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작은 정부’를 표방하며 공무원 조직 줄이기에 나서자, 정부 내 유일하게 마약류 오남용 문제를 전담하는 조직이 존폐 기로에 섰다.
정부는 2019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소속으로 마약안전기획관을 설치했다. 마약안전기획관은 마약류 오남용 실태 파악, 연구조사, 중독 예방·재활, 교육 및 홍보, 마약류 지정 등을 담당해 왔다. 마약류의 안전한 사용을 도모하기 위한 업무 전반을 총체적으로 맡고 있어, 사실상 마약류 관리의 컨트롤타워로 기능하고 있다.
현재 식약처는 물론, 정부 부처 어디에도 마약류 오남용을 둘러싼 문제 관리를 주요 업무로 상정하는 조직은 없다. 마약류 오남용을 적발 및 처벌하는 것은 법무부의 소관이다. 재활 및 중독 치료와 사회 복귀는 보건복지부가 국립법무병원 및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 지정병원을 통해 담당한다. 식약처에서는 마약안전기획관 설치 이전까지 의약품안전국이 의약품 정책 중 하나로 마약류 업무를 담당했다.
명칭에 마약을 명시한 부서도 손에 꼽는다. 법무부 대검찰청은 ‘마약 범죄 특별수사팀’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는 형사국 소속으로 ‘마약조직범죄수사과’가 편성되어 있다. 보건복지부에는 명칭에 마약이 언급되는 부서가 없다. 제2차관 하에 건강정책국 소속으로 편성된 정신건강정책관이 중독 예방 및 대응 정책을 담당한다. 하지만 알코올 중독, 재난심리지원체계,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의 분야를 포괄적으로 담당하면서 그 일환으로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와 실태조사도 겸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약안전기획관의 역할도 강조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점차 일상이 회복되자, 그동안 가시화하지 않은 마약 중독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마약안전기획관은 더욱 바빠졌다. 특히 마약안전기획관은 마약류 지정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검찰 및 경찰, 관세청 등 정부기관을 비롯해 국민신문고를 통한 민간에서까지 특정 물질이 마약인지 아닌지 판별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온다.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마약안전기획관은 임시조직이다. 2019년 조직된 이후 4차례 조직평가를 거쳤지만, 계속해서 임시조직 지위로 잔류했다. 현재 소속 인원은 총 17명, 이 가운데 국장급과 과장급 관리·책임자 3명을 제외하면 사실상 우리나라 마약류 관리는 실무자 14명이 전부 소화해내고 있는 셈이다. 임시조직으로 남아있다 보니 중장기적인 정책을 추진하거나 실무자 인력 충원이 더뎠다.
최근에는 정부 조직 축소 기류에 따라 마약안전기획관 폐지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마약안전기획관이 폐지되면 마약류 업무는 다시 의약품안전국에서 소관하게 된다. 현행법 체계에서 의약품은 약사법, 마약류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적용된다. 단일 국에서 상이한 법률과 정책을 동시에 담당하면 구체성과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마약안전기획관 존폐는 다음달 6일 이후 결론이 나올 전망이다. 이달 7일 행정안전부에 조직평가를 위한 자료를 제출했고, 행정안전부 내부 검토 및 외부 위원 검토가 약 2주간 이뤄진다. 이후 다음달 6일 조직평가 및 질의응답을 진행한다. 평가를 마무리하면 행정안전부는 마약안전기획관을 정식조직으로 편성할지, 임시조직으로 유지할지, 폐지할지 결정한다.
식약처 내부에서는 마약류 문제의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호소가 나오고 있다. 김일수 식약처 마약정책과장은 “현재 정부의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전반을 마약안전기획관에서 담당하고 있다”며 “정책과 법률뿐 아니라 의약적 전문성을 확보하고 마약류를 이해하고 있는 조직은 마약안전기획관 이외에는 찾아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마약류 오남용 문제가 확산할지, 차단될지 기로에 서 있는 시점에서 업무가 더욱 가중되는데 조직이 불안정한 상황이라 실무자들도 상당히 소진된 상태”라고 토로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