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정부의 2023년 예산안에 대한 반발의 의미로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재개하기로 했다. 전문가는 관련 예산이 늘어날 필요가 있다며 전장연의 주장에 동의했다.
권달주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5일 오전 삼각지역에서 제36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집회를 열고 2023년도 정부 예산안 내 장애인 관련 예산이 알맞게 책정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장애인 예산은 올해 5조1000억원에서 내년 5조8000억원으로 늘어나지만 부족하다는 의미다.
권 대표는 “장애인들이 진정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려면 말로만 복지 정책 운운하면 안 된다”며 “2023년도 정부 예산안은 도저히 우리가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예산 근처에도 못 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시민에게 욕을 먹어가며 이렇게 (시위를) 하는 것은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예산이 만들어질 때까지 투쟁하는 것”이라며 “장애인 권리가 보장될 때까지 같이 지하철 타며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도 이날 “기획재정부가 (장애인 권리에 대한) 예산을 짓밟는 것과 (장애인 권리예산을) 반영하지 않는 건 장애인을 대놓고 차별하고 배제하겠다는 것”이라며 분노했다.
그는 “정부가 (장애인을) 차별하고 배제하니 시민도 똑같이 저희에게 욕설을 퍼붓고 차별하고 배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시민 여러분, 많이 불편하시겠지만 저희의 이 외침에 함께 해달라”고 울먹였다.
전문가는 장애인 복지 예산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예산을 늘리는 것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장애인과 관련한 예산은 사회적 약자들과 관련돼 다른 사람들도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지혜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5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정부는 장애인 예산을 늘린다고 늘렸어도 당사자 입장에서는 권리 보장에 대한 예산이 별로 없다고 봤을 것”이라며 “장애인 복지 예산이 아직 OECD와 대비하면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 복지 예산이라고 이름은 붙어 있지만 따지고 보면 노인도 수혜를 볼 수 있다”며 “이동권만 하더라도 이동권을 보장한다고 하면 장애인에게만 해당하는 내용이 아니라 이동 약자 모두에게 해당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예산이 더 늘어나야 하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지하철 승하차 시위는 이뤄지지 않았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함에 따라 국민과 함께하겠다며 지하철 시위를 오는 13일로 연기했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