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간호학과 편입 3→2년 단축 추진… 현장에선 “밑빠진 독 물 붓기”

복지부, 간호학과 편입 3→2년 단축 추진… 현장에선 “밑빠진 독 물 붓기”

기사승인 2023-02-08 16:58:17
쿠키뉴스 자료사진

보건복지부가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첫 발로 내세운 간호학사 편입 기간 단축 방안이 일부 간호단체의 불만을 사고 있다. 

아무리 신입간호사를 많이 배출해도 사직률이 높은 간호사의 근무 환경을 바꾸지 않는 한 현장 인력은 충원되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오는 9일 교육부는 전국 10개 국립대 간호대학장을 만나 간호학과 학사편입 기간을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는 ‘집중간호학사 특별과정’ 신설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복지부가 지난해 말 부족한 간호사 확보 및 적정 배치를 위해 ‘집중간호학사 제도’ 도입 필요성을 제시하고 교육부에 협조를 요청한 것에 따른 조치다.

집중간호학사 특별과정은 간호학과 학사편입생 교육기간을 현행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는 대신 신입학 정원과 별도 교육과정을 제공해 단기간에 간호사를 배출할 수 있는 편입학 제도다. 기존에는 4년제 정규대학의 2학년으로 편입학한 뒤, 졸업까지 3년의 기간이 걸렸다. 이를 통해 복지부는 연간 1000명~2000명의 간호사를 배출해 단기적인 간호사 부족현상을 해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간호계 시선은 탐탁지 않다. 간호계는 간호인력 충원이 문제가 아니라 간호사 처우개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7일 행동하는간호사회는 성명서를 내고 “정부는 간호 인력문제를 해결한다고 지난 10년간 간호대학 정원을 계속 늘려왔다. 현재 10년 전보다 간호 대학생은 2배로 늘어 한 해에 2만 명이 넘는 간호사가 배출되고 있다”며 “그러나 전체 간호사 면허소지자 중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임상간호사 비율은 50.4% 밖에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특히 신규간호사는 제대로 된 교육 부재와 그로 인한 업무 부담감으로 1년 이내 사직율이 47.7%에 달한다. 이는 배출되는 간호사 수를 늘린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님을 증명한다”며 “간호사들은 실효성 없는 증원이 아닌 간호사들이 병원에 남을 수 있도록 노동환경과 처우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어리석게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급급한 정책을 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행동하는간호사회는 간호사 1명 당 적정 환자 수에 대한 기준이 먼저 설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내 상급종합병원에서는 간호사 1명이 평균 16.3명 환자를, 종합병원 경우 평균 43.6명의 환자를 담당하고 있다. 이는 현재 의료법에 명시되어 있는 인력기준 보다도 많다. 

그렇다보니 초과 근무와 높은 업무강도에 시달릴 수밖에 없고 이를 견디다 못해 간호사들이 사직하고 결국 인력이 부족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또한 간호사가 담당하는 환자가 많아지면 환자의 사망률, 재감염률 등이 높아지는 연구결과도 있어 이는 간호사뿐만 아니라 환자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이다.

행동하는간호사회는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적정 환자 수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간호사인력인권법’이 2021년 국민청원 10만 동의를 받았음에도 계류 중이며 이제는 논의를 시작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도 많은 간호사들이 지금의 4년간의 교육으로는 짧은 현장실무 교육기간 동안 실무를 익히기에 버겁다고 말한다. 3년 과정의 학사편입 교육과정 역시 임상실습 1000시간을 포함하면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라고 간호학과 편입생들은 이야기 하고 있다”며 “특별과정과 같은 안일한 정책이 아닌 병원에 남은 간호사들의 현실을 바꿀 수 있는 법을 재정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학사편입생에 대한 별도 교육과정은 대한간호협회와 지속 논의해온 제도”라며 “입학정원 증원 등의 인력 확충은 지속하면서 간호인력이 임상현장에서 장기근속할 수 있도록 처우개선 정책을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개선을 담은 2차 종합대책 협의체가 시작됐으니 적극적으로 논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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