토론도 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 참여 하기로 했죠.”
- 1, 2차는 7월에 있었고 일부 피해자 측이 불참했지만, 변호사님은 참석하셨잖아요. 그때 분위기는 어땠나요?
“1차 회의 같은 경우는 돌아가면서 자기소개 그리고 자기가 강제 동원 문제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기본적인 입장 등을 나누는 자리여서 실제로 실속은 없었고요. 두 번째 회의에서 쟁점별로 이야기가 됐는데 저는 두 번째 회의 때 공개적인 회의에서 여러 명이 앉아 의견 나누는 게 비효율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 왜요?
“구조가 어땠냐면 기본적으로 어떤 쟁점이 있을 때 피해자 측이 어떤 입장을 가졌는지로부터 얘기가 시작되는 거죠. 사과 문제라고 하면 피해자 측은 피해자 측 입장을 얘기하고 거기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자기 생각과 자신의 분석을 두고 자기의 얘기해야 하는데 ‘피해자 측의 입장이 너무 비현실적이다.’, ‘일본이 절대 받지 않을 거다.’란 원론적인 이야기 할 거면 뭐 하러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하느냐는 식의 공격 같은 것들이 이어져서 어떻게 보면 계속 전문가들과 피해자 측이 논쟁하는 구도로 진행이 됐습니다. 물론 논쟁도 할 수 있고 비판도 할 수 있다고 저는 보는데 자신의 근거를 가지고 전문가의 자격으로 왔다면 그런 이야기 해야죠. 계속 피해자 측에 대한 비판과 비현실성만 지적하는 거면 굳이 모여서 이야기를 왜 하나 싶더라고요.”
- 전문가는 어떤 사람들인가요?
“대학 교수님들도 있고요. 또 일본 문제 그리고 식민지 시기 문제 연구하셨던 학자분들도 있으시고요. 또 기자분들도 있으십니다. 외교관 하셨던 분들도 한 분 계시고요. 또 기업인도 한 분 계시죠, 근데 이 문제에 대해서 그렇게 쉽게 말하면 2018년 대법원판결에 비판적인 분들이 많이 구성원에 참여하셨다는 느낌 받았습니다.”
- 일부 피해자 측이 그때 안 나왔잖아요. 왜 안 나온 거죠?
“광주 그룹이라고 저희가 표현해요. 이게 나고야에 근로정신대라는 이름으로 동원되셨던 분들의 소송을 진행하고 계시는 광주 쪽에서는 당연히 같은 강제 동원 소송하는 대리인단으로서 저희와도 의논과 토론 많이 하는데요. 첫 번째로 지금 정부가 결론을 내놓고 구색 갖추기로 절차 진행하는 것 같다는 의심이 있으셨어요. 두 번째로 이 절차가 뭔가 일본을 설득하기 위해 지혜 모으는 절차가 아니라 타협한다는 전제가 있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지금 한국 정부가 할 건 어떻게 타협할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일본을 판결 이행으로 끌어낼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는데 그런 논의는 전혀 없고 어떻게 타협할지에 대한 논의만 있고 이런 것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이었고 또 서울 같은 경우 만약 정부가 타협한다면 어디가 마지노선인지 또 피해자 측의 의견을 제시해야 되는 거 아니냐예요. 그래서 아주 입장이 달랐다기보다 이 절차 자체에 대한 문제의식이 광주는 크셨고 저희는 정부가 이런 절차를 한다면 거기에 가서라도 우리 의견을 밝혀야 된다는 입장이었던 거죠.”
“동의 구할 자신 없으면 사전에 알리기라도 했어야!”
- 3차는 불참하셨더라고요. 불참 이유에 대해 지금 외교부가 재판부에 외교적 노력을 취하고 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한 것 때문이라고 하셨던데 어떤 의미인가요?
“2018년 대법원에서 확정된 사건에 대해 일본 기업이 판결 이행하라고 저희가 요구했어요. 그런데 일본 기업이 판결 이행 안 하니까 저희가 강제집행 절차 진행하고 있어요. 그중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간 사건이 있는데 그 사건에 외교부가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외교적 노력을 취하고 있다는 기재가 되어 있다고 외교부가 언론사에 이야기한 거지 실제로 내용을 보여주지는 않았는데요. 해석해보면 실제 취지는 대법원이 이거 판단하지, 늦추라는 거거든요. 어떻게 보면 이건 권리 침해 행위를 행정부가 한 거잖아요. ‘지금 일본이 보복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권리 지금 이 피해자들의 권리가 지금 실현되면 안 된다. 늦춰달라’는 거 자체가 불법은 아니더라도 황당한 일이죠. 그런데 절차적으로 신뢰 관계가 파탄 났다고 이야기하는 가장 핵심은 피해자들의 권리 지연시키거나 신속한 재판 받을 권리 침해하는 행동 하면 사전에 저희와 협의하고 동의 구해야죠. 동의를 구할 자신이 없으면 사전에 알리기라도 해야죠. 법률상 그런 조건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게 한국 행정부가 한국 피해자들과 싸울 일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그런 거 전혀 없이 몰래 제출해놓고 무슨 서류를 제출했는지 보여달라니 보여주지도 않는 거예요. 그거 자체도 너무 황당하죠.
