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원식 “유방암 발병률 더 높아질 것”…조기발견 중요 [쿠키인터뷰]

한원식 “유방암 발병률 더 높아질 것”…조기발견 중요 [쿠키인터뷰]

서울의대 교수(서울대암병원 유방센터장)

기사승인 2022-11-07 06:00:02
유방암은 우리나라 여성에게 가장 많이 나타나는 암 질환이다. 지난 2017년 갑상선암을 제친 이후 줄곧 여성암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발병 연령대 또한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쿠키뉴스는 유방암 수술 권위자인 한원식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서울대암병원 유방센터장)를 만나 유방암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한원식 서울의대 교수(서울대암병원 유방센터장)가 본인의 연구실에서 유방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식생활 서구화·영양과잉 영향…“유방암 발병률 계속 높아질 가능성 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라 여성 10만명당 297.4명에서 암이 발생했다. 이 중 유방암이 96.5명으로 가장 많다. 갑상선암(90.0명), 대장암(46.3명)이 그 뒤를 잇는다. 국내 유방암 발병률은 20~30년 새 급증했다. 최근만 봐도 여성 10만명당 유방암 환자는 2018년 93.8명에서 2019년 96.5명으로 2.7명 늘었다. 유럽·미국과는 다른 양상이다. 유럽·미국은 우리나라보다 유방암 인구는 많다. 하지만 발병률은 해마다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원식 교수는 국내 유방암 발병률이 높아지는 이유로 △식생활의 서구화(고단백·고지방) △영양과잉과 비만 △낮은 출산율과 늦은 출산 등을 꼽았다. 출산을 안 하거나 늦게 해 에스트로겐 노출 기간이 늘어난 여성들이 많아진 게 유방암 발병률을 높인 가장 큰 원인이고, 그 다음이 서구화된 식생활, 비만 등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유방암 발병률이) 우리나라보다 두 배 이상 높습니다. 유전적 영향도 있어서 예단할 순 없지만 국내 발병률도 미국 수준까진 오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도 젊은 사람들의 발병률은 서양이랑 크게 다르지 않아요. 지금 젊은 세대 나이가 60대쯤 되면 서양이랑 비슷해지겠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조기 발견’…자가검진 의존 말고 2년마다 ‘유방촬영’ 해야

유방암은 일찍 발견하면 생존율이 높은 암이다. 한국유방암학회 유방암백서(2022)에 따르면 병기별 5년 생존율은 0기 98.3%, 1기 96.6%에 이른다. 2기도 91.8% 수준이다. 하지만 3기에는 75.8%로 급감한다. 4기는 34.0%까지 떨어진다. 조기 발견이 그만큼 중요하다. 그런데 유방암은 초기 증상이 없다.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제때 검진을 해야 빨리 발견할 수 있다. 

한 교수는 유방암 진단 효과가 입증된 건 ‘유방촬영’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암 덩어리가 아주 커지기 전에는 환자 스스로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현행 진료지침에서는 ‘자가검진’을 권고하지 않는다”고 했다. 유방암 검사는 ‘2년마다 한 번’ 할 것을 권했다. 불안한 마음에 검사를 자주한다고 좋을 건 없다고 했다. 정부도 국가암검진사업을 통해 40세 이상 여성은 2년에 한 번씩 유방암 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유방암 검진 수검률은 2013년 57.4%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64.8%(2019년)에 그친다. 같은 해 일반건강검진 수검률은 74.1%였다.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보니 유전자검사를 선택하는 이들도 있다. 유방암 유전자검사는 헐리우드 스타 안젤리나 졸리를 통해 유명세를 탔다. 안젤리나 졸리는 유전자검사를 통해 유방암 위험이 높다는 걸 알고, 예방 차원에서 양측 유방을 모두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2년 뒤에는 예방적 난소절제술을 받으며 또다시 세간의 이목을 모았다. 

한원식 교수는 “가족 중에 유방암, 난소암 환자가 많은 경우 유전자검사를 할 수 있다. 검사를 통해 BRCA1이나 BRCA2 같은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면 평생 동안 유방암 발병 확률이 70~80%는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경우 안젤리나 졸리처럼 유방절제술이나 난소절제술 같은 적극적 예방책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원식 서울의대 교수(서울대암병원 유방센터장)가 본인의 연구실에서 유방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치료는 어떻게?…무조건 항암주사 맞는 건 아니다

유방암을 진단받으면 발생 부위, 진행 정도, 종양 크기 등에 따라 알맞은 치료를 한다. 보통은 수술을 하고, 이후 재발방지를 위한 보조요법(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 항호르몬요법)을 쓴다.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라면 보조요법을 이용해 증상을 완화시키는데 초점을 맞춘다.

한 교수는 유방암 환자들이 치료 과정에서 가장 힘들어 하는 게 항암주사를 맞는 것이라고 했다. 머리가 다 빠질 만큼 독한 약들을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동안 투여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무조건 항암제를 썼는데 이젠 안 해도 되는 환자를 유전자검사로 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과학적인 치료를 받겠다든지, 아예 치료를 거부하겠다는 환자들이 있다. 또 가슴에 멍울이 잡히는데도 미루고 미뤘다가 일이 더 커져서야 병원에 오시는 분들도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치료법이 많이 발전했고 약도 좋아서 완치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너무 겁내지 말고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방암 수술 30~35%는 완전절제…재건술 좋아서 겁낼 필요 없어

유방암 수술은 크게 ‘유방부분절제술(유방보존수술)’과 ‘유방전절제술’로 나뉜다. 한 교수는 “유방의 원형을 살리면서 암 덩어리만 제거하는 유방보존술이 많이 발전했다”면서 “완전 절제는 전체의 30~35% 정도”라고 설명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유방 전체를 도려내는 전절제술이 70%를 차지했는데, 이제는 비율이 반대로 뒤집혔다.

이어 “유방전절제술을 받은 환자도 유방재건수술을 통해 미용적 만족도와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서 “재건술이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으니 크게 겁내실 필요 없다”고 조언을 건넸다. 유방전절제술 후 유방재건술의 경우 2015년 4월부터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환자 본인 부담률은 50% 정도다.

신승헌 기자 ss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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