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며느리를 보면서 상견례를 가진 자리에서 사돈댁에게 딱 부러지게 말했다.
“혼례에는 각 가정에 풍습이 있기 마련이지만, 내 며느리 보낼 때는 칫솔 하나만 들려 보내시죠.”
사돈댁 얼굴이 무슨 외계인을 쳐다보는 것 같았다. 채단이며, 무슨 떡인지 하는 것도, 단돈 한 푼어치도 받지 않았다. 그가 지참금을 싸가지고 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알 필요도 없고, 정말로 그랬다.
친목계와 몇몇 친지 이외에는 축의금도 받지 않았고, 청첩장도 돌리지 않아 내 조교와 학과 교수들도 내 아들이 장가가는 것을 몰랐다. 우리나라의 혼인에는 아들 둔 엄마가 마음을 바꿔야 한다.
30년 동안 소식 없던 친구에게서 “결혼식에 오시기 불편할 듯하여 통장번호를 알려 드린다”는 청첩장을 받았을 때, 그리고 결혼식이 지나서 “왜 결혼식에 안 왔느냐?”고 따지는 전화를 받았을 때, 나는 이런 나라에 사는 것이 서글프다.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 simon@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