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왕년에 유격 훈련 받을 때 40km를 걸었거든. 그 때 예방차원에서 발 전체에 멘소래담을 발랐어. 발에 다 물집 잡혔는데, 나는 멀쩡했다니까.”
“감기에는 비타민이면 돼. 감기 오려고 할 때 한 번에 4~5알 먹으면 다음 날 바로 괜찮아져.”
누구나 하나씩 갖고 있는 ‘약 꿀팁’. 제품 사용방법에는 적혀있지 않은 번외의 비법들을 알려주는 사람들이 있다. ‘이걸 이렇게 사용해도 되나’ 의구심이 들긴 하지만 예상외로 효과가 나타나기도 해 놀라움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무분별하게 퍼지는 이러한 민간요법을 계속 써도 되는걸까. 어디서 들어봄직한 약의 번외 효능, 그 안전성을 알아봤다. △이혜진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이혜준 중앙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김혜진 약사(경기도약사회 학술위원장)가 함께 했다.
멘소래담, 물집 치료 말고도 예방에도 효과 있나요?
이혜진 교수: 물집은 일반적으로 많이 걸은 후, 운동 후에 마찰에 의해 피부가 자극을 받아 발생합니다. 이 때 피부가 축축하면 마찰력이 증가해서 물집이 더 쉽게 생길 수 있습니다. 멘소래담 같은 스프레이는 물집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물집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땀이나 물기를 자주 닦고 땀을 흡수할 수 있는 재질의 양말이나 옷을 입는 것입니다. 또한 신발은 발에 맞는 크기를 신어서, 신발 안에서 발이 미끄러지지 않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김혜진 약사: 멘소래담 로션의 성분은 멘톨(Menthol)과 살리실산메틸(Methyl Salicylate)입니다. 멘톨과 살리실산메틸은 물집 치료제로 사용하기에는 부적절합니다. 더군다나 예방제로서의 효과는 전혀 없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물집은 피부와 외부 물질간의 과도한 마찰이나 화상 등에 의해 염증 물질이나 손상된 세포로부터 나온 액체가 모여 부풀어 오르는 증상입니다. 진통소염 효과는 이미 생긴 염증을 완화시키는 효과를 가질 수는 있으나 미리 발라놓는다고 염증이 예방되지는 않습니다. 간혹 멘톨의 효능에 있는 소양증이나 두드러기 등에 효과가 있다는 문구로 피부치료제로 쓰일 수 있다 생각할 수 있지만, 두드러기와 같은 알러지와 물집은 다르니 혼동하지 말아야 합니다.
초기 감기, 일시적으로 비타민 많이 복용하면 나을까요?
이혜준 교수: 비타민 중 항산화작용이 풍부한 비타민C 복용과 감기의 치료 및 예방에 대한 연구들은 많으나, 일부에서만 감기의 유병기간을 단축시키거나 단기간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예, 운동선수)에서 과량의 비타민 C복용이 감기 발생률을 감소시킨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감기 증상의 지속기간이나 중증도에 일관된 영향을 보이는 연구들은 현재 부족하나 비타민 C의 저렴한 비용을 고려하면 감기가 시작된 직후 적정량 복용은 크게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하루 1000mg 이상의 고용량 복용은 위장장애(속쓰림, 오심, 구토, 설사)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으며 신장결석 환자에서는 특히 더 주의해야합니다.
김혜진 약사: 비타민C가 감기를 예방하거나 초기감기를 치료한다는 이야기는 지난 수십년 동안 계속 논란이 되어오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비타민C를 아무리 열심히 먹어도 감기에 걸리고, 어떤 사람은 감기기운이 있는 것 같아 비타민C를 왕창 먹었더니 다음날 몸이 좀 개운해지는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비타민C가 감기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다, 없다 단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증상이 시작된 후 고용량 비타민C를 복용하는 것은 일반인에게 효과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저렴한 가격과 비교적 안전한 성분이란 걸 감안하면 비타민C는 계속적으로 감기 예방 치료에 인기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여드름, 뾰루지 없애는 데 아스피린 진짜 효과 있나요? 여드름 피부 흉터에 마데카솔 연고 괜찮은가요?
이혜진 교수: 여드름에 아스피린이 도움이 된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아스피린은 염증을 가라앉히는 작용이 있어, 햇빛 때문에 화상을 입은 경우, 백반증 등에 일부 피부질환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다만 여드름에는 효과적이라는 근거가 없습니다.
