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처럼 피어나는 휴먼 코미디, ‘카운트’ [쿡리뷰]

벚꽃처럼 피어나는 휴먼 코미디, ‘카운트’ [쿡리뷰]

기사승인 2023-02-20 17:23:59
영화 ‘카운트’ 포스터. CJ ENM

순수하게 복싱을 사랑하던 선수가 한 사건을 계기로 고꾸라진다. 그의 발목을 잡은 건 편파 판정으로 금메달을 땄다는 의혹이다. 이후 복싱을 포기하고 체육교사로서 살던 어느 날, 승부 조작 피해로 복싱을 관둔 학생이 그의 앞에 나타난다. 학생의 재능을 발견한 그의 마음은 다시금 동한다. 그는 복싱으로 다시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영화 ‘카운트’(감독 권혁재)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고등학교 교사 시헌(진선규)이 복싱 유망주 윤우(성유빈)를 주축으로 복싱부를 꾸려 전국체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전 복싱 선수 박시헌의 실화를 재구성했다. 배우 진선규와 성유빈, 오나라, 고창석, 장동주, 고규필, 김민호 등이 출연했다. 

‘카운트’는 시종일관 무해한 유쾌함을 끌고 나간다. 복싱 하나만 바라보고 꿈을 키우던 학생부터 복싱에 전혀 관심 없던 학생, 어정쩡한 불량 학생들이 모여 같은 곳을 바라보고 나아간다. 꿈을 향한 소년들의 반짝임이 영화 곳곳에 녹아있다. ‘카운트’는 벚꽃이 활짝 핀 경남 진해를 배경으로 한다. 화사한 풍광은 이들의 도전을 더욱 아름답게 꾸민다. 피어나는 꽃처럼 만개한 청춘은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 정서다.

영화 ‘카운트’ 스틸컷. CJ ENM

‘카운트’는 청춘의 빛나는 단면만을 다루지 않는다. 땀 흘리는 소년들의 성장기이자, 동시에 상처받아 움츠린 한 어른의 치유기다. 좋아하지만 동시에 아픔을 준 복싱을 다시 시작한 시헌은 활기를 되찾는다. 달려가는 아이들을 보며 주저앉았던 어른 역시 마음의 짐을 덜어낸다. ‘카운트’는 휴먼 코믹 장르의 전형적인 전개를 따라간다. 캐릭터의 쓰임새나 재미 요소가 크게 새롭진 않다. 하지만 때로는 뻔한 이야기가 더 큰 감동을 주지 않나. ‘카운트’는 이야기가 잘 드러나는 게 강점인 영화다. 이들의 무해한 성장담이 허구가 아닌 실제 이야기여서다. 이 점에서 감동과 재미는 더욱 진해진다. 

가장 큰 동력은 진선규다. 선한 눈망울이 필요에 따라 강렬한 카리스마를 덧입는다. 링 위에서 보여주는 날 선 눈빛은 현역 복싱선수를 데려온 듯한 착각을 들게 한다. 실제로도 복싱을 좋아하고 체육교사를 꿈꿨던 진선규는 역할에 꼭 맞는 활약을 펼친다. 극 중 박시헌이 벚꽃과 함께 피어나듯 진선규 역시 스크린에서 마음껏 생동한다. 과하지 않은 연기로 작품을 이끄는 힘이 돋보인다.

배우들의 조화도 좋다. 영화 촬영 전 함께 액션을 연습하며 익힌 합이 작품에도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복싱 유망주 윤우를 연기한 성유빈이 인상적이다. 환주를 연기한 장동주는 반짝반짝 빛난다. 학생들이 감초 역할로 재미를 준다면, 고창석과 오나라는 진선규와 차진 호흡을 보여준다. 연극계에서 오랜 기간 호흡한 세 사람의 에너지가 스크린을 넘어 관객에까지 전해진다. 복고 분위기를 살린 화면과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연출도 보는 맛을 더한다. 마음 편히 보기 좋은 영화다. 상영시간 109분. 오는 22일 개봉.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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