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를 휩쓴 뮤지컬 ‘물랑루즈!’가 다음 달 한국에 상륙한다. 2001년 개봉한 동명 영화(감독 바즈 루어만)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 오리지널 음악에 가수 아델의 ‘롤링 인 더 딥’(Rolling In The Deep), 시아의 ‘샹들리에’(Chandelier), 비욘세의 ‘싱글 레이디’(Single Ladies) 등 유명 팝송을 매시업했다. 17일 서울 이화동 한 호텔 라운지에서 만난 창작진은 “역사상 가장 호화로운 뮤지컬”이라고 자신했다.
‘물랑루즈!’는 1899년 프랑스 파리 유명 카바레 물랑루즈에서 벌어지는 사틴과 크리스티안의 사랑 이야기다. 원작 영화는 전 세계에서 약 1억8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초대박을 쳤다. 2018년 미국 보스턴에서 시범 공연을 연 뒤 이듬해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한 뮤지컬 ‘물랑루즈!’도 인기였다. 2019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된 작품 중 가장 많은 관객을 모았고, 미국 최고 권위 공연 시상식인 토니 어워즈에서 10관왕을 차지했다.
CJ ENM은 2017년 ‘물랑루즈!’ 공동 프로듀서로 제작에 참여해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물랑루즈!’를 들여왔다. 예주열 CJ ENM 공연사업부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보스턴 공연을 보고 하루빨리 한국 공연을 올려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영화 못지않은 화려함이 돋보였다”고 말했다. CJ ENM에 따르면 ‘물랑루즈!’ 사전 제작비로만 2억800만 달러가 들었다. 거대한 코끼리 조각상과 풍차, 에펠탑 조형물 등 무대 소품이 워낙 화려해서다. 이로 인해 한국 공연 티켓 가격이 18만원(VIP 좌석 기준)으로 책정돼 뮤지컬 팬들이 반발하기도 했다.
원작 영화에 쓰인 음악에 인기 팝송을 덧댄 점도 ‘물랑루즈!’의 특징이다. 저스틴 르빈 음악감독은 70곡 넘는 팝송을 매시업해 작품에 녹였다. 각 곡에 얽힌 권리 관계를 푸는 데만 10년여가 걸렸다고 한다. 1막 마지막 곡인 ‘코끼리 사랑 메들리’엔 밴드 퀸의 ‘플레이 더 게임’(Play The Game) 등 20여곡이 매시업됐다. 르빈 감독은 “팝송은 3분여의 짧은 시간에 한 가지 주제를 다룬다. 반면 뮤지컬에선 음악이 이야기를 전개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등 더 확장된 역할을 한다”며 “음악이 관객에게 익숙함을 주고 이야기를 진전시키는 복합적인 기능을 수행하도록 매시업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진실한 사랑을 꿈꾸는 무명 작곡가 크리스티안은 배우 홍광호와 이충주가 번갈아 연기한다. 그와 사랑에 빠지는 물랑루즈의 인기스타 사틴 역엔 아이비, 김지우가 캐스팅됐다. 손준호, 이창용은 몬로스 공작을 맡아 삼각관계를 완성한다. 7개월에 걸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이들 배우들은 한 달 전부터 연습에 한창이다. 브로드웨이 버전을 그대로 옮겨온 레플리카 형식 공연이지만, “한국 배우들 특색이 녹아든, 한국 프로덕션만의 감성을 느낄 수 있을 것”(협력 연출 맷 디카를로·저씬타 존)이라고 했다. 공연은 다음 달 20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시작한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