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학박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법제연구관으로 공직생활과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로 활동하였다. 2018년 제10대 서울특별시의회 의원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서경대학교 공공인재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 쿠키칼럼 ]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살면서 한 번쯤은 맞닥뜨렸을 이 질문. 난감했던 면접관의 질문에 주춤하면서 답했던 기억이 난다. 꿈, 희망, 여유… 돌이켜 보니 가슴 뛰게 하고 낭만에 물들게 하는 단어들이었다. 요즘 들어 왜인지 격조하게 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전 세계, 전 세대가 겪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무후무한 상황 때문이었을까? 어느새 꿈은 낭만보다는 체념으로 곱씹어지는 말이 되고 말았다. 이를 대표하는 시대적 조어 중 하나가 바로 콰이어트 퀴팅(Quiet Quitting), 우리말로는 ‘조용한 사직’이다. 일하지 않거나 동료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주어진 책무 이상의 과도한 업무는 하지 않으려 함을 뜻한다.
지난 7월 미국에서 관련 영상이 소셜미디어인 틱톡에 올라온 후 전 세계적으로 큰 호응을 얻으면서 MZ 세대의 가치관을 대표하는 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언론은 물론 각계의 전문가들이 저마다 새로운 신조어에 대해 원인과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저성장 국면에 돌입한 세계경제의 구조적 관점의 분석에서부터 일과 삶을 동일시 했던 기성세대의 허슬컬쳐(hustle culture)에 대비되는 새로운 시대 언어라는 해석, 혹은 SNS 미디어로 그럴싸하게 포장되었을 뿐 태고 이래 노동과 함께 존재했던 트렌드라는 일축까지 다양하다.
각각의 분석과 해석을 존중하면서도, '조용한 사직'이 내포한 현상으로서의 의미는 관점과 해석, 대응에 대한 다양성을 포괄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조용한’이라고 표현하지만 가장 시끄러워야 할 선택의 기로이다.
앞서 꿈을 묻는 질문에 많은 기성세대들이 제일 먼저 직업의 이름을 자연스럽게 떠올렸었다면, 이젠 직업이 아닌 그 무엇을 떠올리는 것도 괜찮다. 각자의 답변에 옳고 그름이 없음을 상호 인정하고 존중하는 시대로의 전환이다.
노동 환경과 그 가치가 전환사적 과도기에 접어들며 특정 국가나 세대에 국한되지 않고 대안을 모색하게 된 이슈의 파급력은 실로 환영할만한 일이다.
다만, 최근 보고되고 있는 우리나라 공직사회의 여러 통계지표를 보면 공공 부분의 인재 이탈 현상은 우려스럽다. 43년 만에 최저치를 갱신한 7급 공채 경쟁률에 이어 9급 공채 경쟁률도 10여 년 전보다 3분의 1가량으로 크게 줄었다.
더구나 재직기간 5년 미만의 퇴직자가 만 명을 넘어서고 있는 상황이다. 과업 대비 낮은 임금, 강도 높은 민원업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상실, 경직된 조직문화 등 여러 원인이 중첩된 결과이다.
글로벌 기업을 비롯한 민간 부분에서는 환경·사회·지배구조 등 비재무지표의 투자 철학을 도입한 ESG 경영을 앞다투어 선언하며, 노동 환경의 변화와 지속가능성을 위해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반면 공직사회는 직능화 이면에 깃든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구조와 타협하면서 변화된 MZ 세대의 가치관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민간 부분과의 대척점 위치에서 공직자로서 요구되는 사명감은 개인 스스로 내재화 했을 경우에나 공공부분을 차별화하는 특장점으로서 발현되는 것이지, 상명하복의 기제로 답습된다면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공공 부분의 인재 육성과 선진화를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건강하고 보람되게 일할 수 있는 환경과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조용한 사직은 쉬쉬하다 보면 사그라지는 유행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구성원들로 하여금 벼랑끝 ‘체념’이 아닌 가치관의 ‘체현’을 직장이라는 합목적인 수단을 통해 이뤄낼 수 있을 것인지를 서로가 배려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체현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 조용한 사직은 조화된 조직을 갈구하는 MZ세대의 소리 없는 아우성일지도 모른다.
공공이기 때문에 당연시하고 감내해왔던 것들, 혹은 문제 제기 자체가 터부시되어왔던 그 모든 것들에 대하여 상호 존중과 배려를 전제하는 다양성의 시선으로 새롭게 마주 볼 필요가 있다. 이는 비단 인재 육성과 선진화를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영역 간 융합과 정책자원이 교차하는 디지털 시대에 조응하는 21세기형 정부의 생존전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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