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월드컵’으로 불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개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참가국들은 로스터 공개 행사를 열며 대회 준비에 한창이다.
‘2023 WBC’가 다음달 8일(한국시간) 미국과 일본, 대만 등지에서 개막한다. 이번 WBC는 2017년 이후 6년 만에 열리는 역대 5번째 대회다. 당초 2021년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확산 여파로 2년 미뤄졌다.
A조에는 대만, 쿠바, 이탈리아, 네덜란드, 파나마가 편성돼 대만 타이중에서 경기를 치른다. B조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 호주, 중국, 체코가 일본 도쿄에서, C조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 콜롬비아, 영국이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맞붙는다. 푸에르토리코, 베네수엘라, 도미니카 공화국, 이스라엘, 니카라과 등은 D조에 속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이애미에서 격돌한다.
각 조의 1, 2위는 8강에 진출하고 이후 경기는 토너먼트 형식으로 열린다. 이어 A조와 B조의 1, 2위팀은 3월 15일과 17일 도쿄돔에서 8강전을 치르며 C조, D조의 1, 2위팀은 론디포파크에서 8강전을 펼친다. 준결승은 미국 마이애미에서 3월20일과 21일에 열리며, 결승전은 3월 22일 준결승과 같은 장소에서 개최될 계획이다.
2013년과 2017년 대회에서 연달아 1라운드에서 탈락한 한국은 자존심 회복에 나선다. 2021시즌 KT 위즈에서 통합 우승을 이끈 이강철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고, 이정후(키움 히어로즈), 양현종(KIA 타이거즈), 김광현(SSG 랜더스), 양의지(두산 베어스), 김현수(LG 트윈스) 등 KBO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대거 합류했다.
해외파 선수들도 돋보인다.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과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키스톤 콤비를 구축한다.
WBC는 자신의 국적과 상관없이 부모의 국가나 출생지에 따라서도 참가국 선택이 자유롭다. 어머니가 한국인 에드먼은 한국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선다. 에드먼은 지난 시즌 153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5(577타수 153안타) 13홈런 5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25를 기록했다. 뛰어난 수비력으로 내셔널리그 2루수 골드 글러브 후보에도 올랐다.
다만 주전 1루수 자리를 예약했던 최지만은 참가가 불발됐다. WBC 조직위원회 측은 “최지만의 소속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최지만이 지난해 11월 팔꿈치 수술을 받아 ‘참가 반대 의사’를 표했다”고 전달했다. 최지만 대신 최지훈(SSG 랜더스)이 대체 합류했다.
한국과 B조 1위를 두고 다투는 일본의 라인업은 화려하다.
일본은 현역 메이저리거 5명을 포함했다. 2021시즌 아메리칸리그 MVP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를 필두로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스즈키 세이야(시카고 컵스),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레드삭스)가 포함됐다. 미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라스 눗바(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도 이름을 올렸다. 올 시즌을 앞두고 뉴욕 메츠로 이적한 센가 고다이는 불참을 결정했다.
오타니와 다르빗슈가 버티는 일본의 선발진은 다른 국가에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이다. 다르빗슈는 전 시즌에 2022시즌 16승 8패 평균자책점 3.10으로 샌디에이고의 1선발 역할을 해냈다. 오타니는 전 시즌 15승 9패 평균자책점 2.35를 기록하며 만장일치 MVP를 받은 2021시즌보다 더욱 뛰어난 기록을 올렸다.
타선도 만만치 않다. 빅리거 스즈키 세이야, 요시다 마사타카와 함께 오타니가 투타 겸업을 소화해 타자로도 출전한다. 오타니는 지난 시즌 타자로는 타율 0.273 34홈런 9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75를 올리며 소속팀 LA 에인절스의 리드오프 역할을 완벽히 소화했다.
빅리거는 아니지만 지난해 일본을 강타한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스왈로스)도 경계 대상이다. 무라카미는 전 시즌 일본프로야구(NPB)에서 타율 0.318(리그 1위) 56홈런(리그 1위) 134타점(리그 1위)을 기록하며 센트럴 리그 MVP 및 타격 3관왕을 기록했다. 오타니, 스즈키, 요시다와 함께 중심 타선에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직전 대회 우승 국가인 미국은 이번에 칼을 갈고 있다. ‘ALL IN’이라는 메인 테마를 앞세워 현역 메이저리거들을 대거 선발했다.
타선은 쉬어갈 틈이 없다. 주장을 맡은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을 필두로 브라이스 하퍼(필라델피아 필리스), 피트 알론소(뉴욕 메츠), 폴 골드슈미트(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무키 베츠(LA 다저스), 카일 슈와버(필라델피아 필리스) 등이 합류했다.
지난 시즌 아메리칸리그 MVP인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가 빠진 건 다소 아쉽게 느껴지나,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타선만큼은 최고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다만 마운드는 타선에 비해 부족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현역 최고의 선수로 뽑히는 저스틴 벌랜더, 맥스 슈어저(이상 뉴욕 메츠), 게릿 콜(뉴욕 양키스) 등 최정상급 투수들의 불참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들을 대신해 아담 웨인라이트, 마일스 마이콜라스(이상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 등이 선발로 출전할 예정인데, 전성기에서 내려온 30대 노장 들이다. 젊은 피로 네스터 코르테스(뉴욕 양키스)와 로건 웹(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이 손꼽히지만 아직까진 MLB를 대표하는 선수로 자리 잡지 못했다. 과거 SK 와이번스에서 뛰던 메릴 켈리(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도 선발 투수로 미국 대표팀에 합류했다.
미국과 함께 우승 후보로 손꼽히는 도미니카 공화국도 강력한 라인업을 들고나올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이상 토론토 블루제이스), 호세 라미레즈(클리블랜드 가디언스), 후안 소토, 매니 마차도(이상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완더 프랑코(탬파베이 레이스), 라파엘 데버스(보스턴 레드삭스) 등이 참전 대기 중이다.
다만 도미니카 공화국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예비 명단에 포함된 50명의 선수 중 18명이 MLB 구단들의 차출 거부로 인해 출전이 무산될 위기다. 특히 마운드에서 불참하는 선수가 늘고 있다. 루이스 카스티요(시애틀), 프람베르 발데스(휴스턴 애스트로스), 루이스 세베리노(뉴욕 양키스), 프레디 페랄타(밀워키 브루어스) 등이 참가하지 못하게 됐다. 지난 시즌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샌데 알칸타라(마이애미 말린스)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이밖에도 다크호스로 꼽히는 푸에트리코와 베네수엘라도 현역 메이저리거 선수들이 대거 합류한 상황이다.
한편 본선 참가 20개국 최종 명단은 오는 10일 MLB네트워크를 통해 공개된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