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병원 축소 몰두하는 尹… 서울대병원장 임명도 지연

공공병원 축소 몰두하는 尹… 서울대병원장 임명도 지연

5월31일 김 병원장 임기 종료 후 4개월째 공석…교육부 제청에도 임명 ‘묵묵부답’
차기 후보들, 尹라인 소문 무성…“권력 앞 무능한 병원장 원치 않아”

기사승인 2022-09-22 16:53:39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22일 서울대학교병원 본관 앞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대병원장 임명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 직무 유기’를 지적하고 나섰다.   사진=박선혜 기자

서울대병원장 임명이 4개월 째 연기된 상태다. 긴 공석으로 인해 노조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윤 정부는 공공병원 감소 대책을 신속 추진하면서도 정작 국내 대표 공공병원 수장 자리 임명에는 더디기만 하다.

이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22일 서울대학교병원 본관 앞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대병원장 임명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 직무 유기’를 외치며, 병원장 임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향춘 의료연대 본부장은 “코로나19 환자가 폭증하고, 하루 만 명 이상의 외래환자가 서울대병원을 찾는 엄혹한 상황에서 병원장 공석 4개월 방치는 윤석열 정부의 무능”이라며 “미뤄지는 이유에 대해 교육부는 답변이 어렵다고만 한다. 현 병원장은 자리만 지키고 있고, 노조 교섭을 통해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자신의 권한이 아니라며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병원장 임명 절차는 서울대병원 이사회의 면접 및 투표, 교육부 장관의 추천, 대통령 임명의 절차를 거쳐 진행된다. 병원장 임기는 3년으로, 김연수 현 병원장은 올해 5월 31일로 임기가 종료됐다.

그 동안 차기 병원장 임명은 교육부 장관 부재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6일 노조에 따르면 최근 교육부에서 차기 병원장을 제청했고 실상 대통령 임명만이 남은 상황이이라는 것. 그로부터 2주가 지난 상황에서도 임명 여부는 감감무소식이다.

서울대병원 근무 간호사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박선혜 기자

이 본부장은 “이런 상황 속에서 정부는 공공병원 확충예산을 축소하려 한다. 감염병동 인력충원 요구도 했지만 충원하지 않고 있다”며 “민영화가 아니라 보건의료체계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국립대병원장과 서울대병원의 역할이다. 정부의 정책에 이리저리 흔들려 병원노동자를 쥐어짜는 무능한 병원장은 원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지난 8월29일 윤석열 정부는 공공기관 혁신 및 효율화를 위해 인력 감축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각 부처들에 혁신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그 속에는 서울대병원도 포함됐다. 

가이드라인에는 △2023년 공공기관 정원 원칙적 감축 △불요불급한 자산 매각‧비핵심 출자회사 정비‧청사 활용도 제고 △과도한 복리후생 점검 정비 등이 담겼다. 즉 공공병원을 축소하고 포함된 정원과 임금, 비용을 줄이겠다는 뜻이다. 

반면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은 8월17일 코로나19 감염병 종합대책 수립, 간호인력 충원 문제, 영리자회사 규제방안 마련 등에 대한 서울대병원과의 단 한차례 교섭 이후 더 이상 논의를 진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 병원장이 결정 권한이 없다며 교섭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윤태석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서울대병원분회장은 “김 병원장은 임기가 끝났다며 교섭을 거부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는 계획서를 제출했다”며 “위 항목 중 그 어느 것 하나 서울대병원 조합원들의 근로조건과 관련 없는 게 없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빨리 병원장을 임명하고 근로조건과 공공의료, 인력충원을 위한 단체협약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더 큰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의료연대는 윤 정부에 신속한 차기 병원장 임명을 촉구하며 같은 내용으로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접수했다. 또한 의료민영화 반대, 공공기관 구조조정 저지를 위한 11월 초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박재현 호부, 정승용 후보.   서울대병원 홈페이지 

임명 앞둔 차기 병원장 후보 2명…‘尹라인 탔다’ 소문으로 시끌

현재 교육부 추천으로 올라와있는 차기 서울대병원장 후보는 박재현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와 정승용 외과 교수다. 

정승용 후보는 현재 서울보라매병원장으로 서창석 前원장 시절 서울대병원 기획조정실장을 지냈고, 김연수 병원장 취임과 함께 진료부원장을 맡았다. 박재현 후보는 서울의대 마취통증의학교실 주임교수와 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진료과장 및 수술부장을 역임했다. 

두 후보는 이사회 결정과 함께 일찍이 정치적 가십거리에 휩싸이기도 했다. 병원 내외부에선 ‘어느 후보가 윤핵관 라인이다’, ‘어느 후보는 김건희 친인척 라인이다’ 등 소문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병원 내부에서는 해당 소문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인 만큼 실상 라인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에 국립대병원 수장 자리에 대한 내부 기대감은 다소 떨어져 있다. 대통령 권력에 의해 좌지우지 됐던 과거 오병희, 서창석 병원장 때와 같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예측도 있다.

과거 박근혜 정권 당시 오병희 병원장은 비상경영을 선포하더니 환자 진료비를 상승시켰고, 저질재료 사용으로 160억을 남기는 등 영리적 경영에 앞장섰다. 또 박근혜 대통령 주치의라는 이유로 서울대병원장에 임명됐던 서창석 병원장은 물대포에 쓰러진 백남기 농민 사인을 병사라고 했던 사건의 책임자였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과거 사례와 같이 서울대병원장을 잘못 임명하면 의료공공성은커녕 서울대병원의 기본적인 신뢰도 무너뜨릴 수가 있다. 병원장은 무엇보다 서울대병원의 공공성을 지킬 적임자여야 한다. 시민단체도 병원장을 서둘러 임명하도록 끝까지 요구하고 감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옥란 서울대병원분회 사무장은 “서울대병원장 후보 중 그 누가됐던 조금이라도 공공의료에 대한 관심이 있길 바란다. 윤 정부 계획대로라면 공공의료는 벼랑 끝으로 밀려나게 될 것”이라며 “자기 소신을 갖고 공공병원의 대표자로서 입장을 분명히 할  수 있는 사람이 자리에 오르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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