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녹음 금지법’ 통과되긴 어려울 듯”

“‘대화 녹음 금지법’ 통과되긴 어려울 듯”

[이영광의 간(間)보기] 사단법인 오픈넷의 손지원 변호사

기사승인 2022-09-19 05:55:02
사단법인 오픈넷의 손지원 변호사
최근 정치권에서 통화 녹음이 문제가 되면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대화 당사자도 동의 없이 녹음을 못 하게 막는 이른바 ‘대화 녹음 금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대화 녹음 금지법’ 발의에 대해 윤 의원은 정치의 저질화를 막기 위해서라고 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대화 녹음 금지법’에서 가장 문제는 어떤 게 있는지 들어보고자 이 법에 대해 지속해서 반대 목소리 내는 사단법인 오픈넷의 손지원 변호사를 지난 14일 서울 교대역 근처 오픈넷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손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대화 녹음 금지법'은 무리한 법안”

- 8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통화녹음 금지법을 발의해 논란인데 현재 상황 어떻게 보고 계세요?
“사실 윤상현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대화 녹음하는 것 자체만으로 굉장히 중한 형벌을 규정하고 있고, 공익적인 목적의 경우 위법성 없애겠다는 조항도 없는 상태예요. 때문에 이 법안 자체가 많이 무리한 법안이라고 보여서 통과될 거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근데 얼마 전에 윤상현 의원이 관련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공익적인 목적이나 갑질, 언어폭력 등을 고발하기 위한 녹음의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조항 신설하는 방향으로 수정하겠다고 했잖아요. 그런 식의 계속 비슷한 시도들이 이어지겠죠. 하지만 어떤 식으로 개정하려고 하든 대화 당사자의 녹음이나 공개같이 원칙적으로 사실을 기록하고 알리는 행위가 형사처벌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여야 할 것 없이 정치인들이 통화 녹음 등으로 곤욕 치르는 사태가 많다 보니까, 이런 규제에 찬성하는 국회의원들이 많을 것 같아서 통과될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듭니다.”

- 제가 알기로 이런 법 발의된 게 처음은 아닌 것 같은데.
“몇 년 전에 통화 녹음할 때 상대방한테 알림이 가도록 한 형식의 법안도 발의됐다가, 사람들이 ‘고발 목적으로 녹음하는 경우도 있고 몰래 녹음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도 있고 표현의 자유라든가 기자들의 탐사보도 같은 활동을 방해할 수 있다’고 해서 폐기되었었는데요, 지금 이 법안은 심지어 형사처벌이잖아요. 그래서 그 전 법안보다 훨씬 위헌성이나 부작용도 심각한 법안이라 할 수 있죠.”

- 이 법의 가장 문제는 뭘까요.
“대화 녹음이란 건 진실한 사실을 기록하는 행위죠. 녹음 후 공개하는 행위도 진실한 사실이 있는지 알리는 행위고요. 이런 행위들을 ‘음성권’이라는 실체도 불분명하고 보호 가치가 높다고도 할 수 없는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형사 처벌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과도하죠. 또 공익 목적, 고발 목적이 있을 때는 처벌을 면해준다고 하더라도, 처음부터 그런 목적으로 녹음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예상치 못한 억울한 상황을 대비해서 자기 보호의 수단으로 상시로 녹음을 하는 경우도 많잖아요.
또 보통 상대방에 대한 부조리한 행위들은 비밀스럽게 이루어지거나 기습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증거를 제대로 잡기 위해서는 대화 때마다 녹음할 필요도 있는 것이고요. 그런데 처음부터 그런 목적이 있어야만 처벌을 면해준다고 하는 것도 너무 협소하고. 이런 진실한 사실을 기록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불법화하는 것 자체로 사회의 부조리 고발 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통화 녹음, 불법 촬영과 달라”

- 불법 촬영하면 처벌받잖아요. 불법 촬영과 동일시하는 의견도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
“제가 알기로는 불법 촬영 같은 경우에도 예를 들어 사람들이 밖에서 다른 사람들을 폰으로 촬영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의 초상권을 몰래 침해했다고 ‘형사처벌’ 하는 조항은 없습니다. 성적 수치심 일으킬 수 있는 신체 부분을 몰래 촬영했을 때와 같이 예외적인 경우 비로소 성폭력방지법 등에 의한 불법 촬영이 되는 것이죠. 지금 음성권을 침해했다는 것만으로 불법 녹음이라며 처벌하자는 이 법안과 성폭법상의 불법 촬영죄는 전혀 차원이 다르다고 보고요.
물론 동의 없는 촬영이나 공개로 초상권이 침해된 경우는 ‘민사상’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는 있고 민사로 규율되고 있죠. 그건 음성권 침해의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근데 이건 촬영이나 녹음만으로는 거의 성립이 안 되고, ‘공표’했을 때, 인격권 침해 정도와 혹은 표현의 공익성 등을 비교해서 따져본 후 결정되는 것이고요. 그런데 이 법안은 ‘녹음’한 것만으로 원칙적으로 모두 불법화하고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는 조항이라 이런 민사 불법행위랑도 차원을 달리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음성권이 아니라 통신의 비밀과 자유 침해라는 주장도 있는 것 같은데, 사실 사람의 대화라는 건 그 사람 혼자만의 비밀스러운 행위라기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사회적인, 대외적인 활동이잖아요. 대화 당사자가 모두 비밀로 하기로 합의하면 그때서야 둘만의 비밀이 된다고 할 수 있죠. 대화 상대방이 자기가 나눴던 대화 내용을 알리는 건 그 사람의 자유고, 사람이 자기가 상대방에게 내뱉은 말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하죠.”

