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선수의 공을 잡은 건 평생 안줏거리죠.”
곽윤기는 17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컬쳐 파크에서 열린 ‘FTX MLB 홈런더비 X 서울’ 시카고 컵스와 준결승전에서 호수비 2개로 LA 다저스의 결승 진출을 견인했다.
자신의 타석에서 홈런을 때리지 못한 곽윤기는 시카고의 마지막 타자인 이승엽의 타석에서 외야에 나가 2개의 타구를 잡아냈다. 특히 첫 번째 수비는 자신의 앞에 떨어지는 타구였는데, 프로 선수들도 쉽사리 처리하기 어려운 타구를 빠르게 반응해 공을 낚아챘다.
경기 후 선수들은 곽윤기의 호수비를 칭찬했다. LA 다저스의 레전드 아드리안 곤잘레스는 “정말 대단한 캐치를 보여줬다. 결정적인 순간이었는데 나의 감정이 그대로 나왔다”라고 표했고, 정근우도 “오늘의 MVP는 타격과 수비에서 2점씩 따낸 곽윤기”라고 칭찬했다.
이에 곽윤기는 “팀에서 나에게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아서 그렇게 칭찬해 준게 아닌가 싶다. 사실 딜레마다. 나는 수비 연습을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공을 잡아낼 줄은 나도 몰랐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메이저리그 관계자가 나에게 기대한 게 수비였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스케이팅 선수다 보니 발이 빨라서 그런 점을 기대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다저스는 이날 정근우의 끝내기 홈런으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에 다저스 선수들은 모두 달려가 정근우와 함께 기뻐했다.
곽윤기는 “계주 경기에서 마치 동료가 결승선 앞 ‘날 내밀기’로 우승한 기분이더라. 승리 확정 이후 모두 함께 달려가는 그때 기분이랑 비슷하더라”고 비교했다.
그는 “내 주위에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데, 주변 친구들에게 평생 안줏거리가 생겼다. ‘너희는 (이승엽 공) 잡아봤나’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면서 “야구선수와는 그라운드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인데 공을 잡다니 정말 기쁘다”라고 말했다.
지난 7월 영국 런던 대회에서 홈런을 때려낸 곽윤기는 한국 팬들 앞에서 홈런을 치지 못했다. 곧장 열리는 결승전을 두고 “수비 연습 대신 타격 연습만 했는데 고민이 생겼다. 관중 입장에선 타격이 좋은 경기가 재미있으니, 앞으로도 타격에 집중하겠다”고 반드시 홈런을 때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인천=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