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가 독감백신 재생산에 나서자, 시장 1위 자리에 다시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산 이래 2년이 넘도록 코로나19 백신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경북 안동에 위치한 백신생산설비 L하우스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자체 개발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은 물론, 아스트라제네카의 ‘한국아스트라제네카코비드-19백신’, 노바백스의 ‘뉴백소비드프리필드시린지’ 등 글로벌 기업이 출시한 백신도 위탁생산했다. 때문에 L하우스의 생산 역량 대부분이 코로나19 백신에 할애된 상태였다.
팬데믹에 대응하는 동안 ‘스카이셀플루’는 코로나19 백신에 생산 라인을 양보하고 2년간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스카이셀플루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지난 2016년 출시한 4가 독감백신으로, 출시 당시 세계 최초로 세포배양 방식을 적용했다는 특징이 부각돼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보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생산을 멈추기 직전인 2020년 생산실적은 1646억6000만원으로, 기존에 독감백신 시장 1위를 차지했던 GC녹십자의 생산실적 828억7000만원을 추월했다. 이듬해부터 현재까지 스카이셀플루 생산실적은 0원으로 유지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점차 엔데믹으로 전환되는 상황에 적절히 대응한다는 것이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방침이다. 그동안 코로나19 백신 개발 및 생산에 집중하면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례적인 실적을 올렸다. 해외 기업들로부터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수주를 받으면서 단기적으로 높은 매출을 벌어들였다. 지난해 매출액은 9290억원을 기록해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도 매출액 1839억원보다 405% 확대됐다.
코로나19 백신 수요가 줄어들면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실적도 하락세를 보였다. 아스트라제네카와의 코로나19 백신 생산 계약이 종료되면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올해 1분기 매출은 87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23% 줄었다. 특히 위탁생산 매출이 지난해 동기보다 28% 줄어든 697억원에 그쳤다. 최근 발표된 3분기 영업실적에서는 하락 폭이 더 커졌다. 3분기 매출 911억원, 영업이익 214억원 등이다.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매출은 58.7%, 영업이익은 78.7% 감소했다.
내년부터 스카이셀플루는 기존처럼 국가예방접종(NIP) 사업 공공입찰에 도전할 예정이다. NIP는 국내 독감백신 시장에서 가장 큰 수요로, 민간 시장보다 가격이 낮게 책정되지만 대규모 물량을 공급할 수 있다. 올해 기준 질병관리청의 입찰 규모는 총 1066만5090도즈로 1056억원 규모다. SK바이오사이언스에 따르면 생산 중단 이전까지 스카이셀플루 매출은 대부분 NIP와 민간공급 등으로 국내에서 발생했다. 국내 공급을 우선으로 상정했기 때문에 수출로 발생하는 매출은 많지 않았다.
시장 수요에 맞춰 생산 라인을 조율하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것이 SK바이오사이언스 측 설명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그동안 워낙 코로나19 백신 생산에 모든 라인이 투입되고 있다 보니, 스카이셀플루를 생산하고 싶어도 여력이 없었던 상황”이라며 “최근 계속해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사그라들면서 풀(full)가동 중이었던 생산라인 운영에 여유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3분기 실적의 경우 코로나19 백신 수요가 점차 감소하고, 노바백스 백신 출하가 지연돼 매출에 반영되지 않은 영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