- 형사로 한다는 건데 민사면 괜찮을까요?
“민사 같은 경우에도 사실 이 음성권이라는 것 자체가 실체가 불분명한 법익이거든요. 목소리나 얼굴은 어떻게 보면 어느 정도 일반에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부분인데 이것을 고유하고 독자적인 인격권으로 볼 수 있는지, 이것을 녹음하고 촬영한 행위만으로 이런 권리들(음성권, 초상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로 볼 수 있을 것인지도 애매하죠. 그래서 사실상 민사 판례에서도 촬영이나 녹음만으로 불법행위라고 판단된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고, ‘공표’했을 때 인격권 침해 정도와 표현의 공익성 등을 비교해서 따져본 후에 불법행위인지가 결정되는데, 여기에 대해서도 주관적인 해석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겠죠.”

- 제3자가 녹음하면 불법이잖아요. 그거와 뭐가 다른가요?
“대화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몰래 도청기기 등을 이용해서 공개되지 않은 대화에 침입해서 통신 내용을 탈취했을 때는 현행법상으로도 처벌 대상인데요. 기본적으로 대화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대화 당사자 어느 누구의 동의도 없이 대화 내용을 알게 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대화 당사자들이 예측할 수 있다거나 동의를 추정할 수 없기 때문에 일단 통신의 비밀과 자유로 지켜져야 하는 거죠. 대화 당사자가 스스로 자기가 참여자이자 상대방이었던 통신의 내용을 기록하고 알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할 수 있죠.”

- 그럼 예를 들어 3명이 만났어요. 근데 한 명은 시작부터 끝까지 아무 말 안 하고 몰래 녹음 했다고 쳐요. 그건 어떻게 되나요?
“그 사람이 직접 말을 했다, 안 했다가 요건이 아니라 대화 장소에 그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의 존재를 인식했고, 그 사람도 대화의 상대방 중 하나로써 대화의 내용을 알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식했다면 그 장소에 있던 모두가 대화 당사자인 거죠. 현행법상으로는 그런 사람이 녹음했다면 처벌 안 되는데, 이런 법안이 통과되면 처벌받겠지요.”

“정치의 저질화를 막기 위해? 통화 녹음 때문에 곤혹 치러서를 인정한 셈”

- 윤상현 의원은 정치의 저질화를 막기 위해 이 법 발의했다고 하던데.
“결국 정치인들이 음성 녹음 파일이 공개되면서 곤혹을 치르는 사건이 많아지니까 이런 법안을 적극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냐고, 의심에 그쳤던 것들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고 봐요, 이런 녹음 파일을 둘러싼 정쟁 자체가 바람직하다고 보지 않는데, 그건 이런 정보를 수용하는 사람들의 주관적 판단에 달린 것들이고요, 모든 정치인의 행위는 경중과 관계없이 정치인의 자질 판단의 요소가 될 수 있고 유권자들의 알 권리의 대상이라고 봅니다. 그 사람이 누구에게 어떤 말을 내뱉는지, 어떤 숨겨진 사상이 있는지 모두가 알 권리의 대상이 될 수 있죠.”

-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공익 사이에서 어떤 걸 우선으로 볼 것이냐의 문제인 것 같은데.
“예를 들면 명예훼손죄에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말한 경우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는데요, 그 공익적인 목적이라는 게 굉장히 판단하기가 애매하기 때문에 판단자의 주관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모호한 개념이죠. 그것도 저희가 계속 지금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운동을 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고요. 이게 법관에 따라서도 1심, 2심, 3심에서도 판단이 바뀌는 경우가 많고요,
예를 들면 직장 동료의 성희롱이나 건물주 갑질을 임차인이 고발했어도, 공인이 아닌 일반인에게 당했던 일을 고발하는 건 공익성이 없다고 판단한 경우도 있고, 공표 방식, 공표 범위가 어땠는지에 따라 공익적 목적이 컸느냐 비방의 목적이 컸느냐가 달라지기도 하고요, 이런 상황에서 어떤 진실한 사실의 증명을 위해 기록을 하는 행위 자체를 일단 불법화하는 것 자체가 개인의 인격권이나 프라이버시 쪽에만 너무 무게를 두고, 고발을 하려는 사람에게 심각한 법적 리스크를 일단 부담시켜 버리게 하는, 굉장히 불균형한 상황이 되어버리는 것이죠.”

