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과 동시에 국정 과제 중 하나인 ‘온라인 플랫폼 자율규제’ 도입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배달앱 업계가 음식점주와의 거래 관계에서 스스로 지켜야 할 규율을 만들고 상생하는 방안이 마련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22일 취임 후 첫 현장 행보로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배달앱 3사 대표와 함께 3사 모두 입점한 서울역 인근 치킨 브랜드 가맹점을 방문해 배달앱 관련 의견을 청취했다. 이번 일정은 최근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인해 소상공인과 서민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배달앱을 이용하는 음식점주들의 영업 현황과 어려움 등을 파악한 후, 배달앱 사업자들과 별도 간담회를 통해 외식업 소상공인의 부담 완화 및 상생 방향 등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한 위원장은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배달앱이 음식점주와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돌파구가 되어주었다"며 "입점업체, 소비자 등 배달앱 참여자와 함께 어려운 경제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한 자율적인 상생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배달앱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도 다양한 이해당사자와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플랫폼의 독과점 남용이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서는 현행법을 엄정하게 집행해야 한다고 봤다. 다만 동시에 현행법 적용만으로 해결이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필요최소한의 제도적 장치 마련에 앞서, 자율규제가 플랫폼의 혁신 성장을 유지하면서도 거래당사자간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배달앱과 입점업체간 이슈가 논의되는 플랫폼 민간 자율기구 갑을 분과가 시작된 만큼 건설적인 대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적극 참여해줄 것을 당부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이해당사자간 협의를 통해 자율적인 거래 관행 개선 및 상생 노력이 시장에 정착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배달앱 사업자들도 자율규제 방향성에 공감한다면서 입점 소상공인 등과의 상생 의지를 밝혔다.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김범준 대표는 “입점업체와 거래관계에서의 투명성을 높이는 동시에, 교육·정보 제공 등과 같은 상생협력을 통해 입점업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위대한상상(요기요) 서성원 대표는 “이번 간담회를 시작으로 배달 플랫폼은 물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동반 성장을 위해 협업할 수 있는 소통의 시간을 확대하고, 더 나은 서비스와 업계의 발전을 도모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앞으로 자사 역시 사장님과 고객, 라이더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실행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쿠팡이츠서비스 김명규 대표는 “배달앱이 지금까지 소비자의 편의 증진과 소상공인들의 수익 창출에 기여하였다는 점도 정책 수립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앞으로 소상공인들이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고 성장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앞서 배달앱은 음식점주는 물론 소비자들과 지속적인 마찰을 빚어왔다. 비싼 배달앱 수수료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몫으로 전가됐다. 배달앱 수수료 부담을 덜기 위해 적지 않은 업체들이 음식 값을 올리거나 음식 양을 줄이면서다.
최근에는 포장주문 수수료가 논란이다. 포장 주문 시에도 업주들에게 수수료를 받고 있는 요기요와 달리 무료 정책을 펼치고 있는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프로모션 재원 마련을 위해 유료 카드를 꺼내 들 것으로 전망된다. 음식점주 입장에선 포장 중개수수료 소식이 반갑지 않다. 그동안 중개수수료가 들지 않았던 만큼 포장 손님에겐 자체적인 할인이나 별도의 서비스를 제공해왔기 때문이다. 배달앱 측은 ‘포장 주문이 플랫폼을 통해 발생했다면 그 역시 중개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