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는 정치개혁으로 ‘개헌, 선거구제 개편, 상향식 공천’ 등 보통 3가지를 꼽는다. 개헌은 통치구조의 변화 등 비교적 복잡한 함의를 다뤄야 해서 여야는 물론이고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국민과 공감대를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
선거구제 개편은 여야 합의사항으로 개헌에 비해 절차는 비교적 간단하지만 대의민주주의에서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의 선출 방식과 관련된 사항이라 역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반면에 상향식 공천은 당 지도부가 총의를 모아 결정하면 되기 때문에 절차가 어렵지 않으며, 공천권을 국민과 당원에게 되돌린다는 차원에서 민주적 정당성을 내포하고 있다.
상향식 공천의 필요성은 자명하다. 당 대표 혹은 그 이상의 권력자가 총선을 앞두고 공천권을 휘둘러 왔던 것이 지난 정당의 역사였다. 그러므로 정치권은 특히 국회의원은 ‘권력에 줄을 설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어버렸다.
국민의 상식을 대변하고 가치를 지향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권력자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권력의 홍위병이 되기를 자처한다. 그렇게 정치권은 권력이 권력을 재생산하는 구조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권력 재생산 구조를 깨는 것이 정치개혁의 시작이다.
당 대표의 공천 권한을 국민과 당원들께 되돌리는 것이 정당민주주의의 본질을 실현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 오픈 프라이머리, 클로즈드 프라이머리, 코커스 등 기술적 방식은 지역마다 처한 환경에 따라 다르게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상향식 공천의 본질은 정치인들이 권력에 줄을 서지 않고 가치를 가지고 소신 정치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당 대표나 권력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보다 국민이나 당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 정당 민주주의에 부합한다.
대한민국의 집권당으로서 국민의힘의 3월 8일 전당대회는 중요하다. 어떤 당 대표, 최고위원 후보자들이 정당민주주의를 바로잡을 수 있을지 국민과 당원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라는 헌법 1조 2항을 다시 되새겨 본다.
김용태 전 국민의 힘 최고위원 official_y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