- 이거 어떻게 될 것 같아요?
“현재 법안이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녹음이든 공개든 음성권을 이유로 해서 형사처벌 하는 조항 자체가 보기 드물기 때문에요. 외국에 처벌 규정이 있다고 하지만 그게 사실은 미국 50개 주에서 한 10개 주 정도 소수의 주에서 하고 있을 뿐이고 그것도 어떤 이유로 하고 있는지는 좀 더 자세히 봐야 해요.”

- 그러나 윤상현 의원이 여론 조사한 걸 보면 찬성이 높아요. 다른 조사에선 반대가 많기도 하고요.
“사실 여론조사 방식의 문제인데 잘 아시겠지만, 문항을 어떻게 구성하는지에 따라서 사람들의 응답이 다르게 나오죠. 어떤 측면을 강조하였는지에 따라서요. 내 목소리가 허락 없이 녹음되는 상황을 강조하면 처벌 찬성이 크게 나오고, 내가 억울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녹음 기능을 켰는데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측면을 강조하면 반대가 크게 나오지요.
또 형사처벌 제도 찬반 여론조사는 형사처벌 자체의 적정성보다는 도덕적인 판단에 따라 행위의 잘못된 면을 강조하면 형사처벌 찬성으로 응답하는 경우가 많고요. 입법자라면 여론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본인이 만드는 법이 헌법상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지를 먼저 고려해야 해야죠.”

- 이건 좀 다른 문제인데 유튜브에서 혐오 발언이 무차별적으로 나오니 문제가 되고 있잖아요. 혐오 발언 어떻게 보세요?
“어려운 문제인데요. 혐오 표현은 피해자라든지 피해 정도를 특정할 수가 없기 때문에 함부로 처벌 규정을 마련할 수가 없거든요. 어떤 특정 가능한 소수의 집단을 대상으로 욕설하면 현행 모욕죄로는 처벌될 수 있어요. 그러나 넓은 집단을 대상으로 한 표현은 증명이 가능한, 구체적이고 명백한 해악을 일으킬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비록 혐오스러운 표현일지라도 표현의 자유의 영역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거든요. 아주 예외적으로 그 집단에 대한 구체적인 폭력이나 차별을 선동할 수 있는 위험이 큰 표현물만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 혐오 표현 규제의 국제기준이기도 하고요.”

“혐오 발언, 무조건 법적 제재보다 스스로 자정돼야!”- ”
사단법인 오픈넷의 손지원 변호사

- 그럼 혐오 발언도 표현의 자유로 봐야 하나요?
“정도에 따라 다른데요, 국제기준대로 어떤 집단에 대한 구체적인 폭력, 차별을 선동하고 그것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은 표현은 규제될 수 있다고 보고요. 그 정도에 이르지 않은, 집단에 대한 자신의 혐오감 표현하는 것은 일단 표현의 자유로 보고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논박을 통해 자정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옛날에 제주도의 난민이 왔었을 때 ‘제주도 난민이 제주도 여중생을 성폭행했다, 다 추방해야 한다’는 식의 논의가 있었거든요. 그때 제주도 난민의 수가 많지도 않았고, 이런 수준의 구체적인 허위 사실을 말하는 것은 정말 그들을 실질적 위험에 빠뜨리는 표현이라 할 수 있고, 이런 것들을 규제할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 요즘 혐오가 비즈니스 같거든요. 혐오로 돈벌이하는 건 규제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참 저도 좌절하는 현실인데요, 규제의 기준을 설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것도 함부로 규제하는 것은 위험해요. 어떤 것이 ‘혐오’인지 판단하기도 애매하거든요. 예를 들면 전장연이 출근길 시위하는 것 자체를 비판하는 것도 혐오 표현인가에 대해서 논의가 있고, 또 사회적 소수자들이 다수자들을 상대로 미러링 방식으로 운동하는 것도 혐오 표현이라고 규제되는 경우도 있거든요.”

- 너무 법으로만 하면 안 좋을지도 있다고 생각하세요?
“또 혐오 문화 자체를 무조건 가리고 규제하는 것보다는 그런 것이 좀 드러나야 사회가 대응을 더 할 수가 있다고도 봅니다. 공론장에서 그런 사상이 왜 옳지 않은지를 반박해야 근본적으로 자정이 될 수 있는데, 이걸 무조건 보이지 않게만 한다든지 못하게 하면 오히려 더 반감을 품고 음성적으로 퍼져나갈 수도 있고 해서 무엇이든지 사상적인 것은 규제보다는 일차적으로 사회에서 스스로 자정이 되어야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이영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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