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육아휴직 써도 애 키우기 힘든 아빠들

힘들게 육아휴직 써도 애 키우기 힘든 아빠들

기사승인 2023-01-10 17:13:40
그래픽=이승렬 디자이너

남성들은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로 인해 여전히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설령 육아휴직을 쓰더라도 양육 이해도가 부족해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10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저출생·인구절벽대응 국회포럼 연속 정책 토론회에서는 ‘남성의 돌봄확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남성의 육아휴직 동향과 문제점, 향후 개선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이날 발제를 맡은 황정미 서울대 여성연구소 객원연구원은 육아휴직을 경험했던 남성 4명과 여성 12명에 대한 심층면접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육아휴직 경험자들은 대부분 대기업, 공공부문 직종자로 구성됐다.

특히 남성의 육아휴직 경험사례를 살펴보면 휴직 기간이 여성에 비해 매우 짧았다. 대부분 아내의 휴직 기간이 소진됐을 때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민간기업의 남성 육아휴직에 대한 거부감이 더 컸다. 

1년의 육아휴직을 겪었던 연구원 A씨는 “회사가 보수적이라 일단 쓰는 것부터가 어려웠다. 얼핏 지나가는 소리로 ‘남자도 육아휴직 쓸 수 있나’하는 소리를 들었다. 심한 데는 자리도 빼고 한다던데. 짧게 쓰다보니 복직이 어렵진 않았다. 다만 그 해 근무실적으로는 최하위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눈치는 많이 봤지만 당당하게 지낸다”라고 답했다. 

육아휴직 경험은 긍정적이었다. 아이들과의 시간을 쌓아가며 새로운 역할을 얻게 됐다고 생각했다. 다만 휴직이 길수록 소득감소와 경제적 어려움이 커 대다수가 1년 내 복귀했다. 승진 등 일적 열망을 포기했거나 아내가 고소득인 경우에 장기간 휴직을 선택했다.

황 객원연구원은 “아빠들은 휴직을 길게 쓰기 어렵다. 아무리 휴직 급여가 인상됐더라도 3개월까지만 자기 급여의 80%고, 그 이후부터는 급격히 줄기 때문에 돈 문제가 크다”며 “복귀하더라도 원치 않는 부서이동, 승진대상 누락, 원래업무 배제 등을 겪었다. 다만 대부분 복귀기간이 빨라 적응에 큰 어려움을 호소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남성의 육아휴직이 실질적인 돌봄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빠들은 주된 양육자라기보다 ‘친구 같은’ 역할에 그쳐있다. 주로 아이를 키우면서 경쟁력을 높이려는 도구적 부성이 부각된다. 즉, 남성의 휴직기간이 길어지더라도 돌봄 분담 효과가 좋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0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저출생·인구절벽대응 국회포럼 연속 정책 토론회.   사진=박선혜 기자

“어떻게 돌봐야 해?”…아빠들도 ‘맘카페’가 필요하다

1년 6개월째 육아휴직 중인 다둥이 아빠이자 서울100인의아빠단 단장 함정규씨는 남성이 여성에 비해 아이를 실질적으로 돌보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한다. 제대로 된 돌봄 역할을 하려면 엄마들만큼 양육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함 단장은 “이제 아빠의 육아 참여는 선택이 아닌 필수 시대다. 하지만 여전히 아빠의 육아는 놀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엄마들은 아이와 놀아주는 아빠보다는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등의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같이 해 줄 것을 선호한다”며 “남성들은 보고 따라할 롤 모델이 없다. 과거 가부장적인 아버지들의 역할만을 봐왔기 때문이다. 인식을 개선하는 것부터가 중요하다. 이를 위한 교육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남성 육아는 인프라가 부족하다. 인터넷에 검색을 해봐도 육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특히 대부분의 맘카페는 남성의 가입이 금지되거나 활동이 제한돼있어 인프라 확충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각 지자체 별로 건강가정지원센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육아종합지원센터 등에 남성의 육아 참여 확대를 위한 교육과 프로그램이 있지만, 활용을 하는 남성들은 제한돼 있다. 여성에 비해 남성은 비적극성인 성향이 있어 정보 접근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적극적 참여를 위한 기회 및 정보 제공, 의무화 방안이 도입돼야 한다.

소통 창구 마련 필요성도 제기됐다. 함 단장은 “육아 휴직 중이거나 육아에 관심 있는 남성에게 육아를 하며 가장 힘든 점을 물어보면 대부분 소통의 부족을 말한다. 학교나 유치원 등교 후에 카페에 가면 엄마들의 소통하는 장면을 많이 볼 수 있는데 남성들은 육아에 대한 고민이나 힘듦을 토로할 곳이 없다”며 “남성들간의 교육 참여 기회 마련이나 소통 공간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물론 육아에 앞서 아빠들이 육아휴직을 잘 쓸 수 있도록 만들어줄 환경도 갖춰져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그는 “우리나라는 남성의 육아 참여를 당연시하거나, 기업이나 사회가 육아 휴직을 수용할 수 있는 인식이 부족하다. 이를 위해선 육아휴직 의무화나 육아휴직자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 남성 육아휴직 바우처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육아휴직시 자녀 나이 만 8세에 한정된 것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 가정의 상황에 따라 육아휴직이 필요한 시기가 다르다. 대부분 어린 자녀에게 시간 투자를 원하는 부분도 많지만, 고학년일 때 부모 역할이 필요한 경우도 적지 않다”며 “특히 자녀가 고학년일수록 아빠의 역할이 줄어들고 소외되는 경우가 많은데, 나이를 상향조정하는 것이 적절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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