또 하나 지금은 민관협의회라는 게 만들어졌잖아요. 그 절차에서 의견 수렴하고 논의한다면 여기에서 이런 논의를 해야죠. 한국 행정부가 한국 사법부에 이거 절차 지연시켜달라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낸 겁니다. 일본이 가장 원하는 행위를 지금 한국이 한 건데 이게 과연 전략적으로 타당할까요? 민관협의회 한다고 생색을 내놓고 정작 이 절차에서 한국 행정부가 하는 가장 중요한 행위에 대해서는 아무 얘기도 없이 의견 수렴한다는 건 이 절차가 우스워지는 거고 이 절차에서 그래도 외교부에 우리가 뭔가 신뢰를 갖고 이야기를 하겠다는 사람들도 완전 바보 만들어놓은 거죠.”
- 왜 그랬을까요?
“모르겠어요. 사실 저는 마음이 다급해서 그러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일본 측에 한국이 이 정도까지 조치를 취했으니 일본도 양보하라는 걸 수도 있죠. 즉 좋게 생각하면 일본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지렛대로서 이걸 삼았다고 볼 수도 있는데 좋게 해석한다고 하더라도 사전에 양해를 구했어야죠. 절차적으로 이렇게 하는 건 전혀 이해도 납득도 안 되고 이건 사실 무시하는 거예요.”
“외교부, 사과해야!”
- 아예 이야기가 1도 안 나왔나요?
“제출하기 전에 전혀 그런 얘기 없었어요. 물론 그 소송을 지금 의견서가 제출된 소송은 광주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건이라서 당연히 그 사건을 진행하셨던 분들이 당사자시고 저야 광주 그룹과 연대하고 있는 변호사지만 이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저희가 여쭤봤고 사전에 공개든 비공개든 논의되거나 통보받은 적도 없다고 확인해 주셨습니다.”
- 문제가 크네요. 간단히 넘어갈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떻게 할 거예요?
“일단은 광주 쪽에서는 어제(11일) 기자회견 하셔서 ‘대법원은 이 정부 의견 신경 쓰지 말고 그 법리대로 판단해 달라. 강제집행에 대해서 일본 기업이 불복할 만한 전혀 법률적인 이유가 없다. 법리대로 판단해 달라’라고 대법원의 신속한 판단을 촉구했고요. 지금 외교부의 입장이 뭐냐하면 ‘민사소송 규칙에 따라서 제출한 거다. 아무 문제 없다.’란 입장이에요. 그래서 우리는 ‘사과해라. 그리고 대법원에 제출한 의견서 철회해라’란 건데 외교부가 사과하고 철회하겠습니까? 어쨌든 그 신뢰 관계가 파탄 난 상황이면 우리는 민관 협의회에 참여했던 서울 그룹은 참여하지 않겠다고 한 상황이죠.”
- 일제 강점기 때 강제 동원에 대해 2018년 대법원이 배상하라고 판결했잖아요. 그 후 진행 상황은 어떤가요?
“그 부분은 제가 말씀드렸던 것처럼 판결 난 이후 일본 기업이 이 판결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 취해서 한국에 있는 일본 기업의 자산 확인하고 그것에 대한 집행 절차를 하고 있는데요. 통상 집행 절차가 이렇게 길게 진행되지 않아요. 짧게 짧게 끝나는데 판결 이행해야 될 채무자인 일본 기업이 일본에 있고 그 과정에서 서류 송달 문제 때문에 늦어졌습니다. 그리고 이게 압류든 매각 명령 결정이든 나오면 일본 기업 측이 계속 불복하고 있어요. 그래서 압류도 대법원까지 가고 매각 명령 결정도 대법원까지 가고 해서 절차가 계속 늦어지고 있죠.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3년 동안 미쓰비시 중공업 상표권 특허권에 대해 그래도 마지막까지 다 갔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간 절차가 끝나면 이제 자산을 경매할 수 있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신속하게 일본 측 사과 이루어지길”
- 강제 징용 피해자 중에 많이 돌아가신 거로 알거든요. 현재 몇분 생존해 계세요?
“당연히 강제 동원이라는 게 워낙 광범위한 사건이기 때문에 지금 피해자가 몇 분 생존해 계신다고 얘기하기는 어렵고요. 좁혀보면 대법원에서 확정판결 받으신 3건 사건 중에 지금 일본 제철 사건은 한 분 그리고 미쓰비시 중공업 사건에는 두 분이 생존해 계십니다. 그래서 저희로서는 이 피해자분들 생존해 계실 때 빨리 일본 기업이 피해자분들에게 사과하고 또 적절한 방식으로 책임을 지는 모습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합니다.”
- 대부분 고령이라서 이제 시간이 얼마 안 남지 않았나요?
“맞습니다. 지금 생존해 계신 세 분도 다 90대세요. 저희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얘기할 수는 없고요. 연세가 많으시기 때문에 신속하게 일본 측이 최소한 피해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전달한다면 저희도 기쁜 마음으로 그걸 피해자분들에게 전해드릴 수 있으면 합니다.”
- 건강은 어떠신가요?
“다행히 그래도 건강이 아프신 데가 많지 않으셔서 다행입니다.”
- 만약에 그분들이 돌아가시면 어떻게 돼요?
“당연히 다른 것과 비슷하게 요것도 상속이 됩니다. 판결 채권이라고 하거든요. 채권도 n분의 1로 그러니까 상속 자녀들에게나 배우자에게 상속이 됩니다. 그래서 사실은 이제 이 판결이 사라지거나 우리가 집행을 못 하거나 이런 건 아니고요. 유족들이 이거를 이제 권리를 승계받아서 다시 또 권리를 행사하실 수 있습니다.”
-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뭔가요?
“사실 저희는 변호사로서 소송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집행 절차 열심히 해왔고 앞으로도 이 집행 절차를 신속하게 특히 이제 외교부까지 이 집행 절차에 들어와서 사실상 집행을 방해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군다나 이 집행 절차를 신속하게 예법률에 따라서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거죠.”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