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디지털 시장의 독점력 남용 문제에 적극 대응하고,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현행 자산 5조원 이상보다 높여 규제 적용 대상을 줄이는 제도 개편을 추진한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26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3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공정위는 올해 ‘원칙이 바로 선 공정한 시장경제’를 조성하기 위해 △혁신경쟁이 촉진되는 시장환경 조성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공정한 거래기반 강화 △대기업집단 제도의 합리적 운영 △소비자 권익이 보장되는 거래환경 조성을 4대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우선 반도체·앱마켓 등 디지털 기반 산업과 모빌리티·오픈마켓 등 플랫폼에서 경쟁을 방해하는 행위를 중점 점검한다.
게임·클라우드의 인수합병(M&A)의 경우 전후방산업 파급 효과 및 소비자 후생 등을 고려해 심사하고, 지배력 확장 우려가 큰 빅테크 기업의 M&A에 대해선 기업결합 심사·신고 기준을 보완할 예정이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거래기반도 강화한다. 중소기업의 경우 ‘납품단가 연동제’가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명확한 세부 기준을 마련하고, 만약 당사자 간 합의를 빙자하는 예외조항을 악용하는 경우 엄중 제재할 방침이다.
이어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광고 업종의 외주제작 과정에서 대금 지급을 지연하거나 구두계약을 맺는 등 불공정한 용역 하도급 거래 관행에 대해서도 점검할 계획이다. 아울러 뿌리산업의 부당대금 결정, 설계변경 비용 미지급 행위 등 불공정 하도급 관행도 중점 점검한다.
소상공인 부담을 줄이는 데도 중점을 뒀다. 가맹점주의 과도한 비용부담 완화를 위해 필수품목 판단기준을 명확히 제시하고, 외식업을 중심으로 구입강제 등을 집중 점검한다. 대형유통업체가 납품업체에게 ‘다른 유통채널에서의 판매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행위’ 등 경영간섭행위 금지의 법제화도 추진한다. 영세 대리점주의 고충 처리, 법률 조력 서비스 제공을 위해 대리점종합지원센터도 설립·운영할 예정이다.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자율규제도 적극 지원한다. 표준입점계약서 마련 등 소상공인의 협상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하고, 성과 우수 플랫폼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방안도 마련한다.
또 대기업들의 부당내부거래를 감시하는 동시에, 내부거래 공시대상 기준금액을 5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상향한다. 시장 환경 변화를 고려해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달리한다. 현행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을 GDP와 연동하거나 기준금액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바꾼다.
소비생활 안전을 위한 제도적 기반도 강화한다. 소비자안전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정부 부처 간 정책의 종합·조정을 위한 컨트롤타워로서 ‘민관 합동 소비자안전위원회’를 구성한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