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저출산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의 비용 지원 방식은 너무나 일차원적이며 이를 대신해 필요한 것은 아이 일생을 지속 가능하게 지원하는 것이다.”(지난해 12월3일 미국 CNN 방송 보도 내용 중)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출산율 0명대를 기록한 곳은 한국뿐이다.
그 동안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현금성 지원 대책’에 집중해왔다. 지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280조 원 규모의 저출산 대응 예산을 투입했지만 출생아 수 감소를 멈추지 못했다. 이번 윤석열 정부도 0~1세를 지원하는 부모급여를 대책안으로 내놓았으나 이 역시 출산율 저하 문제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이 되지 못할 것으로 분석된다.
쿠키뉴스가 2월21일부터 3월3일까지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한 맘카페에서 ‘부모급여 출산율 높이는데 도움될까’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110명 중 67명(60.9%)이 ‘도움이 안 된다’고 답했다.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29명(26.4%)에 그쳤고, ‘잘 모르겠다’가 14명(12.7%)으로 집계됐다.
도움이 안 되는 이유(중복 선택)로는 ‘지원금이 아닌 다른 실질적 방안이 필요해서’가 66표(79.5%)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지원 금액이 부족해서’ 10표(12%), ‘지원 연령 대상이 한정적이어서’가 7표(8.4%)를 차지했다.
댓글에는 지원금이 아닌 다른 방안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여러 의견이 달렸다. 누리꾼 A는 “아이가 아파도 못 빠진다. 하루는 가능해도 2~3일 쓰려면 눈치를 준다. 결국 아예 그만두고 아이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누리꾼 B 역시 시간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누리꾼 B는 “육아는 돈보다 시간이 필요하다. 부모나 베이비시터 도움 없이 퇴사 안 하고 아이를 키우려면 만 10세까지는 의무 조항을 둬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시간 정책’을 지원해줘야 한다”고 제기했다. 누리꾼 C도 “아기 낳고도 맞벌이하려면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4시 퇴근을 보장해줬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이 외에도 출산율 제고를 위해서는 난임시술비 지원을 확대하고, 출산 경험이 있는 경우 난임 시술 과정에서 배아 성별을 결정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보장책이 될 것이라는 입장도 있었다.
“일과 양육, 양립할 수 있는 지원책 만들어야”
고용노동부가 1월25일 공개한 ‘육아휴직 통계’를 보면 지난해 전체 육아휴직자의 13.6%는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시기인 7~8세 때 휴직계를 냈다. 이는 1세 이내 자녀의 육아를 위해 휴직한 비율 64.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아이가 7~8세일 때에도 여성의 경력단절이 많이 이뤄지고 있지만, 현재 정부가 맞벌이 부부의 육아를 위해 마련한 지원금, 육아휴직은 영아에 한정돼 있다는 지적이 있다.
지난해 10월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간한 ‘부모급여 신설의 타당성 제고 방안’ 보고서에서도 “정부는 출생 아동을 대상으로 첫만남이용권 200만 원을 지급하는데 이어 부모급여로 올해 0세 70만 원, 1세 35만 원, 내년부터 0세 100만 원, 1세 50만 원 지원까지 추가로 제도화한 상태”라며 “부모급여 신설은 목적이 모호하며, 아동수당 지원 대상의 청소년기 공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현금 급여의 영아기 편중을 한층 더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부모급여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물음표를 던졌다. 단편적인 금액 지원은 여성의 경력단절을 오히려 심화시키고, 출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높일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은 젊은 여성들의 출산 기피 원인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송다영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3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급여’는 지속성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부모급여는 단 2년 지원으로 끝난다. 아이는 길게 20세가 될 때까지 부모의 경제적 도움이 필요한데, 겨우 2년만 현금으로 지원한다는 것은 가정의 후반부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는 것”이라며 “부모급여는 아이를 낳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일 뿐, 아이를 낳고자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치진 않는 제도”라고 평가했다.
이어 “부모급여는 맞벌이 부부에게 돈을 줄 테니 직접 키우든지 원하면 보육서비스를 쓰라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인데, 대부분의 부모라면 당연히 직접 아이를 키우려고 할 것”이라며 “반대로 아이를 어쩔 수 없이 시설에 맡겨야하는 부모의 경우 국가가 보장해주는 시설에 아이를 맡기고 싶어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민간 시설이 많고 국공립 시설은 많지 않다. 최근 민간시설 서비스도 충분히 좋아졌지만 여전히 상당수 부모들의 시선이 부정적이다 보니 국공립 입소 경쟁은 날로 높아지고, 일부 부모는 결국 퇴사를 선택해 아이를 직접 돌보는 구조로 돌아선다. 이에 따라 사설 어린이집은 망하고, 여성의 경력단절은 심화돼 보육 인프라가 망가지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저출산 정책 방향은 ‘돈과 양육’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일과 양육’을 지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지금껏 ‘돈만 있으면 애를 키울 수 있다’는 정책 지원 방향을 고수해왔지만 바꿔야 한다. 부모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몇 번 주어지는 급여 보너스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양육을 할 수 있는 일·양육 양립의 토대”라며 “차라리 현금 지원을 준다면 부모급여를 아동수당으로 전환해 지급 대상과 기간을 확대하거나 육아휴직 지원비를 급여 통상 80%, 최대 150만 원에 한정 짓지 말고 100% 지원함으로써 주 양육자인 여성들도 직장을 포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양육에 필요한 시간과 애정을 쏟기 위해 노동시간 엄수 등의 근무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정부 부처도 출산율 저하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실효성 위주의 정책안을 내고자 한다. 지난달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육아 재택근무 보장’ 등의 방안이 거론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는 향후 아동 지원 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보건복지부 보육사업기획과는 “현재 낮은 육아휴직 급여 상한액을 보완하고, 육아휴직제도를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소득 보장을 위해 내년부터 부모급여 지원금을 높이기로 했다”며 “향후 아동 양육 가구의 경제적인 지원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