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강행 처리하자 정국이 급속하게 얼어붙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을 예의주시하며, 해임건의안을 거부할 경우 ‘탄핵 카드’까지 꺼내며 엄포를 놓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선 불복’의 일환이라며 정쟁으로 몰고 가는 분위기다. 여기에 더해 ‘10.29 참사 국정조사’ 특위 소속 전원이 사퇴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회는 11일 오전 본회의를 열어 재석 의원 183명 중 찬성 182명, 무효 1명으로 이 장관 해임 건의안을 의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안건 상정 직후 퇴장함에 따라 사실상 민주당 주도 하에 단독 처리됐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 장관의 문책은 유가족들의 너무나도 합당한 요구이자 압도적 국민의 상식”이라며 “국민의힘은 해임건의안 처리를 방해만 할 것이 아니라 유가족의 절규와 국민의 명령에 이제라도 응답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을 향해서도 “국회와 국민의 엄중한 결정을 반드시 수용하고 이 장관을 파면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도 “이 장관은 유가족과 국민의 압도적인 사퇴 요구에 모르쇠와 버티기로 일관하고, 참사의 책임을 일선 경찰과 소방관에게 전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며 “이 장관은 즉각 파면돼야 한다. 윤 대통령은 국회가 통과시킨 해임건의안을 수용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국조특위 위원이 전원 사퇴한 것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도 보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은 일어서서 항의하다가 막상 안건이 상정되자 퇴장해버렸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국조특위 위원을 사퇴했다”며 “처음부터 국민의힘은 10.29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누구의 책임인지를 규명하는 것에 관심이 없었던 것 아닌지 의심스러운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탄핵 카드’가 거론되기도 했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만약 대통령이 해임안을 거부한다면 민주당은 신속하게 탄핵 발의를 해서 이 장관의 법의 엄중한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임건의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윤 대통령에도 불똥이 튈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은 이상민 장관을 해임하면 총선 전에 대통령의 통치 기반이 무너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거꾸로 이상민을 해임하지 않으면 바로 레임덕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해임건의안은 정쟁이 아니라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회의 건의안을 수용해 이 장관을 해임할 것을 촉구한다. 만일 윤 대통령이 해임을 거부하면 민주당은 지체 없이 탄핵 절차에 돌입해서 이 장관이 법의 준엄한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은 이를 정쟁으로 몰아가는 모양새다. ‘대선 불복’의 일환으로 장관 해임안을 건의한 것 아니냐며 쏘아붙였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장관 해임건의안만 벌써 두 번째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차고 넘치는 증언과 증거가 이재명 대표를 죄어오기 때문”이라며 “국민과 민생은 온데간데없고 오로지 ‘이재명 살리기’ 뿐이다. 이것이 대선불복이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들이 요구한 국정조사 또한 정권 흔들기, 정권 퇴진 운동에 불과하다. 애초 합의해 줘서는 안 될 사안이었다”면서 “우리는 민주당이라는 집단을 상대로 합리적 운운하는 달콤한 속삭임에 꾀여 ‘겉멋 패션정치’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민주당의 속셈은 뻔하다. 이 장관의 자진사퇴를 막고, 윤 대통령을 곤란하게 하려는 것이다.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면 대통령의 굴복으로 보이게 하고 거부하면 대통령의 오기로 보이게 하려는 의도”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오직 정치적 이익을 얻을 목적만을 위한 공세에 불과하다. 정치가 혼란에 빠져도 대통령만 곤란하게 만들 수만 있다면 그만이라는 태도”라며 “민주당은 정치공세를 멈추고 원래의 제안대로 국정조사로 국민들이 바라는, 사태를 수습해나가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도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를 지키기 위해 대국민 방탄사기극을 강행했다”며 “사실 민주당은 행안부 장관을 해임하려 임시국회를 연 것이 아니다. 다른 뉴스를 만들어야 이재명 범죄 혐의들을 가리고 국민의 이목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의심했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 역시 “여야가 합의한 국정조사 요구서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안을 날치기 처리한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국민보다 나라경제보다 이재명 대표의 방탄이 더 중요하다는 것인가”라며 “민주당은 사법리스크에 빠진 당 대표를 구하기 위해 국민들의 기대와 신뢰를 저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오직 ‘이재명 살리기’를 위해 희생자와 유족의 눈물을 방탄의 제물로 삼고, 이태원 참사를 윤 정부 퇴진 촛불의 불쏘시개로 쓰겠다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님이 분명해졌다”며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 살리기’에 국정조사도, 의회 협치도 죽었다”고 비판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