가벼운 여드름에는 클린다마이신 겔 같은 항생제와 레티노이드, 벤조일퍼옥사이드 등 바르는 약이 이미 효과가 입증돼 있으므로, 아스피린을 바르거나 복용하시는 것보다 이미 효과가 입증된 제품을 사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혜준 교수: 마데카솔 복합제제에는 스테로이드 종류인 하이드로코르티손이 함유돼있기 때문에 피부재생에 일부 도움을 줄 수 있으나 장기간 사용 시 부작용 위험이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또한 항생제와 스테로이드 성분이 없는 마데카솔 연고 제품은 피부 재생 효과(상처 후 피부조직이 복구될 때 도움을 줌)에 도움을 주는 성분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피부 흉터에 일부 도움을 줄 수 있으나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니며, 여드름에 이를 도포하면 오히려 염증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가벼운 흉터에는 재생성분만 단일로 포함된 제제를 사용하고, 심하게 붉어 두드러져 보이거나 깊이 파인 흉터의 경우 병원에 내원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합니다.
백반(명반)가루, 구내염에 효과 있다던데 맞나요?
김혜진 약사: 백반(황산알루미늄칼륨수화물)을 탄 물로 가글하거나, 백반을 반죽으로 만들어 붙이면 구내염이 낫는다는 민간요법이 있는데, 이는 알루미늄의 작용인 피부진정 효과와 함께 백반의 수렴작용으로 인한 상처부위의 수축을 의도하는 요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만약 백반을 이같이 사용한다면 사용 후 백반이 말끔히 제거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하지만 구내염의 수렴효과로 인한 치료제로 쓰이는 알보칠 같은 약들이 이미 있기 때문에, 백반보다는 이런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고 효과도 좋습니다.
이혜진 교수: 백반가루가 구내염에 효과적이라는 근거는 아직 부족합니다. 구내염이 있을 때는 일반적으로 구강을 청결하게 유지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치약과 칫솔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스테로이드 성분이 있는 구강 연고를 사용하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한 소규모 연구에서 백반가루를 구내염 있는 부위에 부착하면 통증이 줄어들고 빠른 회복을 돕는다는 결과가 있으나, 이 결과만으로 백반가루가 구내염에 효과가 있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구내염이 있으실 때는 시중에 판매하는 백반을 사용하기보다 구강 청결에 신경 쓰시고 이미 검증된 연고제품을 사용하시는 것을 권합니다.
안티푸라민, 콧속에 바르면 비염이 완화된다고 하던데 사용해도 될까요?
이혜진 교수: 알레르기에 의해 발생하는 비염으로 코가 막힐 때는 스테로이드 비강분무제를 사용하시는게 가장 효과적입니다. 단기간 비충혈완화제 성분의 비강분무제를 사용할 수도 있고 항히스타민제를 드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안티푸라민은 멘톨 성분이 들어있어 일시적으로 시원하게 느끼실 수는 있으나, 비염 증상개선에 큰 효과는 없습니다.
김혜진 약사: 안티푸라민연고는 비염 증상개선에는 효과가 없을뿐더러 살리실산메틸 성분 때문에 코 점막에 바르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살리실산메틸은 체내에서 살리실산과 메탄올로 다시 분리되어 체내에 유해한 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경구용으로는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외용제로도 과량의 흡수가 일어날 경우 중독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사용에 각별히 주의하라고 식약처에서 고지한 바도 있습니다. 또한, 연고의 기제로 사용하는 성분들은 잘못해서 기도로 넘어가는 경우 흡인성 폐렴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너무 과량의 연고를 바르는 것 또한 좋지 않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약과 관련된 민간요법, 따라하기 전 주의해야할 점은?
이혜준 교수: 최근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각종 민간요법들이 확산되고 이를 이용한 허위마케팅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추세입니다. 민간요법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효과의 부족, 부작용의 예측불가 및 위험성입니다. 대부분의 효과적인 민간요법은 이미 오래전부터 과학적으로 입증된 약과 치료법이 개발됐습니다. 반드시 검증된 치료 및 예방법을 따르고 전문가와 상의해야 합니다.
이혜진 교수: 인터넷에 떠도는 민간요법들은 약의 좋은 면이나, 약을 써 본 본인의 경험에 초점을 맞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효과 있는 약은 많지 않습니다. 또한 모든 약은 효과와 함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기존에 약을 드시던 분들의 경우 민간요법으로 쓰신 약과 약물상호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꼭 민간요법을 따라하시기 전에 의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김혜진 약사: 값싸고 흔히 볼 수 있는 재료로 원래의 용법이 아닌 다른 효과를 보인다고 하면 열광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흔히, 이러한 이야기들은 한두 명의 블로거나 유투버의 말에 혹해서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우연히 한 명에게 효과를 보았다 해서, 또는 일시적인 완화작용을 느꼈다 해서 부작용을 간과하고 무분별하게 이러한 민간요법을 따라해서는 안됩니다. 약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은 되도록, 믿을만한 다수의 전문가의 말을 경청하고 공공기관에서의 공식적인 입장에 무게를 두고 따르는 것이 좋습니다.
그랬구나. 약의 번외 효능은 어쩌다 나타난 ‘운’일 수도 있다. 약을 쓸 때는 자체 임상을 믿지 말고 국가가 인정한 임상효과에 따르자. 돈 아낀다고 민간요법 쓰다 의료비가 더 나올 수 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