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추모 기간이 끝나고 책임 소재를 두고 여야가 격돌하고 있다. 민주당은 책임 소재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예고해 국민의힘이 난색을 보이고 있다.
9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지난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참사에 대해서는 반드시 원인을 규명하고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희생자에 대한 진지한 태도와 추모의 시간이 지나고 책임의 시간이 돌아왔다. 책임을 규명하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같은 날 “자료조사와 심문은 법적 강제력을 지니고 사법처리에 중요한 근거가 된다”며 “사법과 정치 도의적 책임을 묻고 재발을 막기 위한 국정조사가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완곡한 거부 의사를 표시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여야회동 후 국회의장실 앞에서 “박 원내대표가 이태원 참사의 조속한 국정조사를 요구했다”며 “김진표 국회의장은 여야 합의를 통해 국정조사가 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으로서는 국정조사를 논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며 “전체 상황을 검증하고 수사 진행 단계를 고려해 당내 의견을 수렴할 단계라는 의견을 전했다”고 말했다.
이같이 국민의힘이 난색을 표시한 데는 ‘이태원 참사’ 초기 대응과 정부 고위관계자들의 실언이 그 원인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참사 후 브리핑에서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해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으며 한덕수 국무총리는 외신기자회견 중 농담을 하거나 웃음을 보였다.
또 신고가 들어왔음에도 경찰이 제때 현장을 관리하지 못한 책임도 있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은 언론보도가 나오자 서울경찰청에 보고했다. 뒤늦게 이태원파출소에 방문해 현장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안전위 ‘이태원 참사’ 질의에서 여야가 모두 비판의 목소리를 냈지만, 지적의 대상은 달랐다. 국민의힘은 경찰 시스템과 이 전 용산서장에 대해 강하게 질타했으며 민주당은 정부의 미흡한 대처를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신고 내역과 미흡한 사전준비, 늦은 대처, 실언 등이 맞물리면서 정부에 대한 책임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유족들도 분노를 참지 못하고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조화를 부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합의로 국정조사가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야당 공조’로 국정조사가 이뤄지면 정부가 심각한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 이유다. 특히 민주당은 대통령실 등 컨트롤 타워를 조사 대상으로 하고 있어 책임론이 커질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여야 협의를 통한 국정조사를 언급한 김진표 국회의장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국회의장은 국회를 대표하고 의사를 정리해 질서를 유지하는 만큼 여야 간 갈등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여야 합의로 국정조사가 시행되면 조사 범위와 대상을 두고 여야가 격렬하게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조사의 범위와 대상을 줄이는 데 초점을 두고 민주당은 확대해 책임을 물으려는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다.
전문가는 여야 모두 국정조사의 당위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 국정조사의 범위가 앞으로 정치질서까지 영향을 줄 수 있어 여야가 사활을 걸 것으로 전망했다.
최요한 평론가는 8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현재 국민 여론을 봤을 때 국정조사를 통해 ‘이태원 참사’를 접근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여야가 모두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책임소재의 범위와 대상 등이 어느 규모냐에 따라 향후 정치질서가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이유로 여야가 사활을 걸고 대립을 할 가능성이 높다”며 “여권은 ‘세월호 사건’의 경험이 있는 상황에서 무작정 거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야권에 끌려다니면 국정의 주도권을 빼앗기는 딜레마에 빠져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어떤 상황이 오든 여권과 윤석열 정부에게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쿠키뉴스는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시민과 함께 슬퍼합니다.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언론이 해야 할 일을 하겠습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